산사의 풍경소리

양산 노전암의 점심공양 / 노전암으로 가는 멋진 경치와 계곡

#경린 2013. 3. 24. 14:36

 

내원사와 노전암 입구 주차장에서


주말에 봄마중 나들이로 양산내원사를 가자고 하여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 볼겸 웹나들이를 하였다. 요즘은 어디어디를 가자라고 사전에 정해지게 되면 그 곳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블러그를 하면서 생긴 새로운 습관인데 아는만큼 보인다고 정보를 찾아보고 길을 나서면 맘이 더 설레이고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짐을 느낀다. 뭐든 준비가 되어 있는 만큼 자신감이 생기듯 여행도 그러한 듯하다. 아주 사소한 정보라도 담아 가지고 간 그릇만큼 담아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저기 정보를 찾다보니 내원사 옆의 노전암이 더 맘을 끌었다. 눈길과 내맘을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는 노전암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점심공양이었는데 모두 예전의 글들이라 지금도 그렇게 실제로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은 그 점심공양을 먹어 보자는 것에 이번 여행의 촛점을 맞추었다. 나들이 가서 먹을 맛난 김밥을 준비하려했던 계획도 접고 낮12시이전까지 암자에 도착해야만 점심공양을 할 수 있다기에 느긋하게 출발하려고 했던 일정을 앞당겨 출발하였다.

 


산속에는 햇살이 아무래도 늦게 퍼지는 법 노전암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새초롬하니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가 많이 차가워 옷을 좀 껴 입고 올 걸 하고 후회하였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서 그 후회는 재빠르게 꽁지를 감추고 달아나 버렸다. 산속의 공기는 절로 탄성이 나올만큼 맑고 투명하였으며 나날이 부드러워진 공기에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내려앉는 햇살의 느낌이 아주 기분 좋게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절터들은 다들 명당이고 그 근처에는 수령높은 소나무들을 쉬이 볼 수 있는데 이 곳 역시 입구에서부터 멋진 소나무들이 반겨 주었다. 특히나 계곡의 바위에 뿌리를 박고 있는 노송의 모습은 참으로 대견스럽기도 하였지만 그 인고의 세월이 절로 느껴져 눈물마저 부를 정도 였다. 계곡의 물이 질 때마다 뿌리 내린 흙을 갉아 가 버리니 소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바위를 부둥켜 안고 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내리느라고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을까 부디 앞으로의 많은 고난도 잘 견뎌내고 오래오래 살아남아 주길...

 


계곡의 물은 어쩌면 그리도 맑고 깨끗한지 투명함 속의 돌들의 빛깔은 물론 햇빛이 물에 내려앉아 부서지는 것까지 보였다. 지난겨울 눈비가 잦았음을 보여 주는 것인지 물소리를 촬촬 내며 작은 바위와 돌들에 부딪혀 하얀 거품을 일으켜 흐르는 모습은 먼산의 진달래를 보는 것 못지 않게 반갑웠다.

 


노전암으로 올라가는 길은 계속 계곡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고 봄의 공기와 흙의 감촉을 즐길수 있어 또한 좋았다. 물론 차가 올라 갈 수 있도록 차도를 만들어 시멘트 길이었지만 땅의 기운을 느끼고 싶으면 가장자리로 살짝 발을 옮겨 흙을 밟을 수도 있고 맘만 내키면 바로 또 산으로 올라 갈 수 있으니...^^ 일찍이 땅속겨울학교를 수료하고 나온 쬐그만 초록이들과 눈 맞추는 즐거움과 아직 땅속에서 움트기전의 초록이들이 웅성웅성 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 느껴지는 이맘때의 계곡이 주는 살아 쉼쉬는 맥막의 분주함은 기분좋게 다가와 오르는 내내 작은 탄성으로 이어졌다.

 


구름이 쉬어 가고 있는 천성산 자락의 바위를 지기가 담으며 공룡을 닮았다며 공룡바위라고 즉석에서 이름을 붙여 주었다. 가만보아하니 이 곳에서 부르는 바위의 이름이 따로 있을법 하였지만 우리는 우리맘 가는대로 공룡바위라고 명명하고 부르기로 했다.^^

 


겨울을 걷어내고 있는 산자락에는 진달래가 계곡의 바위 곳곳에서는 생강나무가 노랑과 분홍으로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생강나무 꽃을 당겨서 찍어 볼라카니..음 생긴것이 영.. 꽃잎도 없고 그냥 다닥다닥 가지에 붙어 있는 모양새가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였다. 생강향이 나기 때문에 생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정말 생강내음이 나는지 꽃을 따서 손으로 비벼 보았다. 엥? 그런데 잘 모르겠는데..나의 후각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이번에는 나뭇가지를 댕강 잘라 콧구멍을 블럼블럼 흐음.....느껴지는 생강의 상큼한 내음....^^

 


진달래꽃도 따 먹고 쪼그리고 앉아 초록이랑 얘기도 하고 생강나무도 꺾어 보고 요리조리 멋진 경치를 배경삼아 사진도 찍고 노닥거리며 오르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노전암에서 정해 놓은 점심공양 시간 컷이 다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이고 이러다가 소원하던 절밥을 몬 묵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절이 다가 오는지 우짠지 산비탈을 갈아 만든 꽤 넓은 밭이 나타났다. 밭을 일구는 분이 계셨는데 멀리서도 한 눈에 연세가 있으신 할머니셨다. 저 넓은 밭을 그 굽은 허리로 호미질을 하시는 모습이 애잔하니 들어오며 울옴마 굽은 허리도 함께 떠올라 맘이 찡하였다. 울옴마도 애들 업고 일하고 밭갈고 심지어 울 동생은 잠시만 내려놓아도 보채는 지라 밥먹을 때도 업고 먹어야만 했다 하셨다. 그렇게 허리를 혹사 시키시다보니 뼈와 뼈사이 물렁뼈가 사라지고 제대로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허리를 가지게 되신 우리네 옴마들 동그란 휴대용 앉은뱅이 의자를 허리에 차시고 다니시며 앉아서 하시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ㅠ.ㅠ

 


울메나 올라 왔는지..놀면서 올라오다보니... 절은 아니지만 사용하는 집인지 창고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돌담으로 쌓은 집이 보이는 것이 절에 다 온 듯한 느낌이 물씬 들었다. 초행길은 이런 두근거림이 있어 좋다. 다 왔을까나..아직도 멀었나..얼마나 더 가야 하나??

 


산속 집(조금전에 본 할머니께서 사시는 집 같기도..?)의 돌담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오가는 이들을 반기고 있었다. 이런 산속의 돌담에도 개나리가 .... 역시 개나리는 우리나라 범국민적인 꽃임에 틀림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공해에 찌든 도시 한북판에서도 깊은 산 속 바위 속에서도, 어떻게 그런 곳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지 하는 곳에서도 씩씩하게 봄만 되면 노랗게 피어나니 말이다. 뚝 꺾어다가 흙에 꼽아만 놓아도 뿌리를 내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는지라 산길에서 만난 그 앙징스러운 노란 귀여움이 반갑고도 정이가 한 번 더 눈길을 주었다.

 


점심공양을 꼭 하고야 말리라는 일념으로 우찌나 열심으로 걸었던지 땀이 삐질삐질 헥헥~ 지기도 덩달아 헉헉 하였을 것이다.^^

 


드디어 노전암 앞에 도착 시계를 보니 아직 12시가 되려면 십여분 남은 시간...ㅎ..성공.. 사실 위 사진은 밥 묵고 나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도착할 때는 밥 묵을 정신에 사진은 뒷 전이었다.ㅋㅋ

 


올라오는 계곡의 길도 맘에 들었는데 암자입구의 대나무도 햇살이 내려앉은 아담한 크기의 암자도 맘으로 쏘옥 들어 왔다.

 


노전암은 비구니스님들만 계시는 곳이라서 그런지 더 정갈한 느낌이 들었고 건물도 타 유명 절집처럼 우람스럽지 않았다.

 


마당 한 쪽은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마당에는 매화도 피고 목련도 피어나려하고 있었는데 우짠일로 겨울꽃으로 알고 있는 동백은 아직 피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겨울이 유난시리 추웠던 만큼 봄햇살이 포근하여 올해는 봄꽃들이 일찍 깨어났다고들 하더만 동백은 아직도 겨울인갑따..지만 아니 깨어나는 것은 뭔 연유인지는 일단 모르겠고 공양간부터 찾니라고 발길과 눈길이 분주하였다.^^

 


정원같기도 하고 공원같기도 한 절마당 여기저기에는 사람들이 점심공양 시간을 기다리며 봄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오늘의 목적을 위한 공양간을 찾아 눈도장을 찍어 놓고서야 대웅전으로 가 삼배를 하였다. 이 넘치는 목표의식은 참말로..ㅋ

 


옹기종기 꽤 많은 옹기들이 모여 있는 장독대가 공양간 앞에 있었다. 역시 절집의 장독대는 정갈하면서도 푸근하다 푸짐하게 둥그런 옹기 속에서는 맛난 속삭임이 따땃한 햇살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꼬박꼬박 몽올몽올 맛나게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춘잠을 못 이기고 뻗은 것은 공양간 입구의 진돗개들도 마찬가지 공양간을 찾아 허둥지둥 들어갈 때도 나올때도 대웅전 삼배를 마치고 점심공양을 하러 들어갈 때도 나올때도 자세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한결같이 푸욱 주무시고 있었다. 절간의 번잡스러운 발길은 너무나도 익숙한 자장가가 된지 오래라는 듯 오가는 발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공양간 방에는 불을 넣어 방이 따뜻하였고 사람들은 시간에 맞춰 방 가장자리에 빙 둘러 앉았다. 우리만 초행이지 다들 이 절집의 공양을 해 본적이 있는 듯했다. 십여분을 기다리니 주지스님이 나오셨고 주지스님께서는 앉을 위치와 연배에 따라 모둠을 정해 밥상을 놓도록 지시 하셨다. 우리보다 어려보이는 사람도 꽤 있었는데 노스님께서는 우리를 제일로 어리게 보셨는가 보다. 우리가 꽁지로 밥상을 받았다. 드디어 받은 노전암 절집 점심 공양 밥상!! 요런 절밥 공양 해 보신적 있으신지요?

 


노스님께서는 점심공양 사진을 못 찍게 하셨다. 누가 사진을 찍어 가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번잡스러워졌다시며 싫다 하셨다. 그럴법도 하였다. 공양간 사람들을 도와서 밥을 펐는데 서른그릇의 밥과 국을 뜨고도 모잘랐으니...... 사진기는 못 디밀고 핸폰으로 찰칵 해 왔다. 친구님들에게 보여주고파서리....^^

 


스무개가 넘는 찬기에 담긴 초록 반찬들과 양념들을 하나도 빼 놓지 않고 팔을 뻗어 다 집어 먹어 보았다. 조미료 하나 들어가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맛은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에도 오히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담백하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맛있었다. 식탐이 많으니 그 맛이야 오죽하였으랴...^^

 


흰 밥 한 그릇 먹고 찰밥이 또 먹고 싶어 나는 몇 숟갈 더 먹었다.^^ 밥 다 묵고 난 다음 지기가 담아 준 녹차 까지 마시는 사이 지기는 공양간 부엌의 가마솥을 찍었나보다 사실 나는 절밥 먹는 욕심에 절집 둘러 볼 생각도 공양간 부엌 들여다 볼 생각도 몬 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나서야 절집의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자꾸 뒤돌아보게 되더라....다음에 다시 와야지하는 생각 절로 들게하였고, 아마도 모르긴해도 돌아서면 이곳에서 먹은 절밥 간절히 생각날 것 같았다.

 


노전암으로 가는 길은 계곡을 끼고 양쪽으로 나 있었는데 내려올 때는 올라갔던 길의 맞은 편 길로 내려왔다. 올라왔던 길은 자연의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맞은편 길은 도심속에 위치한 산의 공원화된 길 느낌이었다.

 


계곡을 가로지를수 있게 다리도 놓여 있었고 위험스러운 난코스에도 다리를 놓아 사람들이 즐길수 있게 해 놓았다. 사계절 자연과 함께 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우리집 지하주차장에서 네이비를 찍고 내원사와 노전암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였을 때 친절한 네이비 아가씨가 소요시간이 1시간8분이라고 알려 주었으니 그리 멀지 않은 거리가 아닌가.... 가끔 살아가다 지칠 때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될 것 같다.

 


공룡바위야 안녕~ 다음에 또 올께 손 흔들고 내려오는 길에도 물빛은 여전히 맑게 빛나고 있었고 봄꽃들은 화사하였다. 알싸한 생강나무의 향도 금방 그리워 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