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제비꽃 씨앗 / 개미가 물고 가는 개미살포식물의 인연

#경린 2013. 4. 28. 21:04

 



봄이 오면 따뜻한 양지녘에 앉은뱅이로 피어나 보라보라보라로 웃고 있는 제비꽃 새봄 제비가 올 즈음이면 피어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제비꽃 바위틈 풀숲 자갈밭 메마른땅 어디에서라도 뿌리를 내리고 해마다 피어나는 억척같은 생명력의 제비꽃 그래서인지 고정팬들도 많이 가지고 있는 제비꽃 팬들이 많아서인지 따라다니는 별명도 여럿 꿀주머니 부분이 오랑캐의 머리채 같다하여 '오랑캐꽃' 꽃반지 만들어 끼는 앙징스러움의 '반지꽃' 꽃모가지를 걸어 꽃싸움놀이 하니 '장수꽃''씨름꽃' 병아리처럼 귀여워서리 '병아리꽃' 납작하게 붙어자라 앉아야만 자세히 볼 수 있어 '앉은뱅이꽃' 꽃의 뒤쪽으로 길게 흘린 꿀주머니가 마치 제비초리를 연상케하니 제비라는 새의 이름을 받은 제비꽃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은 여의초(如意草) '여의'는 가려운 등을 긁을 때 쓰는 도구로 제비꽃의 꽃줄기가 물음표모양으로 굽은 데서 유래되었다한다. 서양에서 제비꽃은 ‘바이올렛’. 그리스 말로는 ‘이오’이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아리따운 이오를 사랑하다 아내 헤라에게 발각될 찰나 다급한 나머지 이오를 흰 소로 만들어버렸는데, 억센 잡초만 먹는 이오를 위해 만들어 준 풀이 바로 '제비꽃'

 



세계 온대지방에 약 400종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콩제비꽃, 낚시제비꽃, 졸방제비꽃 등 60여종이 자생한다하니 참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제비꽃의 약명은 자화지정(紫花地丁)이다. 꽃이 자색이고 줄기가 마치 단단한 못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 의보감에서 지정(地丁)은 곧 대계(엉겅퀴)로써, 꽃이 노란 것은 황화지정(민들레), 꽃이 자주색인 것은 자화지정(제비꽃)이라 하여 모두 옹종과 염증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제비꽃의 열매는 삭과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터뜨려서 씨앗을 멀리 날려 보내는 씨방이다. 얼마전에 하도 이뻐서리 폭폭 몇 삽 퍼 와 심은 제비꽃이 매일아침 쪼그리고 앉아 보는 즐거움을 준다. 어느날보니 동글동글한 것을 메달고 있어 조거이 뭔가 싶었는데 하루는 폭 터뜨려 오글오글 씨앗을 물고 있지 않은가.... 예쁜 그릇에 가지런히 세줄로 배열되어 있는 모습이 날곤충의 알 같기도 하고 계란꾸러미 같기도 한 것이 우찌나 신기한지......^^ 근데 그 신기한 모습은 며칠 가지를 않았다. 그 다음날 보니 어느새 햇살에 잘 말려진 씨앗은 꼬투리를 떠나 그 주위를 또르르 굴러 다니고 있었다.

 



이 신기하게 생긴 씨의 꼭지에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젤리 타입의 지방산, 단백질, 비타민 덩어리의 방향체가 붙어있어 이것에 이끌린 개미가 제비꽃의 씨앗을 물고 집으로 가져간다한다. 개미집으로 업혀간 씨앗은 이듬해 봄이 되면 그 자리에서 포옥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나니 개미와 제비꽃의 공생관계로 이어지는 인연인 것이다. 얼레지나 금낭화, 광대나물, 애기똥풀 등도 씨앗에 이러한 방향체 덩어리가 붙어 있는데 이 같은 식물을 ‘개미살포식물’이라 한단다. 곤충과 꽃이 엮어가는 아름다운 인연 천년만년 쭈욱 이어지는 그들만의 향기로운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