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세계

요하네스 베르메르 /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경린 2014. 2. 9. 02:26

 

물주전자를 든 여인


일상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빛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
주로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여 눈부신 고요와 정적을 화폭에 담아낸 
그의 그림은 보는 이의 시선을 오랫동안 잡아끄는 미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다양한 형태와 표면에 작용하는 햇빛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치밀하고 완벽하게 묘사한 그의 표현 기법에서 비롯한 것이다. 
빛과 그림자의 부드러운 조화, 간결한 공간, 
현실에 머물러 있지 않은 듯한 등장인물의 고요한 정지 자세 등을 통해 
그는 17세기 네덜란드 민중의 삶을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회화 예술로써 완벽하게 재현한 베르메르에 대해 앙드레 말로는 
'회화 그 자체의 근본적 가치 때문에 그림을 그린 화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주전자를 든 여인'에서도 은은하면서 미세한 빛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창문을 통해 비쳐드는 태양광과 여인의 드레스, 
베이지색 벽 등 주위의 색채를 다양하게 흡수하여 미묘한 조화로
여인의 두건에 사용된 흰색은 단순한 흰색이 아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델프트 풍경


베르메르가 살았던 곳, 그림을 그렸던 곳, 잠들어 있는 곳  - 델프트
베르메르는 운하를 낀 작은 마을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그 도시에서 살았으나 생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시적이고 양식화된 특징을 갖고 있는 베르메르 대부분의 작품들과 같이 
이 그림도 눈으로 보이는대로의 객관화된 풍경화가 아니다.
몇몇 건물만이 델프트의 실제 건물들을 그린 것으로 나머지는
베르메르의 현실과 환상, 애정과 자유로운 기억을 뒤섞고 있다.
빛의 대가답게 숙련된 솜씨로 그림에 생기와 감동을 불어넣고 있다.
빛의 방향에 따라서 색의 구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네덜란드 왕립미술관 소장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좀처럼 국외 나들이를 하지 않는 작품중의 하나인데, 
마우리츠하이스 미술관이 보수공사로 휴관하게 되어 (2012-2014)
그동안 세계 굴지의 미술관들을 순회하고 있는 중이다.
옷깃을 반사하며 영롱하게 빛나는 귀걸이, 살짝 벌어진 촉촉한 입술, 
그윽하면서도 아련한 눈가에 금새라도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도 
같은 고요 속에 그 어떤 교감을 주는 눈빛은 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오랫동안 놓아주지 않는다.
이 그림은 우리에겐 진주 귀걸이 소녀로 알려져 있지만 크기로 보나 
반사하는 빛의 처리를 보나 진주가 아니고 유리 귀걸이였을 것이라고도
한다. 실제 그림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진주의 하얀 부분이라고 
생각되었던 일부가 흰색 페인트 얼룩으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그림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로 소설화되기도 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세를 한껏 타기도 하였다.
영화에서는 그림의 소녀를 베르메르가 사랑한 16세 하녀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모델이 누구였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기법으로 보아 
이 그림은 베르메르의 습작으로 초상화라고 하기엔 어렵다고 한다. 
베르메르가 활동하던 시절엔 정면을 응시한 근엄한 표정, 주름, 
그리고 입은 옷의 레이스 땀 하나하나까지 정확하게 분명한 선으로 
그린 귀족들의 초상화가 대세였다.이 그림처럼 윤곽이 흐릿하고 
수수한 옷차림을 한 꾸밈없는 평민 모델의 찰라의 표정을 포착하는
그림들은 "troinijes" (character studies)라고 달리 불렸는데, 
이런 그림들은 초상화에 비해서 훨씬 헐값에 팔렸다고 한다. 
실제 이 그림이 1881에 처음 경매에 나왔을 때, 베르메르의 
다른 그림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값에 팔렸었다고 한다. 
다행히 진가를 알아 본 수집가의 눈에 띄었지만, 그림이 엄청 더러워서 
땟국을 한참 벗긴 후에야 베르메르 그림인 걸 알았다는 일화도 있다.

 

음악렛슨


베르메르는 한 점의 자화상도 남기지 않았고 
실제로 그의 생애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림 도매상과 여관을 겸하던 (당시에는 화랑이 따로 없고 
여관에 그림을 걸어 판매를 했다고 한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그림에 조예가 깊던 아버지의 써포트를 받으며 일찍부터 화가의 
길을 걸었던 그는 당대에는 상당히 알려져 옛그림의 감정이나 
전시회의 심사를 맡는 등, 중견 화가로 활약했지만, 43세의 
젊은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고. 또 그가 살았던 문화의 
중심지, Delft가 쇠퇴해감에 따라 그의 명성 또한 잊혀져 갔다. 
음악을 사랑한 베르메르의 또 하나 유명작인 '음악렛슨'에서 
바닥에 있는 흑백 타일은 보는 이가 두 등장 인물에 관심을 
보이는 동안 조화와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바닥에 
놓여 있는 악기는 두 사람이 뚜엣으로 연주했음을 짐작하게 하고
더블베이스는 두 사람의 사랑을 회화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기타 치고 있는 여인


음악을 사랑한 화가의 맘을 담은 '기타치는 소녀"
'기타치는 소녀' 이 그림에 나타나는 소녀는 베르메르 그림에서 
별로 많지 않는 웃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더더기없는 단정한 구도, 디테일과 생략의 조화, 자제된 색감, 
보는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자연스러운 표정들, 뛰어난 
빛의 처리, 이런 것들이 17세기의 베르메르가 사랑받는 이유들이 아닌가 싶다.

 

레이스 뜨는 여인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극찬을 받은 '레이스를 뜨는 여인'
베르메르는 여성표현의 대가였고 그래서 그의 작품속에는 
항상 여성들이 한 두명씩 등장한다.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모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실을 꺼낼 수 있는 작은 남색 궤와 여인의 노란 옷, 그리고 곱게 
손질한 흑갈색 머리결이 서로 상응하며 배경을 채우는 상큼한 햇볕의 
물결에 둘러싸여 있다. 서로 간에 밝고 어두운 색채 대비가 주는 
장면의 안정감이 여인의 몰두하는 순간을 더욱 차분하게 감싸는 듯 하며
보는 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회화의 공간으로 빠져 들게 하는 고요함이 있다.

 

연애 편지


독특한 구도의 말기 작품 '연애 편지'
단순한 실내공간 묘사를 선호하던 베르메르가 여기에서는 놀랄 정도로 
복잡한 공간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두 여인이 있는 방 앞에 또 하나의 
어두운 방을 그려 놓아 두 사람을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여주인과 하녀가 서로에게 묻는 듯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사회적 신분을 넘어서 여인들만의 은밀한 비밀공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


노란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룬 '우유 따르는 여인'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소박하게 주방에서 우유를 따르는 여인의
앞치마를 파란색으로 물들여 정적이면서도 잔잔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면 노란색과 파란색을 많이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란색은 시리고 차가운 느낌부터 아름답고 성스러운 느낌까지
심지어 정열적이어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중세시대의 파란색은 성스러움의 상징이었고 권위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나타내는 데 주로 사용 되었다. 또한 파란색을 만드는 데 쓰였던 물감 중
하나인 울트라 마린은 지금도 금보다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원료이다.
성스럽고 황실의 귀족적인 화려함에 쓰였던 파란색이
베르메르의 그림에서는 소박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베르메르는 사후 200년이 지나서야 명성을 얻게 될 정도로 오랫동안 잊혀졌으나 
19세기 중반 미술비평가 토레-뷔르거에 의해 재발견되어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도 하였지만 1년에 두 세점의 작품만 제작했던
신중한 화가로 남긴작품이 채 40점도 안되어 작품의 희소성,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가려진 삶 등은 미술계를 뒤흔든 세기의 위작 사건과 
도난 사건 등을 낳기도 하였다.

 

편지를 읽고 있는 푸른옷의 여인


빛과 그림자의 매력적인 효과 '편지를 읽고 있는 푸른옷의 여인'
사랑하는 연인의 편지를 읽는 감정은 이미 가슴을 지나
입으로 터져 나오고 있음을 살짝 벌어진 여인의 입술에서 알 수 있다.
의자도 지도도 그림자를 남기고 있는데 여인만 그림자가 없다. 
그 효과로 여인은 벽과 분리되어 입체감 있게 묘사되었다. 
이 작품은 200년 전 경매 안내서에도 ‘빛과 그림자의 매력적인
효과’가 언급될 정도였다.
사랑하는 연인은 부재 중인 듯하고 여인은 임신을 한 듯하다.
X-ray 검사 결과 원래 여인이 입고 있던 옷은 그림 속 옷 보다 
더 넓고 끝이 털로 장식된 것이었다고 하는데 폭을 좁히고 
털 장식을 삭제한 화가의 의도는 알 길이 없다.

 

하녀와 함께 편지를 쓰는 여인

 
바닥에 구겨진 종이와 편지를 쓰는 여인, 맑은 실내와 여인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일상이지만 느낌은 아주 색다르게 다가 온다.
우리의 일상도 이렇게 멋진 작품이 될 수도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두 번이나 도둑 맞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한다.

 

화가의 아틀리에


고요 속 몰두감이 느껴지는 '화가의 아틀리에
그의 그림은 빛을 통해 소소한 사물 속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생명력을 보여 준다.
빈의 미술사 박물관에 소장된 이 유명한 걸작은 짧았던 
베르메르의 활동 기간 중 말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 되며
화가의 죽음을 앞 둔 일종의 유언과 같은 작품이다.
왼쪽으로 밀어 올린 커텐을 지나 내부로 들어 서면
환한 빛으로 인해 방에 있는 모든 사물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천장에는 놋쇠로 만들어진 상들리에가 늘어져 있고, 
뒷쪽 벽에는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 통일된 지 
얼마 안된 네델란드 지도가 걸려 있다. 
정제된 분위기는 색채와 텅 빈 공간 사이를 오가는 
이상적인 구도안에서 고요함, 집중, 형이상학적이고 
순수한 이미지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버지날 앞에 앉아 있는 여인


가장 마지막으로 완성 된 그림 '버지날 앞에 앉아 있는 여인
그의 그림은 여인으로 시작해서 여인으로 끝나는 듯하다.
마지막 그림으로 추정 되는 이 그림은 빛의 반사와 미묘한 질감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어 과연 그의 작품일까 의심을 품게 할 정도이나
자신의 양식을 완성한 대가의 일탈적 유희성이 보여진다.
그의 그림에는 몇가지 공통된 요소가 존재한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과 주 소재인 여자들,
사각형의 요소,그리고 바닥의 격자무늬이다. 
대개 구석진 공간으로 왼쪽에 창을 배치하고 그 창을 
통해서 어두운 실내 안으로 외부의 빛이 들어오고 있다.
그림은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으로  보는이로 하여금 
단순한 정경의 조용한 아름다움을 참신하고 순수한
눈으로 보게 만들었으며, 천의 색깔을 고조시키는 창문을 
통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보았을 때 그가 느꼈을 
감흥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느낄 수있게 해준다.

 

장교와 웃는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