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세계

노인과 여인? / Cimon & Pero / Caritas Romana

#경린 2013. 7. 5. 19:47

Peter Paul Rubens.' Roman charity' (Simon & Pero) .1630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왕립박물관(RijksMuseum)




루벤스의 <카리타스 로마나> - 시몬과 페로 언젠가 위 그림을 인용하여 학원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설명회에서는 "처음 이 그림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로 시작을 하였다. 언젠가 블로그에 '노인과 여인'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어 설명회에서 이 그림을 인용한 의도를 쉬이 파악할 수 있었다. 언듯 보기에 포르노그림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사실상 그림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니 겉모습만으로 판단은 금물이며 내실을 잘 파악하라는 메세지를 주기 위함이었다. 설명회를 진행한 학원은 대형학원으로 그 모습도 프로그램도 화려하였는데 왜 굳이 이 그림을 선택하여 내실에 대한 설명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Peter Paul Rubens. 'Caritsa Romana' . 1612 .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그의 헤르미타주박물관



"Caritas Romana" (로마인의 사랑 또는 자비) 라는 테마로 그려진 그림들 중에서는 17세기 램브란트와 함께 플랑드르 회화와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루벤스의 연작 그림이 제일 많이 알려져 있고 우리에게 친숙하기도 하다. 루벤스는 최초로 한국인을 그린 서양화가로 우리와 각별한 인연을 가진 화가이기도 하다. 카리타스 로마나 그림의 소재가 되고 있는 Simon & Pero부녀의 이야기는 서기 30년경에 살았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발레링스 막시우스가 쓴 <고대 로마인의 기억될만한 행동과 격언들>에 실린 이야기인데 실화인지 전설인지는 분명치 않다. Simon & Pero 이야기 죄를 지은 노인 Simon에게 처형되는 날까지 밥을 주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이때 죄수를 면회한 그의 딸 Pero가 마침 아이를 낳아 젖이 흐르던 상태에서 처형을 앞 두고 피골이 말라가는 아버지를 보자 자신의 젖을 먹이게 되었다. 이러한 딸의 숭고한 행동에 당국은 감동하여 죄수를 석방 하였다. 이후 사람들은 이 일화를 가리켜 카리타스 로마나 Caritas Romana (Roman Charity - 로마인의 사랑 또는 자비)라고 부르게 되었다.

 

Muriilo 스케치 . Caritas Romana



카리타스 로마나 라는 소재로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포로노로 잘못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거나 생경한 것이 아닌 듯하다. 그도 그럴것이 소재로 한 여러 그림들을 보면 비윤리적으로 보이는 구도와 설정, 심지어 건강한 육체와 에로틱한 관능미, 그것을 최대로 끌어 올리기 위한 훔쳐보는 병사들까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같은 작가가 그린 위 루벤스의 두 그림을 비교 해 보면 1612년에 그린 첫작품(포스팅 두번째 그림)에 비해 1630년(포스팅 제일 위 그림)의 작품은 관능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고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1612년의 첫작품 속에 페로는 아버지를 그윽히 응시하며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젖먹이듯이 모성적 젖먹임 같은 자태를 하고 있고 Simon 역시 수동적이고 다 죽어가는 모습 으로 그려지며 실제로 젖을 빨고 있지 않고 페로의 젖꼭지가 드러나 있다. 반면 1630년의 작품속에 페로는 아버지를 응시하지 않고 관능적인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노인이 젖을 빨고 있는 적극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가 하면 오른편 상단에 병사들이 이 장면을 훔쳐보고 있는 장면을 설정해 그 관능성을 더하고 있다. 마치 조선시대 신윤복 그림 속에 여인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아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기다가 르네상스와 바로크 특유의 빛과 생생함, 역동성, 생명력, 그리고 루벤스 특유의 밝은 색감은 금방이라도 그림에서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더해져 이런 불편함을 더 가중시키기도 한다.

 

Greuze Jean Baptiste. 'Simon and Pero' .1767. French



위 그루즈 장 밥티스트의 작품은 상당히 투쟁적인 사랑을 표현해 내었다. 여인의 가슴을 표현하되 젖꼭지를 가리우고 그의 시선은 아버지를 억압하는 자들에 대한 적대적 눈빛을 하고 있다. 아버지 역시 모진 억압과 박해를 받는 힘없고 불쌍한 노인으로 그려졌다. 장은 프랑스 태생의 화가였고 그의 생존시기가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하므로 상당히 전투적인 느낌의 카리타스 로마나가 그려진 듯하다.

 

작자 미상 . 18세기 이탈리아 화가의 그림 . 'Cimon and Pero'



카리타스 로마나와 얽혀 있는 또 다른 야사가 있다. 과거 유신정권 때 우리나라는 중미 카리브해에 있는 푸에르토리코(카잘스 음악제로 유명한 나라)와 수교를 맺게 되었는데 당시 그곳을 방문한 박정희대통령과 수행원들은 그곳 국립박물관에 초대 되었다가 카리타스 로마나를 소재로 한 그림을 보고 야한 그림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카리타스 로마나 그림을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 그림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Pasinelli . Caritas Romana . 프랑스 루브르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