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빗소리 / 홍정순

#경린 2015. 8. 25. 20:03

 



빗소리 / 홍정순 새벽 다섯 시 알람보다 먼저 일어나 패널 지붕 빗소리 듣는다 양조장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자동으로 막걸리통 속으로 들어가 오늘 대강막걸리엔 재료 하나 추가되는 셈 원래의 맛에 빗소리 맛을 보태니 일 멈춘 현장은 파전을 굽고, 해장술로 시간 풀겠지 빗소리가 달착지근하다고 하면 웃겠지만 새벽에 들려오는 빗소리엔 막걸이 맛이 배어 있다 꼴 베러 가기 지겹다던 오빠의 비 오는 날처럼 마늘 캐고 모 심은 후 맞이하는 비 오는 날처럼 빗소리는 묵직한 발로 허리를 밟고 눈은 이내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따스한 방바닥이 온 몸에 퍼지는 동안 사인암 계곡 올갱이 떠내려가는 소리 들리고 친정집 마당가 물 들어오는 소리 들리고 등굣길 운동화 젖는 소리 들리고 눈꺼풀을 길게 펼쳐 몸을 덮고 장마가 시작된 철물점은 고요한 아침을 맞는다 지붕이 소란한 날은 귀만 바쁘다

 



카톡으로 보내 온 풍경을 보노라니 생각나는 시가 있어 뒤적여보았다. 비오는 날 일손을 잠시 놓은 시골풍경이 그려지는 시 손님 뜸한 철물점에 턱 괴고 앉아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친정집 고향의 비오는 풍경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지는 시 도시의 콘크리트 속에서는 비가 와도 태풍이 불어도 아스팔트와 차바퀴 사이에서 소란스러운 빗소리 외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비 온다고 일찍 마치고 들어갈 수도 없고 비 온다고 마냥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다. 퇴근길 빗길 미끄러울까 걱정만 더 얹어진다. 내가 앉은 사무실유리엔 썬팅이 되어 있고 그나마 있는 창문은 작기도 작고 위로 살짝 열리는 형태라 비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여의치가 않다. 그렇다보니 도로의 차들이 지나가며 내는 빗소리로 비가 오는구나 많이 오는구나 짐작만 하다 누가오면 "비 많이 와요?" 물어 비를 본다. 비가 오면, 또 오늘처럼 태풍이 예보되어 있는 날은 아파트 주차장은 주차전쟁이 이른시간부터 시작이다. 비 오는 날은 따뜻한 정이 그리워 모두들 일찍 퇴근들을 하는가 보다. 나도 일찍 퇴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