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가는 시

비내리는 날 - 김용화

#경린 2015. 12. 10. 21:57

 



비내리는 날 - 김용화 빗소리에 내 귀는 자란다, 빗소리에 내 귀는 밝아진다 창문 반쯤 열고 빗소리 벗하여 시를 쓰다가 낮잠을 자고 먼 고향으로 안부도 전하고 늦은 밤 혼자 술을 마시다 비와 함께 잠을 잔다 물 위에 동동 떠 나는 하나의 작은 물방울, 나의 잠은 밤새 유년의 동산을 떠돈다

 

 



'가을비는 떡비 겨울비는 술비' 곡식 넉넉한 가을에는 비가 오면 집안에서 떡을 해먹고 겨울에 비가 오면 집에서 오붓하게 술을 마시는 것을 이르는 속담이다. '봄비는 일비고 여름비는 잠비'라는 말도 있는데, 겨우내 가물었던 대지를 적셔주는 봄비에는 일을 하고 초록이를 쑥쑥 자라게 해 주는 여름비 오는 날에는 일터에 나가지 않고 몽실몽실 나른한 잠 속에서 쉴 수 있다는 속담 농경사회에서의 각 계절이 갖는 특성이 잘 드러나는 시가 정겹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도시의 일터는 다람쥐 쳇바퀴를 돌지만 토닥토닥 겨울비 내리는 날 술 못 마시는 사람도 술 한 잔, 부침개 한 점 생각이 방울방울 절로 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