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바느질

강된장과 호박잎쌈

#경린 2010. 8. 21. 16:11




재래시장을 돌다가 할머니께서 펼쳐놓은 여러 가지 나물들 속에 오글오글 고만고만한 것들끼리 어깨동무하고 있는 애호박이 이뻐 할머니 앞에 쭈그리고 앉아 만지작거렸다. 할머니께서 호박잎에 쌈 싸 먹으라며 호박잎도 권하시길래 옴마 생각 나 사가지고 왔다. 호박잎에 쌈은 싸 묵어 봤어도 직접 만들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면서..... 식탁위에 호박이랑 호박잎을 올려놓고는 한참을 쳐다봤다. "동글동글 야들야들 이뿌게도 생겼네....볶아 묵으모 맛나것다 근데 호박잎은 우찌 해 묵지?? " 옴마한테 전화해서 물어 볼라카다가 새댁도 아닌 것이 나이가 그리 묵도록 강된장에 호박잎도 한 번 안 해 무 밨나...?? 몸에 좋은 것은 안 묵고 도대체가 너거는 뭐 묵고 사노? 햄이니 고기, 그런 거 앤가이 묵고 야채나 나물 같은 거 마이 묵어야 건강하고 오래 사는 기라... 그래도 물어보는 것이 대견시러버서 설명을 잘 해 주시겠지만 호박잎 잘 싸 묵는 방법보다 잔소리가 더 늘어 지실것이고...^^ 먹는 것은 제대로 우찌 묵고 다니는지 참말로... 울 옴마 혀 차는 소리 들리는 듯 해서 그만 뒀다.^^ 어디 혀만 차시겠는가 맨 날 바쁘다고 동동거리고 다니는 딸이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걱정이 더 앞서 실 것 같아....... 울옴마는 나이가 드시니 양기가 입으로 다 올라가시는지 우찌나 잔소리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시는지...... ^^ 하긴 고거이 행복이것지만....^^


어쨌거나 한참을 쳐다보다 어릴 적 엄마 해 준 밥상을 기억 해 내며 뚝딱뚝딱..... 호박잎에 쌈 싸 묵을라모 먼저 강된장을 끓여야겠지.... 잘게 다진 풋고추가 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던 강된장 풋고추, 양파, 대파 다지며 재채기에 눈물 콧물 빼고 맛 나라고 버섯, 애호박 다진 것에 멸치가루도 넣고 옴마 흉내 낸다고 다른 육수 대신 생전 안 받아 먹던 쌀뜨물도 받아 붓고 세상 처음으로 강된장을 끓였다. 보글보글...... 뚝배기에 자글자글 지져지고 있는 폼새로는 영낙없이 예전 엄마가 해 준 강된장이긴 한데...... ^^ 된장찌개하면 사족을 못 쓰는 딸은 시작부터 강된장이 어떤 맛 일지 참새처럼 연신 쫑알거리더니 호기심 가득 낼름 한 숟갈 떠먹고는 "음~~~ 이 맛이야..(지가 그 맛을 아는지는 몰 것지만 ^^) 엄마, 맛이 끝내 주는데...빨리 묵자..." ㅋ 당근이 맛나것제이요. 강된장 맛은 된장맛이 좌우하는데 울옴마표 된장이니 그 맛이 오데로 갈까....^^ 찜통에 호박잎 찌고 고소한 향이 모락모락 오르는 갓지은 잡곡밥까지 식탁에 올리니..... 우히히~~~ 우찌 내가 내 스스로 이리 대견스러운지.....ㅋ




딸아이와 내가 호박잎에 밥 올리고 그 위에 강된장 한 숟갈 푹 떠 넣어 허둥대며 탐내듯 호박잎쌈을 입으로 가져가기 바쁜 반 면 아들애는 시큰둥하다 참말로.... 같은 뱃속으로 낳고 기른 자식인데 우째저리 오누이가 입맛이 다른지.....쩝... 굶거나 말거나 오늘 저녁은 강된장과 호박잎이니께 니 맘대로 하세요. 오색 찬란한 밥상에 길들여져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하여 어찌보면 볼품없는 내 추억의 밥상에 잔뜩 찌푸린 아들녀석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딸아이의 숟가락과 입은 바쁘기만 했다. ^^ 하고야 근디 우찌 밥이 고냥..마냥 들어가는 것인지...ㅋㅋ 배가 허기진 것인지 그리움이 허기진 것인지...허겁지겁....^^ 드디어 허겁지겁이 끝나고 숟가락의 놀림이 느긋해지며 찾아오는 흐뭇함과 느긋함의 행복함...^^ " 등 따시고 배 부르니께 아무 생각 없구마.." ^^ 09년 08월 강된장 보글보글 끓여 쌈 싸묵었음 / 경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