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을 돌다가 할머니께서 펼쳐놓은 여러 가지 나물들 속에
오글오글 고만고만한 것들끼리 어깨동무하고 있는 애호박이 이뻐
할머니 앞에 쭈그리고 앉아 만지작거렸다.
할머니께서 호박잎에 쌈 싸 먹으라며 호박잎도 권하시길래
옴마 생각 나 사가지고 왔다.
호박잎에 쌈은 싸 묵어 봤어도 직접 만들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면서.....
식탁위에 호박이랑 호박잎을 올려놓고는 한참을 쳐다봤다.
"동글동글 야들야들 이뿌게도 생겼네....볶아 묵으모 맛나것다
근데 호박잎은 우찌 해 묵지?? "
옴마한테 전화해서 물어 볼라카다가
새댁도 아닌 것이 나이가 그리 묵도록 강된장에 호박잎도
한 번 안 해 무 밨나...??
몸에 좋은 것은 안 묵고 도대체가 너거는 뭐 묵고 사노?
햄이니 고기, 그런 거 앤가이 묵고 야채나 나물 같은 거 마이
묵어야 건강하고 오래 사는 기라...
그래도 물어보는 것이 대견시러버서 설명을 잘 해 주시겠지만
호박잎 잘 싸 묵는 방법보다 잔소리가 더 늘어 지실것이고...^^
먹는 것은 제대로 우찌 묵고 다니는지 참말로...
울 옴마 혀 차는 소리 들리는 듯 해서 그만 뒀다.^^
어디 혀만 차시겠는가 맨 날 바쁘다고 동동거리고 다니는 딸이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걱정이 더 앞서 실 것 같아.......
울옴마는 나이가 드시니 양기가 입으로 다 올라가시는지
우찌나 잔소리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시는지...... ^^
하긴 고거이 행복이것지만....^^

어쨌거나 한참을 쳐다보다
어릴 적 엄마 해 준 밥상을 기억 해 내며 뚝딱뚝딱.....
호박잎에 쌈 싸 묵을라모 먼저 강된장을 끓여야겠지....
잘게 다진 풋고추가 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던 강된장
풋고추, 양파, 대파 다지며 재채기에 눈물 콧물 빼고
맛 나라고 버섯, 애호박 다진 것에 멸치가루도 넣고
옴마 흉내 낸다고 다른 육수 대신 생전 안 받아 먹던
쌀뜨물도 받아 붓고 세상 처음으로 강된장을 끓였다.
보글보글......
뚝배기에 자글자글 지져지고 있는 폼새로는 영낙없이
예전 엄마가 해 준 강된장이긴 한데...... ^^
된장찌개하면 사족을 못 쓰는 딸은 시작부터 강된장이
어떤 맛 일지 참새처럼 연신 쫑알거리더니
호기심 가득 낼름 한 숟갈 떠먹고는
"음~~~ 이 맛이야..(지가 그 맛을 아는지는 몰 것지만 ^^)
엄마, 맛이 끝내 주는데...빨리 묵자..." ㅋ
당근이 맛나것제이요.
강된장 맛은 된장맛이 좌우하는데
울옴마표 된장이니 그 맛이 오데로 갈까....^^
찜통에 호박잎 찌고
고소한 향이 모락모락 오르는 갓지은 잡곡밥까지
식탁에 올리니.....
우히히~~~
우찌 내가 내 스스로 이리 대견스러운지.....ㅋ
딸아이와 내가 호박잎에 밥 올리고 그 위에
강된장 한 숟갈 푹 떠 넣어 허둥대며 탐내듯
호박잎쌈을 입으로 가져가기 바쁜 반 면
아들애는 시큰둥하다
참말로....
같은 뱃속으로 낳고 기른 자식인데
우째저리 오누이가 입맛이 다른지.....쩝...
굶거나 말거나 오늘 저녁은 강된장과 호박잎이니께
니 맘대로 하세요.
오색 찬란한 밥상에 길들여져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하여 어찌보면
볼품없는 내 추억의 밥상에 잔뜩 찌푸린 아들녀석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딸아이의 숟가락과 입은 바쁘기만 했다. ^^
하고야 근디
우찌 밥이 고냥..마냥 들어가는 것인지...ㅋㅋ
배가 허기진 것인지 그리움이 허기진 것인지...허겁지겁....^^
드디어 허겁지겁이 끝나고 숟가락의 놀림이 느긋해지며
찾아오는 흐뭇함과 느긋함의 행복함...^^
" 등 따시고 배 부르니께 아무 생각 없구마.." ^^
09년 08월
강된장 보글보글 끓여 쌈 싸묵었음 / 경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