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바느질

우리도 김장했어요.^^

#경린 2010. 11. 28. 21:40




얼마 전에 친정 엄마 물으셨다. "올 해는 김장 안 해도 되것제?" 작년에 배추가 너무 좋다며 엄청 많이 담아 아직도 김치 냉장고 안에 김치통 꽤 들어 있길래 안 해도 되겠다 싶었다. "너거 할 필요 없으모 나도 안 할란다. 아직 묵은 김치 마이 있고 먹고 싶으모 갓먹을 것만 몇포기 담아서 묵지 뭐 너거도 먹고 싶으모 얘기해라 담아줄께" 하셨다. 근데 며칠 전 김치찌개할라꼬 김치통 열어보니 김치가 없다. 그 밑에 김치통도 열어보니 3분의 1, 다음 김치통도....엥....가득 들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는 모두가 빈통에 가깝다. 우짜다가 빈통들만 오글오글 가득이란 말인고.....?? 언제 우리가 그 많은 김치를 다 먹었지....?? 별시리 집에서 밥도 안 묵구마는..... 미혼인 선생님들 계셔서 인심 쓴다고 몇 통 담아주고 아들애 캠프니 야유회니 갈 때 마다 한 통씩 담아주고 학원에서 도시락 싸 가서 먹는 날 많으니 김치는 늘상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고...했지만 언제 김치통이 전부 빈통이 되었단 말인고...?? 울곰만디는 김치찌개, 김치볶음밥을 아주 맛나게 잘 만들고 자주 해서 먹기도 한다. 아마도 울곰만디가 해서 먹고는 빈통을 제대로 정리 하지 않아 그런모양이다.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아 있을 줄 알았다. 김치 없다하모 울 옴마 또 팔 걷어 부치시고 시작 하실 것인데... 손이 커셔서 했다하면 과하게 하실 것이 뻔하고..... 아직 한번도 나 혼자 김치를 제대로 담궈 먹어 본 적도 없는데.... 그렇다고 김치 없이 겨울을 날 수도 없고.... 그기머시라꼬 함 담아보지뭐...ㅎ





"만디야, 우리 둘이 이번에는 김장 한 번 담아볼까?" "엄마 김치 담아본 적 있어??" "없지만 해 보면 되지 뭐...." "그래..좋아 ^*^" 인터넷 찾아보고 하자는 곰만디에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그동안 본게 있으니께로 그냥 해 보자고 했다.^^ 잘 될 지 장담은 못하지만...ㅎ 토요일 출근해서 환경구성한다고 파김치가 되어 있는데 울곰만디가 꼭 이번주에 김치를 담궈 보자고 보챈다. 힘드니 다음주에 담자고 해도 김장을 해 보고 싶은 울곰만디의 호기심은 나를 기어이 늦은밤 시장을 가게 만들었다. 몇군데를 돌았는데 절임배추는 예약을 해야되고 내일은 일요일이라 쉬기 때문에 지금 예약하면 월요일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월요일은 안되는데... 다행히 한군데 오늘 절인 배추가 다섯포기 남아있었다. 근데 아저씨가 안계셔서 배달은 못 해 준단다. 열포기를 할려고 했는데.... 내일 일요일 아침에 오면 다섯포기 절여 놓겠단다. 그런데 역시 아저씨가 일요일에는 등산을 가야해서 배달은 안 된단다. 일단 다섯포기만 먼저 담아 보기로 했다. 알타리 무 두 단이랑 아주머니 챙겨주시는 야채 몇가지 사서 왔다.

추위에 약한 스파트필름은 타고난 근성 덕분에 따뜻한 볕이 드는 거실 차지를 했다.^^



만디는 집으로 오자마자 신이나서 야채가게 아주머니 시킨대로 절인배추를 세 번 헹구어서 채반에 받치기 부터 했다. 시키지 않아도 지 알아 하는 것을 보니 정말로 김장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나보다.ㅎ 배추 다섯포기 씻어서 채반에 받치고 욕실 나오며 울곰만디 하는 첫 말 "옴마, 배추 씻는게 정말 힘들어 할아버지 정말 허리 많이 아프셨겠다" 절인 배추 씻기는 항상 외할아버지 몫이었던지라...^^ 근데 절인배추를 씻어 채반에 가지런히 돌려가며 정리 해 논 폼새가 제법 야무지다. "너 어찌저리 곱게 수줍은 새색시 마냥 잘 정리를 해놓을 생각이 했니? 제법이네" "할아버지 하시는 것을 봤지" 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 것이 확실히 맞다.ㅋ

셀럼 잎사귀 뒤에 이 노랗고 끈적 한 점액은 뭐지?

배추랑 야채만 사오니 따로 준비할 것은 없었다. 김치를 담궈 먹지는 않지만 우리집 냉장고 속에는 양념거리가 항상 있다. 울옴마가 늘 챙겨 주신다. 안 먹는다해도 무조건 챙겨 주신다.ㅎ 몇 년 푹 잘 삭은 엄마표 멸치 젓갈 단맛을 내어줄 메실 엑기스 찹쌀풀 끓일 찹쌀가루, 햇볕에 잘 말려 빻은 고추가루에 참깨 엄마가 직접 까고 빻아 주신 마늘, 생강 일요일 아침 쫑알쫑알 참새 두마리 주방에서 분주했다. 곰만디는 알타리 무 다듬기, 야채 채썰기, 양파갈기를 함시롱 자기만 넘 바쁘단다. "원래가 시다바리가 바쁜거야" ㅎ ^*^ "근데 엄마, 김장이라는 것이 정말 일이 많으네 그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넘 고생하셨겠다" 엄마일도 잘 도와 주지만 기특한 생각도 곧 잘 하는 곰만디다.ㅎ 친정에서 김장을 하면 도와주러 가기는 하지만 언제나 전 날 두 분이서 모든 준비를 다 해 놓으면 우리식구는 가서 속만 넣으면 되었다. 근데 포기수가 워낙에 많다보니 그 속을 넣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었는데 그 많은 김치를 담기 위해서 두 분이서 며칠을 준비 하셨을것이다.

구피는 겨울이 되니 활동이 약하다. 지금은 잠자는 중^^ 근데 이넘들이 새끼를 낳지 않는다. 왜일까?? 친구말이 숫넘 둘 암넘 셋이라 숫넘이 넘 힘들어서 그렇단다...푸하하^^



양념속을 넣으면서 배추속 하나 싸 먹으니.. ㅎㅎㅎ 생각보다 맛났다. 서로 자화자찬하면서 김장하기 끝~~~ 알타리 무 두단, 배추 다섯포기... 아니 여섯포기... 양념이 남아서 시장에 뛰어 내려가 절인배추 한 포기 더 사와서 했다.ㅋ 해남땅끝마을의 속이 꽉찬 배추라 그런지 여섯포기 했는데 큰 통으로 두통 나왔다. 어쨌거나 그거 꼴랑 했는데도 온 삭신이 아프고 온 몸에 김장내음이.....안되겠다 목욕가자...ㅎ 동네 목욕탕 가자니까 울곰만디 꼭 북면 온천으로 가잖다. 에고 시다바리 한다꼬 힘들었으니께 좋다 가자 북면 온천으로....ㅎ 내일아침에는 친정옴마한테 갈거다 오늘 담은 김치 한 통 챙기고
맛난거 드시라고 용돈챙겨서...ㅎ
두 분 입맛이 까다롭지만 딸이랑 손녀가 
처음으로 담은 것이니 맛이라도 보시라고...ㅎ
10.11.28. 우리도 김장했어요. / 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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