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담양여행 - 명옥헌 . 식영정 . 소쇄원

#경린 2016. 5. 6. 21:01

 

연못 주위로 소나무와 목백일홍 군락이 아름다워 민간정원의 백미로 불리는 명옥헌은

조선중기 명곡 오희도(1583~1623)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곳으로

그의 아들 오이정이 선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은둔하면서 가꾼 정원입니다.

 

 

산기슭을 타고 내리는 계류를 이용하여 정자와

원림(자연을 조경삼아 더불어 집과 정자를 배치)을 조성하였고

 

 

정자의 한 가운데 방을 두고 가장자리로 'ㅁ'자 형태의 마루를 배치한

호남지방 특유의 평면을 지닌 정자입니다.

 

 

 

정자 방에 앉아서 보는 풍경

 

산기슭을 타고 내리는 계류를 이용한 위 연못과 아래연못을 바라볼 수 있도록

북서향으로 앉은 정자는 자연스런 기단과 지형적인 입지적 특징으로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산 위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며

동남쪽으로는 크게 자라는 느티나무를 심어 낮 동안의 햇볕을 막아 준다합니다.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평온하면서도 아름답고 바람은 어찌나 시원한지요.

 

 

한여름 붉은 목백일홍이 피어나면 전국의 진사님들이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 위해 모여 드는 곳

 

 

주위의 산수경관이 연못 속으로 내려앉은 위로 붉은 백일홍 꽃잎이지면

연못물이 온통 붉은색의 무릉도원이 된다지요.

 

 

언젠가 이웃님의 블러그에서 그 아름다운 무릉도원의 풍경을 보고

꼭 와 보고 싶었더랬지요.

목백일홍은 한참 잎을 올리고 있는 계절이라 꽃은 더 있어야겠지만

주변의 자연경관만으로도 충분하였습니다.

 

 

계곡물이 흘러 네모 난 위 연못을 채우고 다시 그 물이 돌아 아래의 연못으로 흘러갑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마치 옥구슬이 부딪치는 것만 같다고 하여 '명옥헌'이라 했다합니다.

정자 위의 연못 사이즈가  작긴 하였는데

못 중앙에 섬을 둔 형태는 같았습니다.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는 노목의 뿌리 부분에서 다시 새생명을

올린 목백일홍의 모습에서 생명의 신기함을 봅니다.

 

 

 

울도 담도 대문도 없이 자연그대로 지금도 오는이 가는이에게 오픈 되어 있는 명옥헌

배롱나무 붉은 꽃 절정인 8월의 어느 여름날을 다시 기약해 봅니다.

 

 

식영정을 가기 위해 주차한 곳이 한국가사문학관 주차장이었습니다.

담양이 가사문학의 산실이자 본산임을 보여주는 곳으로

본관과 부속건물인 자미정, 세심정, 산방, 전통찻집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사문학관 옆으로 작은 문이 있어 들어가봅니다.

 

 

돌맞이 기념사진인지 동자의 사진찍기가 한창이었습니다.

고택과 동자의 모습이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요런 기념촬영도 참 좋은 아이디어다 싶습니다.

 

 

복원된 부용당과 서하당을 둘러봅니다.

식영정은 어디지? 이 곳인가? 아닌가?

광주호가 내려다 보인다했는데 보이지도 않고 바람도 없고....이상타..??

 

 

휘휘 둘러보고 나오다 만난탑

 

 

탑 옆으로 돌계단이 있어 올라가볼까 말까 고민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뭐가 있는지 올라가보기로 했지요.

 

 

 

안올라 와 봤으면 어쩔뻔 했을까나요.

바로 그 곳에 우람한 소나무가 지키고 있는 식영정이 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 '식영정 20영' 등 한시와 가사 및 단가 등을

남겨 송강 문학의 산실이 된 장소라고 합니다.

 

 

그림자가 쉬어 가는 정자 '식영정'

 

예전에는 배롱나무 줄지어 선 증암천(자미탄=자미(배롱나무)/탄(여울)의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었으나 광주호가 준공되면서 거의 물속으로 잠겨 버렸다합니다.

그래도 정자에 앉으니 광주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시원하였습니다.

 

 

식영정에서 바라 본 광주호

 

옛날에 자기의 그림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는데, 빛이 있는 곳에서는 항상 쫓아오던 그림자가 나무 그늘

아래로 달아나자 없어지는 것을 보고, 그림자를 없애는 방법은 그늘에

숨던지 빛이 없는 곳에 머무르는 수밖에 없다'고 한 장자의 글에서 인용하여,

임억령 자신을 마치 그림자가 싫어 그늘에 숨는 고사의 주인공처럼

지금까지의 자신의 흔적으로부터 벗어나고픈 간절한 소망에서 정자의

 이름을 명명하였다고 임억령이 지은 '식영정기'에 밝히고 있다.

 

 

 울창한 대숲을 따라 소쇄원의 광풍각과 제월당을 만나러 갑니다.

 

 

조선 중기 문인인 양산보(1503~1557)가 스승인 조광조가 바른정치를 구현하다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사약을 받고 절명하는 것을 지켜보고

고향의 자연에 묻혀 지내기로 결심하고서 꾸민 대표적 별서정원이 '소쇄원'입니다.

 

 

'

앞 쪽이 비 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의 사랑채 광풍각(光風閣)이고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의 안채 제월당(霽月堂)입니다.

구조는 명옥헌과 같은 구조였습니다.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우리나라 대표적 원림으로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절의가 풍기는 아름다움을 가진 민간 최고의 정원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소쇄원이란 명칭은 양산보의 호인 소쇄웅에서 비롯되었으며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한적하였던 명옥헌이나 식영정과는 달리 소쇄원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정자에 누워 유유자적하다 왔는데 광풍각과 제월당에는 사람들이 많아

살짝 마루에 걸터 앉아 지나가는 바람과 인사하고 왔습니다.^^

 

 

오곡문 담장 밑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

자그마한 우물속을 들여다보니 깊이는 지면과 같아 깊지 않았습니다.

 

 

 

경치가 아름답지요.

그 옛날에는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지 .......^^

휘휘 둘러보면 10분도 아니 될 공간이지만 저 마루에 걸터 앉아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젖어 있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자연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전라남도 여행

마음가는대로 몸가는대로 삶에 보석같은 휴식의 여행길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