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거제의 아침 / 바람의 언덕

#경린 2016. 7. 9. 17:59


비가 살짝 흩뿌리는 밤에 거제의 예약해 둔 곳에 도착하여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그 곳이 몽돌해수욕장 바로 옆이었습니다.

남원가서 숙박시설 찾아다닌 곤혹을 치루고는 혹여하여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고 왔었는데

몽돌해수욕장 근처에는 숙박시설이 아주 많았습니다.

팬션도 많고...^^


해안가는 주로 모래사장이나 아니면 굴이나 홍합 등 바다 것들이 잔뜩 붙은 바위들이 주로

상상이 되는데 몽돌해수욕장 해변은 온통 몽글몽글 몽돌만이 가득합니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면서 내는 몽돌구르는 소리도 다른 해변에서는

들을 수 없는 특색이 아닌가 싶습니다.


목적지가 몽돌해수욕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몽돌 구르는 소리만 잠깐 듣고

장사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대포항으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혹여 배가 못 뜨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해경에서 출항을 금지하고 있어 배도 사람도 모두 대기상태로 첫배 시간을

훌쩍 넘겨 버리고 마냥 안개가 물러나 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첫배와 다음배 사이의 틈은 2시간 반

그냥 있기도 그렇고 아침이나 먹자하고 들어간 대포항 근처 게장정식집

차려진 밥상을 보고 아침부터 너무 과한거 아닌가 싶었지요.

그런데...과한 것이 문제가 아니고...이건...뭐...으이그....

성게 퐁당 빠졌다 나온 듯한 성게미역국도

파전도 잡채도 심지어는 밥도

어제 저녁의 것을 그대로 내어놓았지 뭡니까...

사실 집에서야 그렇게도 잘 먹는 편인지라 뭐...하고 일단은 먹었는데

결국은 탈이 났더랬습니다. 화장실 몇 번 왔다갔다하였지요.

지기는 괜찮았는데 저만 그런것을 보면 음식이 문제가 아니고

평소와는 달리 아침을 너무 과하게 먹어서 장이 놀란 듯....^^

하지만 이런 성의없는 아침 식사영업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개는 쉬이 걷히지 않았지만 다음배는 출항할 수 있을거라 하여

근처 바람의 언덕을 둘러보고 오기로 했습니다.

바람의 언덕쪽은 상시 정체구간이므로 거제 오더라도 차가 붐비는 시간대에는

피하는 것이 좋은 곳입니다. 하지만 아침시간대에는 공기도 상큼하고

사람들도 많지 않아 아주 좋았습니다.

아침 이른시간의 바람의 언덕 완전 강추입니다.^^



마을의 북쪽에 자리를 잡은 바람의 언덕은

이름 그대로 바람이 많이 부는 언덕으로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좋은 곳입니다.

원래의 지명은 '띠밭늘'로 불렀으나 2002년경부터

'바람의 언덕'으로 지명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


'띠밭늘'이 뭔 뜻인지 찾아보니 띠가 덮인 언덕이라고 하네요.^^

근데 또 '띠'는 무엇인지...ㅎ

띠는 풀이라고 합니다.

 '떼'의 사투리로 잔디같은 풀..아니 풀같은 잔디??^^로

무덤에 떼도 입히지 않아서...라고 하는 표현이 있다는게 생각이 났습니다.^^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없이 평화롭습니다.

띠가 잘 덮힌 언덕과  넓고 고즈넉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며
한참을 들여다봐도 지루하지 않은 한가롭고 투명한 수채화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민둥산언덕 말고, 바람 말고, 파란바다 말고 뭐 볼게 있어 할 수도 있습니다.

 

 

언덕 벤치에 앉아 오는 바람을 맞으며 탁트인 바다를 바라보면

한 짐 어깨에 올려졌던 무거움이 새털같이 가벼워지는 마음 가벼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강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넉넉함을 안은 해풍도 그만이구요.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제의 명소가 된 듯합니다.


바람의 언덕을 내려오면 근처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시원한 바다를 내려다보며

산책할 수 있는 신선대 산책로가 있습니다.


거제의 비경과 파란바다를 가까이서 맘껏 만끽할 수 있는 코스이므로


바람의 언덕 가실 때 함께 둘러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남해쪽의 해안지방은 또 동백꽃으로 유명하지요.

바람의 언덕에도 수령 높은 동백꽃 군락지가 있고,

어딜가나 이렇게 예사롭지 않은 기품의 동백나무 군락이 잘 조성되어 있어

추운날에 발걸음하셔도 빨간 동백의 매력에 빠져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거제여행에서 알게 된 것은 수국이 아주 많다는 것입니다.

장사도 수국을 보기 위해 찾아왔는데 와서보니 거제 시내 곳곳의

도로 가로수길에는 온통 수국 천지였습니다.


요런 접시꽃 아가씨들의 눈웃음도 차암 매력적이었구요.


바늘꽃 가득한 공원산책로도 섬을 찾은 이방인에게

함박 웃음을 선사 해주는 아리따움이었습니다.


이른아침에는 안개 잔뜩 끼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통과하였다가

대포항으로 되돌아 가는 길에 혹시나하여 다시 들린 여차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풍경입니다.

맑은 날씨에는 소매물도까지 다 보여주는 전망대입니다.


바다 위에 동실동실 떠 있는 듯한 크고 작은 섬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런 전망대가 거제에는 여럿 있습니다.

도로를 달리다가 전망대 이정표를 만나시면 잠깐 내리시어

탁트인 비경에 한 번 빠져보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