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강건한 아름다움 - 맨드라미

#경린 2016. 8. 28. 19:42

 

 

 

맨드라미는 고려후기 대표적인 문인 이규보(1168~1241)의 작품에

등장한 것이 최초의 기록으로 이규보는 자신의 집에 핀 맨드라미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여러 편의 작품 속에 맨드라미의 모습을

아리따운 처녀, 강건함, 용기 등으로 표현하였다.

 

다른 꽃과 달리 늦게까지 필 뿐만아니라 거친 바람과 소나기에도

강건한 자태를 칭송하며 다른 꽃들은 따를 수 없다고도 했다.

 

닭벼슬을 닮아 옛날에는 계관화라고 불렀으나, 우리말 맨드라미는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꽃'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맨드라미는 주로 담 밑이나 장독대 밑에 심는다. 이것은 지네의

침입을 물리친다는 중국의 전설에서 비롯 된 민속의 영향이다.

닭이 지네를 잡아 먹는다고 하더만 아마도 닭벼슬 닮은 꽃이라

이러한 전설이 생겨난 듯하다.

 

 

 

 

맨드라미 - 이규보

 

 

온갖 꽃 피고진 지 이미 오래이건만

가만히보니 이 꽃은 오래도 가누나

서리를 업신여긴 국화와 늦게까지 진하니

무슨 꽃인들 서로 비교가 되랴

 

온갖 태도 볼수록 새로우니

꼭 닭머리는 아니지만 닭머리와 똑 같구나

아무리 읊어 비유해도 끝내 신통치 못해

어찌 꽃다운 마음 벌써 시든 것이 아닌가

 

어지러이 성하게 피어 높기도 혹은 낮기도

붉은 깃발처럼 찬란하여 가지런히 서 있네

온갖 꽃은 마치 얇은 비단 가위질 해 놓은 것 같지만

이 꽃은 마치 두꺼운 명주에 자주색 물들인 것 같구려

 

줄기의 치밀한 결 조금 연약하지만

 거친 바람 소나기에도 끄떡 없다네

모란꽃 작약꽃은 잠깐인데다

그 절색 또한 우리가 바랄 바 아니지만

 

다음가는 것이나마 오래 볼 수 있으니 조금 낫구려

서시를 한 번 보고 마는 것 보단

들으니 그대는 조격(調格)을 바꿔 읊는 일을 피하고

불서(佛書)만을 읽는다더군

 

 

 

 

 

언제부턴가 '나도 꽃이다'하는 종류의 꽃들이 좋아졌다.

그냥 마냥 좋다. 그런 꽃 중 하나가 맨드라미다.

누구는 볼품 없다. 괴상하고 징그럽다. 이상하다 라고도 하고,

예쁘다는 소리 들어보지 못하는 꽃이기도 하지만

그 무더운 여름의 열기 속에서도 아무 불평 없이

머리 꼿꼿이 들고 더위와 싸워 이긴 장한 꽃

다른 꽃들 피고 지고를 하거나 말거나 그 가녀린 꽃대 하나 믿

비바람도 작열하는 태양도 무섭다 않는 꽃

그런 맨드라미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