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불국사의 가을과 겨울 사이

#경린 2016. 11. 30. 11:09

 



 


 

가을과 겨울 사이

가을 절정의 아쉬움과

겨울을 준비하는 조용한 분주함

 

 

 

 

 

가을과 겨울 사이 / 황라현

나뭇잎이 팔랑거리며
옷 벗는 소리를

흘깃흘깃 곁눈질로 훑으며
감성을 점검할 사이도 없이

가을은 아득한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파고들던 그리움
그 틀 안에 갇혀서

터는 일이 혹독하더니만
나무가 몸을 털어 여문 씨앗을 뱉듯이

내 속에 허천나게 갈구했던 것들도
톡 뱉어져 나왔습니다

비명 내질러도 까딱도 않을 기다림마저
가느다랗게 되어 파르르 떨어지고
서글픔만 안고 끝내 홀로 남았습니다

다 떨구어 버리고
서운함에 퉁퉁 불어 있는 마음

녹녹할 때까지
사람들로부터 멀치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불국사 국민 사진 포인트 자리 계단에 옹기종기 나란히나란히 앉아

기념 사진 촬영을 하는 교복 입은 중년의 한 단체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여행을 온 남녀동창생들인 듯하였는데

그 시절로 돌아간 그들에게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재잘재잘 까르르르~~~~~

 

학창시절 수학여행 코스로 감초 같았던 곳이 경주 불국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중학교 때는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을 갔었고 고등학교 때는 사복을 입고 갔었더랬지요.

고1때까지는 교복을 입었었고 고2때부터 사복을 입어 교복과 사복을 다 맛본 세대입니다.^^

 

하얀 카라에 주름 잘 잡힌 교복치마를 입고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참 불편하였겠다 싶으지만

의외로 불편하였다는 기억은 없습니다.

 

학창시절...있는 듯 없는 듯 조신한(?)편이어서 수학여행에 대한 재미난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우짠지 아쉬움입니다.

수학여행은 소풍보다 더 큰 기다림이었고 소소한 일탈에 대한 기대감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뭐 큰 일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끽 해야 선생님 몰래 맥주나 소주 한 잔 하는 정도...

옹기종기 뱅글뱅글 모여 앉아 고스톱 치는 정도...

버스타고 이동하는 동안 밤잠 안자고 설친 친구들 얼굴에

살짝 그림 그려놓고는 좋아라 깔깔댄 정도....ㅎㅎ


요즘은 수련회라고 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친구들과

함께 훈련도 받고 숙식의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때는 가족여행이 그리 흔한 일도 아니었거니와

수학여행이 집을 떠나 친구들과 무리지어 2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었습니다. 그래서 설레임이 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활달하고 발랄하고 싱그러운 그 시절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처럼 넘치는 에너지

요즘 같이 좋은 세상

공부만 강요하지 말고 그 시절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에너지를 발산하며

추억 할 수 있었으면 차암 좋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하였습니다.

 

 


 

 

 


 

 

 


 


 

 

불국사

사시사철이 아름다운 곳이라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특히나 옛것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가을의 품격을 한층 더 해주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01

02

03

진달래 

개나리 

장미 


가을과 겨울 사이 끼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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