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지리산 뱀사골 계곡과 와운마을 천년송

#경린 2017. 8. 5. 23:44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가 본 기억이 있는 뱀사골 계곡

계곡을 따라 해발 750미터 깊숙한 골짜기에  구름도 쉬어 간다는 와운마을

여름휴가를 아이들과 그 곳에서 보내기 위해 펜션을 예약 하였습니다.

민박보다는 펜션이 아이들에게 편할 듯 하여 급하게 연락을 하였는데

방이 달랑 하나 남았다하여 아이들과 한 번 상의도 못하고 예약을 하였더랬습니다.


뱀사골 계곡 입구에서 와운마을까지는 차로 10여분인데 굽이굽이 산길이

외길이라 오전9시 이후부터는 차량의 통제를 막고 와운마을에서 운행하는

셔틀차량을 타고 올라가야만 한다하여 새벽 일찍 집을 나서 와운마을로 갔습니다.

첩첩산중 해발 750미터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하더만 올라가는 길이

그야말로 낭떠러지를 안고 구불구불 외길이라 올라가는 내내

머리카락이 쭈삣쭈삣 오금이 저렸습니다.

아들이 운전을 하였길래 망정이지....휴~~











첩첩산중을 울친정아부지께서는 이산 저산 작대기 걸치면 걸쳐지는 산골이라고 하셨는데

참으로 와운마을이 그러한 곳이었습니다.

작은 마을에 민박과 펜션이 계곡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조용한 마을이었습니다.

예약한 펜션에 차를 주차하고 근처 계곡으로 내려 갔습니다.


이른아침이라 계곡은 조용하였고 저 맑고 깨끗한 물이 우리들 독차지였습니다.^^

아침시간에는 물이 너무 차가워 들어갈 엄두를 못 낼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뱀사골 계곡이라해도 날이 가물어 물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어찌나 물이 맑고 깨끗하고 청정한지 그저 감탄스러웠습니다.


나야 워낙에 이러한 곳을 좋아라하니 그렇지만 스물일곱짤과 스물한짤 짜리들은 어쩔라나

사실 낭떨어지를 아슬아슬하게 굽이굽이 올라올 때부터 은근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왠걸요.

계곡의 얼음처럼 차가웠던 낯설음도 잠깐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자

튜브타고 놀기와 수영하기,

물총싸움에  물총으로 누가누가 돌을 빨리 넘어 뜨리나 게임에

진 사람은 뒷짐지고 얼굴 대 주기, 물수제비 뜨기,

어디선가 나타난 메기와 술래잡기, 계곡 탐험 등 어찌나 잘 노는지...ㅋㅋ








그런데 그렇게 놀다보니 시원하라고 계곡물에 넣어 두었던 콜라가 깜쪽같이 사라졌지 뭡니까

그 곳에는 우리밖에 없었고 계곡물이 흘러 내려가는 입구에는 제가 계속 발담그고 앉아 있었으며

아래 풀장같이 넓은 물속에서는 아이들이 놀고 있어 아래로 떠 내려갔다면

분명 보았을 것인데......물살도 그렇게 빠른편이 아니었는데.....

그 상황에서 울 스물일곱짤 왈 "다람쥐들이 메고 갔네"합니다.ㅋㅋ

정말 다람쥐들이 많기도 하였거든요. 그래도 그렇지...ㅋㅋ

그러자 울 스물한짤 왈 "아냐 다람쥐는 너무 작아 청설모가 메고 갔네"

아이고..맙소사...1.5리터 콜라병을 갸들이 우찌 메고 간단 말이고....^^

울 아들 한 술 더 떠 다람쥐가족이 메고 갔다면 멀리 못 갔을거라며

이쪽저쪽 뛰어다닙니다...하이고....그러고 놀았습니다.^^


바깥은 35도 폭염으로 외출을 삼가하라는 문자가 핸폰으로 날라오는데

계곡은 너무나도 시원하였지요. 아니 너무 차가워 물 속에 오래 있을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계곡에서 실컷 놀고 근처 백숙집에서 석이버섯 들어간 한방약백숙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또한 어찌나 시원한지 정말 신기하였습니다.

백숙집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는데 그 폭염 속에서 하나도 더운 줄을 모르고

백숙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백숙집에서는 계곡물을 끌어 올려 집 지붕에

계속 뿌려주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더 시원한 듯하였습니다.




에어컨과 선풍기는 식당에만 없는 것이 아니고 펜션에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이걸 어쩌나...내려가서 선풍기라도 달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그건 정말 쓸데없는 우려였습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에어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청량함으로 어찌나 시원한지

열대야에 몇 번이나 깨어났던 도시의 밤과는 비교할 수 없음이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보며 맛나게 저녁도 먹고 너무나도 편안히 곤히 잘 잤더랬습니다.

추워서 이불까지 덥고 잤고 아이들도 잘 잤다 하였습니다.^^


이른 아침, 구름도 쉬어가는 명품 와운마을을 지키고 있는 지리산 천년송을

보러 펜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 가 보았습니다.








아침안개가 산 허리를 안고 햇살속으로 사라져가는 모습에 한참을 넋 놓고 보았더랬습니다.


천년송은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 해 있어 살짝 잠깐만 오르면 만날 수 있습니다.

지리산 천년송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매년초에 제사를 지낸다고도 합니다.









모진 바바람을 이겨내고 와운마을을 내려다보며 꿋꿋이 서있는 할머니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아버지 나무도 할머니 나무 바로 위쪽에 있었는데

와운마을의 천년송은 이 할머니 나무가 주인공으로 그 자태 또한 고고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것이 아주 멋졌습니다. 그에 비해 할아버지 소나무는

외소 해 보였는데 그 이유에 대해 울 딸냄이 왈 

"나이 들면 원래가 여자들이 더 이쁘고 품위 있어 그래" ...ㅋㅋ



할아버지소나무는 할머니 소나무를 눈이오나 비가오나 그윽하게 바라다보고 있습니다.^^





올라갈 때는 낯설면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불안감까지 주었던 와운마을 올라가는 외길이

내려올 때는 그 사이 익숙해진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티브에서 보던 그 청정한 맑은 물을 실제로 보아 좋았고

왜 명품마을이라고 하는지 지내보니 알겠다며 다음에 결혼해서 아이 낳고하면

다시 다같이 오자고 하기도 하였습니다.^^


35도가 넘는 폭염주의보...체감온도는 40도 이상

그 속으로 다시 돌아오니 구름도 쉬어가는 명품 와운마을에서의

짧은 휴가가 꿈만 같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