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배롱나무

#경린 2017. 8. 20. 00:42

배롱나무는 중국 남부가 고향이며,

중국 이름은 당나라 장안의 자미성에서 많이 심었기 때문에 자미화(紫微花)라고 했습니다.
글자로는 보라색 꽃이지만 붉은 꽃이 흔하고 흰 꽃은 가끔 만날 수 있는데, 저는 송광사에서 본 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나무타기의 명수인 원숭이도 떨어질 만큼 미끄럽다고 하여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고 부른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목백일홍 또는 배롱나무라 부르는데 백일홍나무 > 배기롱나무 > 배롱나무로 변했다고 합니다.



1254년에 쓰인 보한집(補閑集)에 자미화(紫薇花)가 언급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도 그 이전부터 심었던 것같습니다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동래정씨 재실인 정묘사에는 우리나라 최고령 배롱나무가 있는데,

수령이 약800년으로 추정되며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배롱나무는 꽃이 오래 피는 특징 말고도 껍질의 유별남이 사람들의 눈길을 끕니다.
오래된 줄기의 표면은 연한 붉은 기가 들어간 갈색이고,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얼룩무늬가 생겨 반질반질해 보입니다.



가지가 반질반질해 간지럼을 태우면 실제로 꽃잎이 흔들리는 모습이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일 뿐입니다. 식물에 작은 자극을 일일이 전달해 줄 만큼 발달한 신경세포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줄기가 비슷하게 반질거리는 모과나무를 간질어 비교해 보니 잎이 커 흔들림을 감지하기 힘들었습니다.
배롱나무를 간지럼 나무라 할 이유가 충분해 보였습니다. ^^



배롱나무는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며, 빨리 성장하고 가지를 많이 만들어 쉽게 키울 수 있지만,

추위에 약해 주로 충청남도 이남에서 자랍니다.
전라북도와 경상북도의 도를 상징하는 꽃으로 지정되어있으며, 예로부터 사찰이나 서원, 종택 등에 많이 심었습니다.



백일홍 _ 도종환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시인의 말처럼 꽃 하나하나가 이어 달리기로 피기 때문에 100일 동안 피는 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꽃들은 꽃대마다 거의 동시에 피는데,

 배롱나무 꽃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꽃이 피는데 몇 달이 걸리기에 백일홍이란 이름을 얻었나 봅니다.
배롱나무를 관리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한해에 피고지고 하면서

열흘에 한번 정도씩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_배롱나무 전설_


옛날 남해안의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는 해룡(海龍)이 파도를 일으켜 배를 뒤집어 버리는 심술을 막기 위해 매년 처녀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해마다 마을에서 가장 예쁘고 얌전한 처녀를 선발하여 곱게 화장을 시켜 바닷가 바위로 보내 해룡이 데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마침 왕자님이 마을에 나타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 처녀 대신 바위에 앉아 있다가 용을 퇴치한다.
마을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얼마 동안 머물던 왕자는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랑에는 마가 끼는 법, 왕자는 마침 출몰한 왜구를 퇴치하기 위하여 100일 뒤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마을을 떠나버린다.
매일 먼 바다를 바라보며 왕자를 기다리던 처녀는 그만 깊은 병이 들어 100일을 다 기다리지 못하고 죽고 만다.
약속한 날짜에 돌아온 왕자는 그녀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서울로 되돌아갔다.


이듬해 무덤 위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더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마치 왕자를 기다리듯 매일 조금씩 피는 꽃이 100일을 넘겨 이어지므로, 사람들은 이 나무를 백일홍 나무라 부르게 되었다.




배롱나무로 유명한 곳은 담양 명옥헌,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 경주 서출지, 안동 병산서원 등이 있는데,
특히 담양 후산리 명옥헌에는 키 4~10여 미터, 줄기 둘레 30~150센티미터의 고목

100여 그루가 모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롱나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녀본 곳 중 배롱나무로 유명한 곳 몇 군데 소개합니다.







▲ 담양 명옥헌




▲ 대구 현풍 도동서원





▲ 안동 병산서원




▲ 순천 송광사





▲ 밀양 영남루



▲ 밀양 표충사


참고문헌: 백과사전 우리나무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