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도산서원의 배치에 숨겨진 건축의 지혜

#경린 2017. 10. 28. 13:34



주말 아침 리모컨 들고 뒹굴뒹굴 하다 보게 된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지난 여름 다녀 온 도산서원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게 되었다.

다녀온 곳이라 그런지 눈에 선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아하~~하는 감탄사와 함께...^^


발길 닿는 대로 모르는 곳 찾아 가는 재미도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고 보면 그 위에 또 다른 재미가 얹어지는 맛도 있다.


퇴계이황선생이 만년에 노후를 보내기 위한 곳

공부를 하면서 교육을 할 수 있는 곳

산과 물이 어우러진 곳으로 찾아낸 곳

그 곳이 도산서원이다.



퇴계선생은 시원한 냇가가 앞마당인 산기슭 아래쪽 비탈이 완만한 곳에 서당을 세웠다.

직접 설계하고 4년에 걸쳐 지으셨다 한다.

퇴계선생 사후 제자들이 퇴계선생의 위패를 서당 위쪽에 모시면서

산기슭 위쪽 조금 경사가 급한 곳에 여러 채의 건물이 세워졌다.

공간을 수직으로 이용하는 형태가 되었다.


주변 풍광과 서원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넓직하면서도

시원스러웠던 병산서원과는 달리 좁고 오밀조밀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알쓸신잡' 프로를 보면서 거기에 숨겨진 지혜를 알 수 있었다.

아하~~ 감탄하며 다시 도산서원을 눈으로 밟아 본다.




알쓸신잡의 도산서원에서 나에게 반짝였던 부분은

건물을 보면 심장이 뛴다는 유현준 건축가의 설명들이었다.


영화나 소설들이 장면에 따라 기승전결이 있듯이

건축물 또한 걸어가면서 보면 눈으로 읽히는 게 있고 기승전결이 있어

영화를 보듯이 책을 읽듯이 공간들과 소통하게 된단다.

건물과 건물사이 공간이 있고, 계단이 있고,

그 사이사이 담장이 가로질러 가며 레이어가 계속 있는 것이라 한다.



도산서원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


미국처럼 공간이 넓으면 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건축을 하게 되어 고속도로가 발달하고

일본처럼 공간이 좁으면 시간을 지연시키는 건축을 한단다.

시간을 지연 시키는 건축??

길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여러채의 집들을 세워 놓고 담장을 나눠 놓는다.

이렇게 하면 복잡한 미로로 안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고 한번에 한 장면만 보게 되어

실제보다 공간을 더 넓게 생각하게 된다.

안보이게 복잡한 미로 같은 배치로 전체 공간이

머릿 속에 안 그려지게 하는 것이다.


도산서원은 양쪽이 산으로 되어 있는 분지로

좁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는 장치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01

02

03

04

도산서원

도산서당 

농운정사 

광명당 



바위틈에 도움이 되는 곳

시원한 냇가가 앞마당 인 곳


도산서원에 층층이 녹아 있는 기승전결을 따라 가 보자


공부하는 공간 도산서당

서원관리자들이 기거하는 공간인 고직사

제자들을 위한 기숙사 농운정사

도서관인 광명당

대강당으로 쓰인 전교당


여기에서 농운정사의 건물은 ‘공()’자 모양이었는데

 유현준 건축가의 말로는 ‘공()’자 모양은

풍수지리적으로 충돌을 의미하여 안 쓰는 배치라고 한다.

제자들이 기숙하며 공부하는 공간을 ‘공()’자 모양으로 한 것은

아마도 제자들의 학문증진을 위한 퇴계 이황선생의 깊은 마음씀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황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사가 모두 여덟 칸인데, 재의 이름은 시습이요,

요의 이름은 지숙이요, 헌은 관란이라 하고, 합하여 농운정사라 하였다.”

이황은 처음에 국자 모양으로 짓기를 바랐으나

법연은 도투마리집 형식을 생각하였고,

정일에 의해 완성된 집은 법연이 생각하였던 대로였다.

이 집이 ‘공()’자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공부가 성취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백과사전에서 가져온 글



도산서원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


유현준 건축가가 선조들의 아름다운 과학적 이유를 쉽게 풀어 내어

해주니  듣는 이들은 감탐스럽고 지루하지 않으면서 재미졌다.


도산서원의 배치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고

‘추녀’에 대한 이야기도 그랬다.

 추녀는 목조건물에서 처마와 처마가 만나는 부분.

유현준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 미학은 나무가 비를 안 맞게 위함이다”고

운을 뗀 뒤 “햇빛이 들어오도록 들어준 거다.

처마 곡선이 아름답다고 자꾸 우기는데, 위도가 낮아질수록 급해진다.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거다”고 하였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디자인 대부분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온 답이다”는 말도 더했다.

이외에도  “동양에서는 안에서 밖을 보는 걸 중요시한다.

병산서원이 밖에서 보면 별게 아닌 건축물인데

만대루에 올라가면 경치가 병풍처럼 쫙 보인다”

 “소통을 하려면 방에 창문을 뚫어야 한다” 등의 지식을 늘어놨다.


인문학적 토대 위에서 집을 이해하는 건축가 유현준

건축학도를 꿈꾸는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 해 주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