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경린 2017. 12. 3. 20:33

 

 

자작나무라는 하얀 나무를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하얀수피의 아름다움도 그렇고 그 수피위에 도끼 자국같은 뽀인트 자국도 그렇고

계절마다 달리하는 잎의 색감도 그렇고 실제로 만나기 그 이전부터

사진으로 먼저 접해 친숙해지고 좋아했던 나무인지라

어디를 가서 한 두그루만 만나더라고 어찌나 반가운지

눈이 귀한 남녘에서 눈 오는 날을 만난듯 하였더랬습니다.^^

 

 

 

지난번 친구들과의 북해도 여행에서 자작나무 군락지를 보고 난 뒤

더 자작나무의 하얀 매력에 홀려 자작나무의 군락지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 원대리를 꼭 가 보고 싶다하였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습니다.

 

출발하기 전 인터넷으로 먼저 알아보니 겨울에는 산불조심 기간으로 입산을 금지한다는

입간판이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 못 올라가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블러그들에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던데...

혹시나 헛걸음을 할까봐 인제 자작나무 관리 사무실에 전화를 하였더니

동절기에는 약간의 시간제한을 두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한다 하였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입구에서 자작나무숲까지는 3.2km정도였는데 1시간 동안 오르는 길이 계속 이런 오르막이라

좀 힘든길이었습니다. 헥헥 아이고 힘들어...여름에는 절대로 못 올 길이여...헥헥 ㅎㅎ

눈이 쌓이는 한겨울에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야 할 듯 합니다.

 

 

 

1시간동안 오르막을 계속 올라가면 감탄사 절로 연발하는 자작나무숲을 만납니다.

아침햇살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숲이 어찌나 환상적인지

이래서 인제 자작나무숲이라하는구나 싶었습니다.

힘들게 올라 올 보람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자작나무 숲에서는 이렇게 카메라를 살짝 흔들어 찍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ㅎㅎ

 

 

 

 

밤새워 연애 편지를 썼었습니다


물에 젖은 채로도 불에 넣으면 '자작자작'하며 타들어 간다는 자작나무. 하얀 수피가 너무나 아름다워 옛날 우리 조상들이 무척 귀하게 여겼지만, 워낙 추운 곳에서만 자라는 탓에 남한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다.
(닥터지바고)의 눈부신 설경을 기억하는 사람은 자작나무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눈이 시릴 만큼 하얗게 펼쳐진 설원 위에 하얀 수피를 입고 하늘로 곧게 뻗은 자작나무 숲을.
예로부터 내려오는 자작나무에 관한 전설 하나.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를 조심스럽게 벗겨 수피 그 위에 때묻지 않은 연정의 편지를 써서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단다. 이루지 못한 사랑일수록 자작나무로 만든 편지가 힘을 발휘한다나.

우종영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중에서


 

 

사랑이 이루어지길
가슴으로 간절히 바라며
그 옛날 많은 연인들이
자작나무의 수피 위에
말 못 할 애끓는 연정을
담아 보냈다지요.


내 사랑하는 그대에게
밤새워 편지를 씁니다.


그 혹독한 추위도 이겨낸
부드럽디 부드러운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위에


눈송이처럼 쌓여만 가는
그대 향한 고운 연정을
날마다 까치발로 서서
그대 기다리는 마음을


자작나무의 하얀 속살에
하얀 내 그리움을
깨알같이 적어내립니다.


그대 은혜하는 맘을 담아


자작나무 연서 / 경린


 

 

자작나무 수피에 편지를 쓸려고 하였음일까요

살아있는 나무의 옆구리 수피를 뜯어가 상처 받은 나무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차암 사람들은 잔인도 하지요.

쓰러져 있는 나무들도 있고 울타리로 만들어 둔 나무들도 많더만

어찌 살아있는 나무의 피를 벗겨 갈 생각을 하는지.....에효..

 

 

 

제가 갔던 날은 자작나무숲 오솔길 울타리를 정비하시고 계셔

울타리에 사용하는 자작나무 막대를 몇개 얻어왔습니다.

자작나무는 수피만 하얀 것이 아니고 속도 완전 하얀색이었습니다.

근데 집에 가져다놓으니 겉은 그대로 하얀색인데

속은 점점 베이지색으로 변하여갑니다.

 

 

 

자작나무 숲에서는 드러누워 하늘을 또 봐 줘야 한다합니다.^^

 

 

 

 

참으로 기분이 좋은 숲이었습니다.

바람이 많이많이 불어 단풍 든 잎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매력적인 숲이었습니다.

봄에는 봄의 연두가, 여름에는 초록의 신록이, 가을에는 노란 황금빛 단풍이,

겨울에는 겉도 속도 하얀 자작나무 같은 온톤 하얀 천지의 숲이

그때그때 마다 힐링되는 숲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