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민들레 꽃 피우기 1

#경린 2018. 4. 14. 18:11

 

 

 

바람 따라 자유롭게 날고 싶은 민들레가 학원을 찾아 온 것은 3월말 즈음이었다.

중2 민들레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혼자서 학원을 찾아왔다.

부모님이 헤어지셨고 민들레는 아버지와 할머니랑 함께 살고 있는데

아버지는 바쁘셔서 혼자 상담을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집에서 학습을 도와 주실 분이 계시지 않아서인지 중1과정의 영어.수학 학습을 많이 놓친

상태였고, 특히 수학은 중1과정에서 습득해야 할 기초가 아예 백지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수의 연산은 물론이거니와 동류항의 개념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그 동안 학원을 다니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잠깐잠깐 다닌 정도였다.

학원에서의 학습이 본인과 맞지 않았고 공부에 흥미가 없어 다니지 않았다고 하였다.

주로 무단결석을 많이 하여 학원에서 짤렸다고 민들레는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2가 되니 더 늦기 전에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찾아 왔다며,

우리학원에서 받아만 준다면 열심히 다니고 싶다고 제법 비장한 눈빛을 보이기도 하였다.

 

 

 

 

민들레가 학원상담실을 다녀간 후 2학년들 사이에는 어수선한 술렁임이 있었다.

 

"원장쌤, 민들레가 우리학원을 온다는 게 사실이에요?"

"왜?"
"진짜로 와요??"

"오면 안 돼??"
"아니 어떻게 민들레가 우리 학원엘??"

 

민들레는 소위 학교에서 찍힌? 학생이었다.

학교 성적은 최하위권이었고, 학습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학교의 교칙을 어기기

일수이며 담배까지 피우기도(이것은 뒤에 안 사실)하고, 거침없는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대화와 자기표현에 사용하는 학생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만 껌 좀 씹는 학생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아니될 수가 없었다.

학원에서 학생의 생활태도까지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렇다치고

일단 수학의 기본이 너무 되어 있지 않아 다른 학생들과 함께는 수업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A.B.C 레벨별 수업을 하고 있지만 민들레는 기본반인 C반에서 조차도 학습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생활태도까지 저렇다하니....하이고....

그런데 학생이 제 발로 공부하겠다고 찾아왔지 않은가...그것도 혼자서 스스로....

그런 아이에게 뭐라고 해야하는가??

입학테스트 성적이 너무 낮아서 입학이 안된다고 할까?

생활태도가 이러저러하게 불량하다고 하니 안된다고 할까?

 

 

 

 

아버지와 전화로 상담을 하였다.

본인은 출장이 잦아 집에 들어가지 않을 때가 많아 아이를 보지 못하는 날이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안 보낸 것은 아니나 아이가 학원에 적응을 하지 못해

얼마 다니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여 한동안은 아예 학원을 보내지 않았다.

영어, 수학에 대한 기초가 아주 많이 부족할 것이다. 공부도 공부지만

제 스스로 학원을 간다하니 먼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하셨다.

 

부모님과 함께 상담을 하고 입학테스트에서 입학불가의 성적이 나왔으면

그 자리에서 학생에게 맞는 다른 방법의 학습을 권하고 상담을 마무리 하였을 것이다.

 

학원 선생님들과 회의를 진행하였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내가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고 찾아왔으니

기회를 한번 줘 보자고 설득하는 회의였다. 문제는 수학의 기초가 너무 부족하여

반에서는 도저히 수업 진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민들레가 친구들과 어울려 학습하기를 희망하고 있었으며

개인과외식 학습은 부담스러워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기초반으로 입학을 시키고 상황을 봐서 안되겠다 싶으면 내가

민들레를 설득해서 개인과외식으로 직접 가르치겠다고 선생님들을 설득하였다.

 

 

 

 

선생님들과 회의를 마치고 민들레에게 전화를 하였다.

민들레는 입학를 허락 해 준 것에 대해 상당히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예? 그러면 저 학원 가도 되요? 진짜요?"

"그래 네가 원하는대로 반에 들어가서 수학수업도 해라.

대신 못 따라 가겠다. 못 알아 듣겠다. 따로 개인과외를 받아야 되겠다 싶으면

바로 원장쌤께 얘기해야 한다. 알겠나?"

"넵! 당연하죠. ^^"

"그리고 우리학원은 무단결석, 지각, 숙제 안 해 오는 거 안된다.

그 약속 지킬 수 있으면 온나. 물론 숙제는 네가 할 수 있을만큼만 내 줄거다"

"넵! 몇 시까지 갈까요?"

 

 

그런데 수업 시작 첫 날 수학선생님 놀란 토끼눈으로 하는 말

"원장쌤, 민들레 여자아인 거 아셨어요?"
"네? 여자라구요? 무슨? 남자아이지??"

"아니에요. 애들이 그러는데 여자래요"

"뭐라고?? 그럴리가? 그래? 정말?...그럼 물어보지?"

"그걸 어찌 물어봐요? 니 여자가? 남자가? 이렇게 물을수도 없잖아요?"

"하....주민번호 한 번 적어봐라 해야겠네"

 

민들레 학교는 남녀공학중학교인데 민들레는 남학생교복을 입고 다녔고

시계도 남자시계를 차고 있었다. 이름도 남학생 이름이었고

머리는 짧은 커트에 생김새도 말투도 행동도 완전 남학생이었다.

우리학원에 다니는 학생 중 친한친구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도 남학생을 대었다.

나는 남학생인 줄 알았다. 진심으로....그런데 여학생이었다.

 

수업 둘쨋날에는 영어선생님이 원장실로 뛰어왔다.

"원장선생님, 민들레가 담배를 피우는 거 같아요. 제 코가 보통코가 아니거든요.

민들레 옆에 가니까 담배냄새가 화악 나는 것이 장난 아니에요"

"네? 담배요? 설마?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오락실에 오래 있다 오다보니까 그런거 아닌가?"

"오락실요? 아...그럴수도 있겠네요. 제가 오해를 했을수도 있을 것 같아요. 죄송해요.

다시 한 번 관찰 해 볼게요"

 

염려가 되었는지 실장님도 나를 찾아왔다.

"민들레가 무리 지어 다니는 학생들 중 한명인 거 같아요"

"무리 지어 다닌다고 나쁜 건 아니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노는 게 당연하지 않나?

혼자서만 다니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지

나는 무리지어 다닌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래서 그 아이가 무리지어 뭔 사고라도 쳤다고 하는가?"

"그건 아닌데 무리지어 다니니까 아이들도 꺼려 하고....미리 조심하는 게 좋을 듯해서"

"미리부터 선입견 가지지 말고 좀 더 두고 보자 쌤아"

 

그런데 기존의 같은 학교 학생들이 제보?를 하였다.

민들레가 담배를 피우며, 학교에서도 그 문제로 인해 여러차례 선생님들께 불려 갔고

벌을 받기도 하였다는 것이었다.

 

민들레를 불렀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담배를 피웠고 이제는 끊을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 노력을 믿겠다며 지나 간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하였다.

대신 노력해서 꼭 금연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민들레가 등하원할 때 눈이 마주치면 나는 민들레의 이름을 크게 불러 하이파이브 하였다.

민들레도 새 맘 새 각오로 시작한 생활에 활기 찬 모습을 보였다. 

 

민들레는 입학 이틀만에 수학수업 도중 수학교재를 들고 한숨을 쉬며 나에게로 찾아왔다.

"원장쌤, 뭔 말인지 항개도 몰겠어요. 하~ 진짜.......원장쌤이 갈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