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민들레 꽃 피우기 2

#경린 2018. 7. 5. 16:12

 

 

지금까지 학업을 등한시하였던 태도와 학교교칙을 어기거나 나름 방탕(?)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학생으로서 학교생활에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도와 달라고 학원을 찾았던

민들레의 의지에 찬 눈빛과 각오는 얼마가지 못했다.

 

일주일에 두 세번씩 하는 결석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고 지각은 일상에, 숙제를 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X발, X나는 민들레 언어의 방점이었고,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하였다.

학교에서 삥뜯기의 주범이 되어 학폭위가 열렸고 겨우 강제전학은 면하였으나

학교 가는 대신 일주일 동안 전문 교육 기관으로 가서 교육을 받기도 하였다.

7월 중순에는 아버님과 함께 또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하기도 한다.

 

 

중1의 수학기초학습 조차도 되어 있지 않았던 상황에 학교 1학기 1차고사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기에 학원을 찾아 와 열심히 해 보고자 하였지만 민들레 주위 여건은 그것을 허락 해 주지 않았다.

 

어울려 다니는 친구, 선후배들과의 교류를 쉽게 끊지 못해...

아니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민들레가 주도하는 역할인 듯도 하다.

 

화요일 수업하면 수요일은 친구생일이라 결석(이 친구생일 저 친구생일, 후배에 선배까지)

목요일 수업하면 금요일은 공연 관람표 끊으러 가야해서 결석

꼭 봐야하는 영화를 보러 가야해서 결석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심한 장난을 쳐서 빽빽이 쓴다고 힘들어서 결석

욕설해서 벌청소(맨손으로 걸레질)한다고 지각

담배 피다 걸려서 벌 받는다고 지각

배 고파서 라면 사 먹고 온다고 지각

매일매일이 너무 피곤해서 숙제는 할 수가 없어

당연히 숙제를 해 오지 않으니 화요일 배운 것을 목요일에 다시 하려면 전혀 몰라 제자리걸음

어쩌다 수업하는 날에도 친구들의 사건사고로 맘은 온통 콩밭

한 예로 친구가 임신을 하여 낙태수술을 하러 가는 날까지 있을 정도였다.

중2가 낙태 수술이라니??

내가 잘못들었나? 내 귀가 의심스러운 엄청 난 일 아닌가?

 

 

수업시간이면 핸폰을 받아 두는데 그 날따라 핸폰은 절대 안된다고 사정사정하였다.

중요한 연락이 올 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계속 안절부절하며 문자를 받고 문자를 보내고하는 것이었다.

핸폰을 강제로 뺐으러 하자 친구에게 일생일대 중요한 일이 생겨서 자기가 위로를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들레가 뱉은 말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아세요? 제 친구가 낙태수술하러 간 날이라구요~~옷"

 

"아빠가 누군데?"

"쌤, 원조교제 아시죠?"
"뭐?? 그럼 그 친구가 원조교제를 했단 말이가?"

민들레는 안경 너머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에"라고 답했다.

"뭐라꼬? 그라모 아저씨란 말이가? 그 아씨가 몇 살인데?"

내가 완전 흥분이 되었다.

"이십대"

"머시라? 이십대??...그래서 용돈도 받고 뭐.. 그랬단 말이가?"

"예..근데 쌤 이거 절대 다른사람한테 말하면 안돼요? 특히 우리 아버지한테"

 

하....정말...말 문이 막혀서....

이거이 도대체 현실이란 말이가....무슨 이런 일이...

 

"병원은 누구랑 갔는데? 엄마랑?"

"쌔엠~~ 엄마는 당연히 모르죠, 엄마가 알면 큰일 나요"

"엄마가 알아야 큰일이 안 나는 것이지? 그래서 그 아저씨랑 갔단 말이가?"

"아니 그 아저씨가 어떤 언니를 소개 해 줘서 그 언니랑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대요"

"언니? 그 언니가 누군데?"
"모르죠 누군지"

"그 언니는 몇살인데?

"17살"

머시라꼬??....오 마이 갓....

 

 

 

그 금요일 우리는 수학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 시간 이후 한동안 허한 상태가 한참 이어졌다.

여중 2학년이면 15살아닌가 그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이것이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라니....

 

민들레 친구 그 여학생은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못하고

현재는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민들레는 청예단에서 일주일 교육을 받았지만 그 친구는 1년이라는 기간 동안 그 곳에서

교육을 받아야한다고 한다.

나는 사실 '청예단'이라는 명칭을 민들레를 통해 처음 알았다.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곳을 청예단이라고 부르는 줄은 몰랐었다.

올바른 청소년 문화를 조성하여 청소년들을 건전하게 육성한다는 곳이 청예단이고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라고 낙인 찍히고 통제가 힘들어진 친구들은 이 곳으로 보낸다고 한다.

학교에서 어쩌지 못하는 것을 청예단에서는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나는 생긴다.

청예단에서 가능하다면 학교에서 하면 안 되나??

좋은 의도에서 그 곳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지만 학교가 내린 징계로

그 곳에서 교육을 받아야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어떨까??

 

월요일 다시 만난 민들레는 친구가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미성년자라 그 언니하고는 수술이 되지 않았으며 부모의 동의가 꼭 있어야해서 어쩔수없이

부모님께 연락하여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가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그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민들레의 이어지는 말이 너무 끔찍하고 기가 찼다.

 

"애가 커 가지고 죽여서 찢어서 낳았대요"

 

민들레는 그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살짝 으쓱 해 보일뿐이었다.

 

 


민들레가 숙제를 하거나 학원을 지각하지 않는 날은 아버지께 호되게 혼나고 매 맞은 다음날 뿐이었다.

 

 숙제를 해 오지 않고 결석이 잦아 아버님과 통화를 하였더니

그 날 저녁 민들레가 아버지께 매를 맞고 그 다음날은 지각도 하지 않고 숙제도 해 가지고 왔다.

하지만 그것은 단 며칠, 아니 이틀도 가지 않았다.

아버지와 상담을 하면 아이를 팰까봐 전화를 하기도 망설여졌다.

결석하는 날에는 아버님의 요구에 따라 아버지 핸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결석의 이유가 어느 정도 합리화 되지 않는 날에는 다시 매를 맞는 듯했다.

매를 맞거나 호되게 꾸중을 들은 다음날만 정상적으로 등원을 하는 그런 날들이 반복되었다.

 

수업하다 중간중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 주는 시간이 자연히 잦았다.

공감 할 부분은 공감도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며 서로 고쳐 나가 보고자 수차례 다짐도 하였다.

하지만 민들레에게는 그것이 지키지 못하는 힘든 숙제였다.

 


기초가 너무 부족해서 중등 연산부터 배워야 했던지라 1학기 1차고사는 준비를 못했다.

시험치기 일주일 전부터 시험유형에 대해 연산위주의 문제에 대해 준비를 했지만 민들레는 거의 진도를 내지 못했다.

1차 고사 결과 수학은 17점 영어는 56점이었다.

기가 찬 점수였지만 민들레는 오히려 자화자찬을 하였다.

매번 수학점수가 한자리 숫자였는데 두 자리 숫자라며 지금부터 다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학교 수학선생님께서도 민들레에게 관심을 가지시며 제일 앞자리에 앉히고 가르쳐 주신다고도 하였다.

민들레에게 성취감을 주기 위해 학교 진도에 맞춰 예습과 복습을 진행하였더니

제법 공부에 대해 흥미를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러한 결심과 각오는 얼마가지 못하고 다시 리턴하여 원위치

 


월요일마다 대학원 수업을 가야 했던 나는 처음 얼마 간은 월요일 수업을 기초반에서 받게 하였다.

하지만 수업에 너무 방해가 된다고도 하고 아이들도 싫어 하여

 월요일 만큼은 제발 학교 마치고 바로 학원으로 와서 일찍 수학수업을 하자고 하였다.

대답은 늘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민들레는 한 번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전화를 하면 받지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월욜 만큼은 결석을 하지 않고  내가 학교 간 다음 등원을 하여

기존 수업 받았던 기초반으로 들어가

큼지막한 행동과 우렁찬 목소리로 수업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내가 학원을 비운 월욜은 민들레에게 학원은 놀이터가 되는 것이었다.

화요일이면 그 수학반 친구 몇몇이 달려 와 내게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민들레 때문에 도저히 수업을 할 수가 없다고....

 

그나마 영어는 수업을 알아 듣고 동참하니 담당선생님께서는 할 만하다고 하셨다.

아마도 수학은 기초가 너무 없다보니 수업을 알아 들을 수도 없고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니 문제를 풀 수도 없어 장난을 치고 어수선한 행동을 하는 듯했다.


교재를 가지고 오지 않는 것도 다반사였으며

학원의 몇몇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고 있다는 원망도 들려왔다.

 


아...도저히 너무너무 ....내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못할 지경이었다.

 민들레가 학원 온 지 두 달만에 나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5월 말이 되기 전

민들레를 불러 앉혀 놓고 강퇴할 것을 알렸다.

아버지께 전화하면 혼 날 것이 뻔하니 어쩔수 없이 민들레에게 스스로 퇴원할 것을 권했다.

부모님이 땅 파서 학원비를 내는 것도 아니고 민들레가 계속 이런식으로 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똑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연금을 넣는 것이 나은 것이다.


그런데

민들레는 애절하고 간절하게 학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다시는 실망 시키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며 믿어 달라고 했다.

지각도 결석도 안 할 것이며 숙제도 잘해 오고, 월욜도 일찍 오고 

욕설도 하지 않으며, 담배도 절대 피우지 않겠다고 하였다.


6월은 다시 1학기 2차고사 시험대비기간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믿어 달라고, 이번에는 진짜라고 하는 그 말에

속는 샘 치고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였다.

꼭꼭 약속하고 다짐을 하였다.

 

창원대 연못의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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