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술 남은 맥주캔 뚜껑을 막으며

#경린 2018. 7. 22. 15:13


지난 저녁 삼겹살을 사오며 딸냄이 생각해서 맥주를 한 캔 샀습니다

작은 걸 살까하다가 마이무라 싶어서 큰걸로 샀습니다.^^

울집에서는 딸냄이만이 술을 즐겨 마시기에 고기를 먹거나 치킨을

시켜 먹어도 같이 온 음료수만 마시지 술을 함께 하지는 않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딸냄이도 별 말없이 음료만을 마시지만 간간히 지 혼자 고기를 먹거나

저와 단 둘이 고기를 먹을  때면 맥주를 한 캔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해서 제가 맥주를 한 캔 준비를 한 것입니다.


삼겹살을 마이 묵어서 그런가 큰 사이즈 맥주 한 캔을 다 못마시고는

좀 있다 먹을테니 냉장고에 넣어두랍니다.

그냥 넣어두기가 그래서 라면봉지를 접어 캔따개의 입구를 막았습니다.

먹다 남은 술의 캔입구를 막아 놓은 모양새가 할머니에 대한 옛기억을 소환했습니다.

술을 좋아하셨던 울할머니께서는 소주를 늘 거의 하루도 안 빼 놓고 드셨던 것 같은데

소주를 마시다가 남거나 탁주를 마시다가 술이 남으면 신문지를 꼬깃꼬깃 접어

병입구나 탁주주전자 주둥이 입구를 막아 두었다가 또 마시곤 하셨지요.

할머니 생각이 불현 듯났습니다.

할머니가 술을 많이 마시고 술주정을 심하게 자주 하셨던터라 저는

할머니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세월이 이만큼 지나고나니

할머니의 질곡의 삶이 느껴지며 애잔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 곳에서 지금은 평안히 행복하신지........여전히 술을 좋아하시는지....


뱃속 삼겹살이 어지간히 소화가 되었는지

먹다 남았던 삼겹살을 렌지에 돌리고 냉장고 문짝에서 넣어 두었던 남은 맥주를 꺼내며

 라면봉지로 입구를 막아 놓은 맥주캔의 모양새에 딸냄이가 웃었습니다.

"와이리 귀엽노? ㅋㅋ"







"오늘 점심은 물국수 해 먹자, 국수 삶을까??"

"아니 나는 국수 싫어"

딸애와 저는 입맛이 같아 차암 좋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면종류에 있어서는 다릅니다.

저는 면종류로 된 음식은 뭐든 좋아하고 특히 잔치국수를 아주 좋아합니다.

이 점은 친정아부지를 닮았습니다.

근데 딸냄이는 면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나마 맛있게 먹는 게 스파게티 종류와 잡채입니다.

잡채는 완전 킬러입니다.^^


울집 냉장고에 부추가 떨어지는 날이 별 없을 정도로 부추도 좋아합니다.

여러 요리에 부소재로도 잘 어울리지만 나물이나 전에서는 주인공으로도 멋진 채소입니다.

겨울 지나고 나오는 부추는 참으로 연하고 맛있어 자르지 않고 삶아 무쳐도 될 정도지만

여름의 부추는 키도 쑤욱 갈대같고 억세기도 하여 잘게 썰어 요리를 해야합니다.

그래도 저는 부추를 삽니다.

그 부추나물과 땡초양념장 얹어 멸치육수 부은 잔치국수 먹을라고 했지요.

사실 저는 어제 점심에도 국수를 먹었습니다.ㅎㅎ


딸이 국수는 거부하고 부추전에는 콜을 외쳐 부추전을 부쳤습니다.

재료는 간단합니다.

잘게 썬 부추에 양파, 땡초, 계란을 넣은 것이 전부입니다.

감자를 갈아 넣으면 더 고소하고 오징어를 넣으면 오징어 향과 맛이 식욕을 더 상승시킵니다.

그런데 그런게 없을 때는 그냥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로 부쳐도 맛있는 듯합니다.

부추양을 좀 많이 하고 밀가루는 최대한 적게 넣습니다.

그러면 전을 얇게 부칠 수 있고 부추를 많이 먹을 수 있어 좋은 듯합니다.

밀가루가 적으면 쳐져서 전 뒤집기를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되겠지만

반족할 때 물을 쪼금 넣고 버무리면 문제가 없습니다.

한방에 후라이팬을 휘릭하여 한판 뒤집기로 깔끔하게 뒤집을 수 있습니다.^^


저는 먹는 속도가 빠르고 딸애는 느립니다.

그래서 어느순간부터는 제가 너무 많이 먹어 손해(?)를 보는 것 같아서리

요즘은 큰 접시를 이용하여 항상 따로따로 차립니다.

그것이 아주 효율적입니다.

딸애가 좀 짜게 먹는 편이라 초간장도 먹을 양 만큼만 따로따로 준비하면서

간장보다는 식초의 비율을 높입니다.

 다 먹어봐라 이거지요.^^


 

딸애가 국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는

그리움으로 국수를 먹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하지 않지만 어깨너머로 보았던, 맡았던 향기를 찾아

 멸치육수를 내고 국수를 말며 엄마 생각을 할련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남은 맥주캔 구멍을 막는 대물림(?)을 할련지도....라고 생각하다가

아마 울 딸냄이는 술을 좋아하니까 남은 술은 지가 홀랑 마실꺼라며 피식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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