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부모님 마음

#경린 2018. 8. 1. 19:00



학원방학 하기 전부터 부모님 얼굴 뵈러 가려고 맘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무지막지하게 무더웠던 밤, 에어컨 키고 자다가 감기에 걸리고 말았네요.

전기료 아낀다고 제 방에서 딸냄이랑 같이 잤는데 우찌 감기는 저만 걸렸습니다.

뭐..그나마 다행한 일이기는 하였습니다.

울딸이 요즘 실습 나간다고 고생인데 제가 걸린 것이 나은 것이지요.^^


아침에 일어나 맥없이 콧물이 주루룩 흐르기에 그러다 말겠거니 하였는데

한밤  더 자고 나서는 열도 나고 몸살기도 있고 콧물에 재채기에 기침도 심하고

두통에 목소리까지 잠기는 것이 아주 영낙없는 몸살감기였습니다.

수시 상담을 하고 컨설팅 자료를 기다리는 학생들 때문에 밤샘을 하였더니

아무래도 무리가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여름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하지만 요즘은 에어컨 때문인지 학원에도 감기 환자가 여럿입니다.

날이 더우니 초록이들도 그렇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헬레레....


약 먹고 며칠 쉬었더니 컨디션이 회복되었고 친정집엘 다녀올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아부지 좋아하시는 좋은 복숭아가 생겨 갖다 드릴려 했으나 감기 때문에

못 가고 있었더니만 더 좋은, 그리고 아부지가 더 좋아하시는 백도 복숭아가 생겼습니다.

울아부지는 식성이 까다로우셔 껍질 벗겨 먹는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복숭아를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드시지 않으셔도 한우는 좋아하십니다.

엄마는 치아가 좋지 않은 관계로 꽃등심 보다는 차돌박이를 좋아하시어

농협 하나로 마트에도 들렀습니다.

이 쪽으로 이사와서 이집저집 고기들 먹어 봤는데 하나로마트 고기가 제일로 저에게는 맞았고

부모님께도 사다 드렸더니 맛나다고 하셔서 요즘은 그곳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차돌박이가 450g짜리 두 팩만 달랑 남아 있었습니다.

날이 덥고 피서가는 철이라 삼겹살이며 등심 등 구이용 고기가 불티가 난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판매할 차돌박이는 제가 마지막으로 싹쓸이를 할 지경이었구요.

날이 더우니 나들이들을 많이들 가는 듯합니다.

이 더운날 다들 어디를 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 더위에 가족이 다 함께 나들이를 가는 것은 또 그만큼 건강하기 때문이겠지요.

친정아부지 아프시고 나서는 더운날 함께 나들이를 간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얼마 전 소나기 오는 날 지하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주택가에 차를 대어 두었더니

차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아부지께서는 신발과 차를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물론 옷 매무새도 단정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세차장에 들러 세차를 하고 마산으로 향하는데 도로에 차들이 평일인데도 어찌나 많은 지...

아마도 남해쪽으로 피서 가는 차들이 많아서 그런 듯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매일 아침 무학산엘 가셨다가 복지관에 들러 점심을 사 드시고 오시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점심식사를 할 요량으로 12시까지 간다고 하였는데 차도 막히고

신호등은 왜 그렇게도 계속 걸리는 지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도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12시가 좀 지나자 전화가 왔습니다.

뜻밖에도 아부지였습니다.

"아 야야, 니 12시까지 온다 했다더만 와 안 오노? 내 점심 묵어야하는데 배 고푸구마"

"아 ..아버지..지금 다 와 갑니더. 불종거립니더. 먼저 드시고 계시소"

오늘은 아부지가 밖에서 식사를 안 하시고 오신 듯했습니다.


친정집 아파트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입구까지 마중을 나와 계셨습니다.

지상 주차장은 좁고 타워주차장을 이용해야 해서 기계작동을 도와주실려고 나와 계신 것이었습니다.

날도 더운데....그나저나 세차를 하고 오기를 너무나도 잘 한 일이었습니다.^^


"아따 차는 깨끗하게 잘 타고 다니네"

칭찬 받았습니다.^^

그 짧은 말 속에는 사실 많은 뜻이 있습니다.

아부지는 세차를 안 하고 다니면

자식이 세차 할 시간도 정신도 없이 고달프게 산다고 맘 아파하시면서도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인데 깔끔하지 못하다고 역정을 내십니다.


 


그런데 아부지께서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잠기고 콧물을 훌쩍이셨습니다.

심장 쪽으로 문제가 있으셔서 아기들처럼 체온조절이 잘 안 되어 힘들어 하시는데

저처럼 에어컨 때문에 감기에 걸리신 듯하였습니다.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저는 감기 걸렸었다는 내색은 아예 안했습니다. 시침 뚝!^^


차돌박이 구워 맛나게 묵고 수박 묵으며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아부지께서 잠이 오시는지

앉은 자리에서 살짝 자부시는 눈치셨습니다.

내가 가야 두 분이 편히 쉬시겠다 싶어 일어나니 옴마가 오골계에 인삼, 황기, 대추, 수박에 복숭아

한 보따리를 챙겨 주셨습니다. 올 때보다 갈 때 보따리가 더 커졌습니다.

오골계 삶는 법을 두 분이서 번갈아 가며 오십 넘은 딸을 가르친다고 얘기를 주고 받으셨습니다.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두 분만 계시다가 저라도 오니 반가우신 것이지요.


"날 덥을 때는 닭을 한 번씩 삶마 묵으모 좋다.

우리는 흰닭은 안 묵으니까 항상 오골계를 먹는데 

오골계가 흰닭만큼 맛은 없어도 약이라 생각하고 묵고"

"우리도 가끔 닭 삶아 먹어. 백숙도 해 먹고"

그러자 울아부지 신기하다는 듯이

"하..그래? 그라모 닭은 삶을 줄 알것네?"

하이고 아부지도.......^^


당신 연세 드시는 것은 아시면서 딸냄이도 내일모레면 할머니라는 것을 가끔씩 잊으십니다.

같이 살았던 시집가기 전의 모습만 많은 부분 차지 하고 있는 듯합니다.^^


살짝 엄마의 귀띔으로는 산에 갔다가 복지관이 휴가라 점심을 못 사 드시고 일찍 오셨길래

제가  곧 올 것이라고 알렸더니 이 날 더운데 오라 했다고 옴마께 대뜸 소리를 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전화 자주 않고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는다고 종종 서운 해 하시기도 합니다.

보고 싶을 때는 보고 싶다 하시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싶다 하시면 좋으련만

울 아부지는 자식에게 그 말씀 하시기가 어려우신 듯합니다.

눈치껏 알아서 해야하는데 우리들도 그걸 또 잘 못합니다.


주무시려나 했던 아부지께서 지난번 약이 잘 듣지 않는다며 병원을 다시 가야겠다고

따라 나오셨습니다.


제 차가 아파트 문을 다 빠져 나오도록 지켜보시는 아부지가 짠했습니다.

날이 이제 그만 더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