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경북 봉화 닭실마을

#경린 2018. 8. 3. 12:32





경북 봉화 닭실마을을 찾아 갔다가 너무너무 더워서 발길을 돌려 버렸다.


마을 모양이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의 지세라 '닭실마을'이라 부르게 된 곳으로

택리지에서 이 지역을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경승지로 지적하였다 하여 궁금했던 차에

그 근처를 지나가며 들린 곳이다.


경남과는 다른 풍경으로 검은 천막을 친 인삼밭을 심심찮이 볼 수 있었던 들녘을 지나 도착 한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바라보는 곳에 위치 한 정자에 앉아 팥빙수를 먹었다.

마을 앞 논밭의 이글거림이  팥빙수를 다 먹고도 일어날 엄두를 나지 않게 만들었다.

 정말 더워도 너무 더웠다.


그 이글거림 속에 관광버스 한 대가 도착하며 한무리의 사람을 풀어놓았다.

사람들은 까만우산, 노란우산, 빨간우산, 레이스 양산까지 죄다 하나씩 쓰고

줄줄히 서서 마을로 들어 갔는데 그 모양새가 억지로 끌려 들어가듯 보일 지경이었다.

아....나는 도저히 그 뙤악볕 속을 걸어 들어갈 엄두가 아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상태가 이럴 때는 한 발 후퇴하여 차라리 아니 돌아보는 것이 옳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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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차량 출입금지 였기 때문에 둘레를 차로 멀리 한바퀴 돌아 보았다.

너럭바위 위에 세운 정자가 나왔다.

고전적이면서도 단아한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청암정'이라는 정자였다.


자연과 어우러진 소박한 정자

서양의 정원처럼 계획적으로 짜 맞춘 구조도 아니고

중국의 정원처럼 어마무시한 스케일도 아니고

일본처럼 요리조리 끼우며 갖다 놓지 않은 우리만의 멋이 느껴지는 정원

담양 소쇄원, 명옥헌, 보길도 세연정과도 흡사 비슷한 모습

우리의 정원은 하나같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그와 어울리는 누각 하나 얹은 모습인데도 너무 멋스럽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우리의 유산을 관광객들이 망쳐 놓아 살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현재 살고 있는 거주지임에도 불구하고 개념없는 사진사들에 진상인 관광객에 의해

폐해가 깊고 생활에 지장이 있어 충재 고택은 폐쇄를 하였고 청암정도 개방을 계속 해야할 지

말아야할 지 고민이라고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유산

현대의 그 아무리 뛰어난 기술로도 재현이 어려운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고 들었다.

보기만해도 아깝고 눈물나게 그리워 해야 할 대상들인데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야 할 것이 아닌가


예전에 비해서 관광예절이나 배려와 질서들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 것만 아는 이기주의적 성향이 더 짙어진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이 관광지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문제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내 것 아니라고 남의 것 함부로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공동체 생활을 무리 없이 하면서도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개인의 삶을 우선시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개인주의라 하고 나역시 그 중 한사람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기주의와는 다르며 앞으로는 어쩌면 이 성향이 보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 것만 아는 이기적 개인주의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의 눈치를 보면서 하는 것이 아닌 서로 배려하면서 할 수 있는

이타심과 공감능력을 가진 관계성의 개인주의가 되어야 그 예전 탄탄했던 우리의

공동체문화가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나와 너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5000년 역사라고는 하나 병란 속에 많은 것들이 사라져버렸다. 

우리 문화에 대한 가치와 이해를 높이고 지키고 보존하고자 하는 캠페인이 이루어져야 하고

어렵게 보존하고 복원하고 지켜 내려고 너와 나 우리 다같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넘 더워서 돌아보지 못하고 온 닭실마을

다음에 꼭 걸음하여 눈에 넣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