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부산 F1963 복합문화공간

#경린 2018. 8. 13. 12:44

 




사고 싶었던 책 구매를 잠깐 미루고 메모를 해 두었다가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으로 갔다.

운이 좋아 절판 된 책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스무권 정도 책 제목을 메모 한 쪽지를 몇 군데 사장님께 내밀었으나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한군데 책방에서 플라톤의 '향연'과 소로우의 '월든'을 찾아 주셨지만

가격이 정가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50% 이상 할인을 받는데 말이다.

이건 아니지......쩝.....

결국 향연과 월든은 집으로 돌아와 60% 정도 할인 된 금액으로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물론 여러 종류가 있어 이것저것 검색해서 내맘가는 걸로 골라 주문했다.

보수동 책방 사장님께서 찾아주신 것과 똑 같은 책도 그 곳보다는 훨씬 저렴하였다.

내가 좀 바보로 보였거나 헌책 구매의 초보라는 것이 확 티가 났었나보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는 까페와 함께 운영하는 책방도 있었지만 대부분 소규모로 각자 전문분야(?)로 나누어서

운영을 하고 계셨고 이 더운 날에 작은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보내고 계시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날도 너무너무 덥고, 헌책방의 공기가 많이 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찾고자 하는 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서둘러 돌아나왔다.

나오면서 가판대 위에 놓인 고흐의 '영혼의 편지'라는 책이 반짝하고 눈으로 들어왔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으로 평소 읽고 싶어하던 책이었다.

잊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반가운 맘으로 기분좋게 기념으로 안고 왔다.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뜻하지 않은 반가운 책을 만날 수 있는 거 말이다.

 

근처에는 자갈치 시장, 용두산 공원, 국제시장 등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지만 날이 더워

모두 패스하고 같이 공부하는 학우가 소개 해 준 ' F1963 '중고서점으로 향했다.

가기 전에는 까페형 중고서점 정도로 생각을 했었고 무엇보다 까페와 같이 운영을 하니

시원할 것이라는 그 점 하나 때문에 그냥 그 쪽으로 빨리 가고 싶었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 네비양의 도움을 받았는데 네비양도 헷갈려하며

근처까지 가서는 이상한 곳으로 자꾸 안내를 하였다.

살짝 헤매어 찾아가니 센텀시티 옆의 코스트코 바로 옆이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정도의 규모가 아니라 완전 그 이상에 놀랬다.

처음의 목적이었던 책 찾기는 뒺전이고 여기저기 다니며 구경하기가 우선이 될 정도였다.

 




제1. 2 주차장으로 주차장이 나뉘어 있고 주차요금은 3시간 무료였다.

주차장에서 F1963이라고 씌여 있는 공장형태의 건물로 걷다보면

싱그러운 파란 대죽숲이 먼저 눈으로 들어온다. 대죽숲에 이끌려 가다

 폐수처리장을 생태정원으로 탈바꿈 시킨 수련정원이 나올 즈음에는

책을 찾아보겠다는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 곳은 도대체 정체가 뭐지?"하는 호기심이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다.

 



"히야~ 부산시내에 이런 문화공간이 있었다니?"


안으로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왔다가 정원을 거닐었다가 건물 옥상으로도 올라 가 보았다가

새끼 낳을 자리 찾는 암코양이처럼 두리번대다 풍경에 젖어 실눈하다 마냥 감탄사를 날리기를 반복하며 돌아다녔다.

이쯤되면 이 곳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곳인가 아니 궁금할 수가 없다.

 

 

 

부산 망미동 'F1963'은 고려제강이 1963년 와이어 생산공장으로 가동하다가

2008년 이후 제품 창고로 사용하던 시설이다.

2014년 일부 공간이 부산비엔날레 특별 전시장으로 사용된 것을 계기로 2016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후 현재 미술전시,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담은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웹에서 옮겨온 글

 

 

그럼 그렇지 개인이 만든 공간이 이 정도로 방대하기가 쉽지 않지...역시..

거칠고 차갑고 터프한 와이어로프 공장에서 말랑말랑하고 감성적인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 한 것이다.

이름이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1963은 공장이 지어진 해를 나타내고 F는 factory의 약자라고 한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 고려제강이 함께 만든 F1963은 기존 공장의 건물 형태와 골조만 남기고

공간 활용도와 특성에 맞게 보수하여 리모델링한 곳으로 드립커피가 향기로운 까페, 누룩향이 느껴지는

손막걸리 집과 대한민국 대표서점 '예스24'가 한 공간에 있다.

건물 바깥으로는 다양한 원예용품과 꽃나무를 판매하는 꽃집도 함께 한다.

 

F1963의 매력은 각각의 공간마다 개성이 있으면서도 공장에서 나온 시설물이나 와이어 등이

그대로 인테리어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기존의 이 곳이 가지고 있던 공장이라는 본래의 정체성과 문화예술공간이 잘 어우러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오래된 구식의 것과 새로운 세대의 시공간을 뛰어 넘은 창의적인 재해석이 머무는 동안 지루함을 가져가기도 하였다.

 

 

세월이 느껴지는 허무어진 벽돌벽 조차도 아름답게 보였고

옛공장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기계들도 독특하고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오히려 더 큰 세련됨이었다.

만약 이것들을 싸악 없애버리고 현대식의 새 것들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곳만의 특색이 완전 반감되었을 것이다.

 

 




손막걸리 발효주 전문인 복순도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막걸리와 어울리는 소고기비빔밥과 막걸리와 어울리지 않는 닭고기 크림 파스타를 먹었다.

천장의 와이어 줄을 이용한 인테리어도, 막걸리를 만드는 엄청 큰 술독도,
 물주전자 대용으로 사용하는 갈색유리병도 이 집을 한 인상적이게 하는 소품들이었다.

2 - 8620 이라는 전화번호는 이 병이 엄청 오래 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음을 해 보라며 손막걸리를 작은 소주잔 컵에 주었다.

달콤한 누룩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톡 쏘는 탄산이 매력적인 하얀막걸리는

술 못 마시는 내입에도 괜찮네 싶었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테이블이 여럿 있었다.^^

 

음식맛은 훌륭한 편이었는데 가격이 너무 과한 듯하다.

서점을 많이 찾을 듯한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부담되는 가격이 아닐까 싶다.

울딸한테 이 곳을 가르쳐 줄때는 밥은 밖에서 먹고 이곳에서 밥 먹을 돈으로

맘가는 책을 한 무더기 사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F1963에서 제일 좋았던 공간은 물론 중고서점 코너이다. 코너라고 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규모로

 약600평의 면적에 국내 최대 중고서점 '예스24'가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찾고자 하는 책을 바로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용 컴퓨터도 비치 되어 있고

유아용 장난감이나 LPG음반, CD 등 1~2층으로 다양한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넓고 쾌적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물같은 공간이 아닐까 싶다.


키즈존도 완비가 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해도 당근 좋고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한 맘으로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소문난 관광지나 유명한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 못지않게

마음 가 닿는 책 하나 꺼내 들고 아무 생각없이 그 속에 빠져

빈둥거리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공간이었다고 생각된다.

예술과 디자인, 건축분야에 특화 된 도서관

어른들이 놀기에 이 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싶은 것이 종종 애용할 것 같다.

좋은 놀이공간을 소개 해 준 학우에게 감사한다.^^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하니 운이 좋으면 멋진 공연을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스무권이나 메모 해 간 책 중 이 곳에 있는 책은 한 권 밖에 없었지만

맘가는 책들을 저렴한 가격(정가의 50%정도)으로 살 수 있어 좋았다.

 

오전 11시 즈음에 갔을 때만 해도 주차장이 여유가 있었는데

오후 3시 반 즈음 나올 때는 차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책을 읽는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하는 요즘이다.

그나마 책구매도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한다. 물론 중고서적도 마찬가지이고 문제집에 전문서적까지

전부 다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책에 대한 소개도 잘 되어 있고 먼저 읽었던 사람들의 의견도 참고 할 수 있으며

가겪 또한 오프라인보다 착하면서도 집까지 하루 만에 친절하게 배달까지 해 주니 말이다.

부산 망미동 F1963 복합문화공간은

온라인으로 들어가 버렸던 도서 구매자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개인들이 흉내내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어마무시한 규모인 듯하다.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소박한 공간에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곳

초록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선물과 판매를 겸할 수 있는 곳

평소 내가 생각했던 컨셉인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