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성혈사 나한전 꽃문살의 아름다움

#경린 2018. 8. 19. 09:00



경북 영주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성혈사 나한전 꽃문살을 보러 가던 길은 늦은 오후라 길을 재촉하였다.

의상대사가 성혈사 근처의 초암사를 지을 때 매일 서까래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수상히 여겨 인근 숲을 찾다

한 곳에 소복히 쌓여 있는 서까래를 발견하고 그 곳에 초막을 지었는데 그것이 성혈사의 시초가 되었다 한다.


성혈사로 올라가는 길은 외길이고 차로도 제법 올라가야 하는 길이라 운전이 서툰 사람은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대웅전 앞까지 차가 바로 올라갈 수 있어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가기는 수월할 듯하다.



대웅전 앞으로 마루를 낸 것이 봉정사의 대웅전 툇마루를 보는 듯했다.

마루에 앉아서 바라다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해지기 전에 둘러 보아야 했기에 여유가 없기도 하였지만

벌써 저녁 공양이 끝난 뒤인지 절집이 너무나도 조용하여

사부작사부작 발걸음 조차도 조심스러워 툇마루에 앉아 여유를 부리지는 못했다.




대웅전 왼쪽으로 산자락을 따라 지형에 거스러지 않고 건물들이 줄 지어 있다.

제일 먼저 산신각이 눈에 들어오고 그 뒤에 바로 내가 궁금히 여겼던 나한전이 있다.



성혈사가 부처님의 제자인 나한신앙 도량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우수한 기법으로 조각된 조선시대 나한상이 봉안되어 있음이다.

1984년 나한전을 해체 수리할 당시 상량문에서 1553년(명종 8년)에 처음 지어졌고

1634년(인조 12년)에 다시 지어졌음을 밝히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배흘림 기둥에 자연미를 살렸고 무엇보다 성혈사의 나한전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꽃문살의 문양에 있다. 문살의 아름다움은 우리나라 사찰의 문살 가운데

빼어난 것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런데 문과 문살을 제외한 나머지 기둥과 처마쪽의 과한 단청색이 좀 거스리기는 하였다.

세월이 얹어지면 좀 자연스러워 질라나.....


특히 가운데 연꽃문양이 들어간 문살은 한 눈에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문살 바닥에 먼저 성근 빗살을 짜고

그 위에 통나무를 조각하여 얹은 듯한 문살은

활짝 핀 연꽃을 배경으로 하면서 물고기를 잡는 두루미,

연잎 위에 앙징스러이 올라 앉은 개구리와 연가지를 쥔 동자상이 있고

연잎 밑으로는 물고기와 게까지 아기자기 재미나게 표현하였다.

오른편의 활짝 피어난 모란을 표현한 문살도 그렇고 한편의 민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연잎에는 살짝 연두의 단청색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옛날에는

곱게 색이 입혀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같이 못 만들어내는 것이 없는

최첨단의 시대에도 재현 해 내지 못하는 단청색이 있다한다.

그 옛날에는 분명 그 색을 자연에서 가져 왔을 것인데....

그렇다면 앞으로 영영 그 색을 못 만들어 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자연의 오묘함 이치를 우리가 거스르고 있으니 말이다.

 

문살에는 아무런 장치(조치)가 아니 된 듯하였는데

이리 아름다운 문살은 잘 보존이 되도록 원래의 것은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오래오래 유지 될 수 있도록하는 방편이 마련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설마....당연히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자....^^

 

 


내부 천정은 평천정이면서도 정성이 많이 들어간 모습이다.



나한전을 지키듯 서 있는 석등

거북의 등 위로 두 마리의 용이 기둥을 타고 오르고 있는 모습이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형태였다.

 

오랜 역사와 함께 해 온 절집들을 둘러보면 그 절집만의 특색이 분명히 있다.

성혈사는 나한전의 꽃문살이 아름다운 절집이다.

꽃문살이 아름다운 절집이 더러 있는데 다음에 혹여 발걸음하게 되면 눈여겨 보면 좋을 듯하다.

 

 

꽃문살이 아름다운 절집

 

공주 동학사 대웅전

논산 쌍계사 대웅전

구미 대둔사 대웅전

대구 동화사 대웅전

영광 불갑사 대웅전

강화 정수사 대웅보전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속초 신흥사 극락보전

순천 선암사 원통전

영주 성혈사 나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