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안동 고산정과 퇴계종택

#경린 2018. 9. 16. 23:06



파란하늘도 하얀구름도 첩첩이 이어지는 진초록빛 산도 아주 멋졌던 날

미스터션샤인 촬영장소인 '고산정'으로 향하던 걸음에는 감탄사도 연이어졌습니다.




미스터션샤인 촬영지입니다.

나룻터에 이병헌이 자주 서 있던 곳

고애신과 유진초이가 나룻배를 타고 노 저어 가던 그 곳


좋은 날 - 박효신

드라마 OST의 절묘한 어울림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더 높여 주는 듯합니다.



협곡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가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어

산촌과 강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절벽 사이로 흐르는 강물 옆으로 퇴계이황 선생의 제자 금난수가 세운 정자 '고산정'이 보입니다.

협곡 사이로 흐르는 강물과 하얀 구름, 그리고 정갈 해 보이는 정자

 넘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드라마에서의 고퀄러티 영상미 만큼이나 서정적인 풍경이 그대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강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고산정입니다.

탱자를 몇 개 달고 있는 나이가 꽤나 되어 보이는 탱자나무가 지키고 있습니다.



정자 난간에서 바라다 보이는 암벽과 협곡의 풍경이

고산정으로 오며 본 풍경과는 또 다른 경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주 보는 솔숲도 모래강변도 파란하늘에 하얀 구름 걸린 산이 있는 풍경

앞마당이 이리도 멋진 정자라니...^^



성성재 금난수가 세운 정자, 고산정 *
고산정은 정유재란시 안동 수성장으로 활약하여 좌승지에 증직된 바 있는

성성재 금난수( 1530∼1599)선생의 정자이다.

 안동팔경의 하나인 가송협의 단애()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주위에는 외병산()과 내병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낙동강의 상류인 가송협의 건너에는 송림과 함께 독산이 솟아 있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건립당시 사정과 주위의 절경에 대해서는「일동록()」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여기에 따르면 창건 당시부터 예안지방의 대표적인 절경으로 알려져

그의 스승인 퇴계(退)선생도 누차 문인들과 함께 와서 영시유상()하였다 한다. 


주위의 빼어난 경관과 잘 어울리게 조성한 조선시대 정자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고

건물도 비교적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가져 온 글




물 좋고 산 좋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솔숲에 짐을 풀고 낚시를 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야말로 유유자적 풍경 속으로 들어 간 풍경....^^


고산정 맞은 편의 강가를 따라 가면 농암종택도 있고 조금 더 가면 퇴계종택도 있습니다.

안동에는 옛모습을 간직한 종택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퇴계종택



이 건물은 퇴계(退) 이황(:1501∼1570)의 종택으로 원래 건물은 없어졌으며

1929년 선생의 13대 자손 하정공이 옛 종택의 규모를 참작하여 지금의 터에 새로 지었다.

종택의 오른쪽에는 추월한수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 집은 정면 6칸, 측면 5칸의 'ㅁ'자형으로, 대문과 정자 그리고 사당 등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높은 석축 위에 둥근 기둥과 네모 기둥을 섞어서 지었다.

사대부집의 공간영역을 갖추고 있으며 솟을대문과 정자 등 품위와 규모를 갖춘

종가로 전통 생활도구도 비교적 잘 남아 있다.


퇴계종택 앞 안내문에서 옮겨 온 글


 


대단한 높이의 솟을 대문

정말 말을 타고도 드나들 수 있을 듯함이 실감났습니다.

퇴계종택의 뜨락을 거닐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의 몇 구절이 생각나 옮겨 보았습니다.

 


46세에 장인과 부인이 사망하자 안동 토계 상류에 양진암이라는 암자를 짓고,

토계라는 개울 이름을 '퇴계'로 고쳐서 자신의 호로 삼습니다.

퇴계가 논문을 쓰고 학자들과 학술적인 토론을 하는 것은 53세 이후입니다.

47~53세 때까지는 엄청나게 시를 많이 짓습니다.

<퇴계>는 50세 때 안동에서 지은 시인데, 그의 내면세계가 변해 가는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몸이 물러나니 어리석은 분수에 편안하고 학문이 자꾸 퇴보를 하니 늙음이 걱정일러라.

시냇가에 비로소 거처를 정하고 흐르는 물가에서 날마다 반성을 하네.


51세에는 도연명의 음주시 20수에 화답을 합니다.

퇴계는 도연명의 시를 대단히 사랑한 듯합니다'


술 가운데 참으로 오묘한 이치가 있는데 사람들마다 다 아는 건 아니더라.

술에 취해서 소리치는 가운데서 즐거움을 취하는 사람들,

그대들 뭐 좀 잘 못된 거 아니오.

잠시 술기운이 훈훈하게 되면 호연지기가 천지사이에 가득 차서 온갖 번뇌 다

풀어헤치고 인색한 마음 다 녹이나니, 그렇게 살다 보면 남가일몽의 꿈보다 훨씬 낫다.

반드시 술의 즐거움은 술에 기대어가지고 즐거워하는 것이니

바람을 마주해서 장주에게 좀 부끄러워 침묵을 하노라.


이 시를 보면 퇴계는 51세 때만 해도 뭔가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경지에 들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52세가 되면 달라집니다.

이때가 퇴계의 도통이 이루어진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누렇게 바랜 책 가운데서 성인과 현인을 마주 대하며 텅 비게 밝은 한 방안에서

초현이 앉아 있도다. 매화 핀 창문을 통해서 또 봄 소식을 보게 되니

거문고 줄 끊어졌다 탄식하지 않노라.

 


60세 때는 도산서당을 짓고 <도산잡영>이라는 유명한 작품을 남깁니다.

다음은 그 속에 실린 <시습재>라는 시입니다.


날마다 명明과 성을 닦으니 새가 날기를 익히는 것과 같구나.

거듭 생각하고 다시 실천하니 때때로 그곳에 도달하네.

깊은 맛을 얻는 것은 공부를 익숙하게 함에 달렸으니,

어찌 진귀한 음식이 입을 즐겁게 하는 정도일 뿐이겠는가.


70세에는 <매화시첩>이라는 책을 씁니다.

퇴계는 매화를 아주 사랑했습니다.

이 책에는 매화에 대한 시가 91편이나 실려 있습니다.

다음은 <매화시첩>에 있는 '시냇가 집에서ㅓ 한밤중에 일어나서 달을 마주하고

매화를 읊노라'라는 뜻이 담긴 <계재야기대월영매>라는 시입니다.


군옥산 산정에 있는 최고의 신선, 얼음 같은 피부에 눈 같은 살결,

꿈에 보아도 참 아름답고 아름답구나. 일어나 달 아래 함께 만나니 완연히

신선의 풍모를 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멋지게 웃고 있네.


70세 된 노인이 달밤에 매화가 그리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군옥산은 신선들이 산다는 유명한 산인데, 퇴계는 매화를 신선에 비유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매화시는 삶의 향기를 진하게 전해줍니다.


이즈음 읽는데 어인 일로 눈물이 맺혔더랬습니다.

아련한 매화향기가 전해 지는 듯도 했습니다.


퇴계는 그해에 결국 생을 마감하는데 아마도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죽기 며칠 전인 12월 3일, 빌려 온 서책을 모두 반납하게 하고,

12월 4일에는 유서를 받아스게 했습니다.

12월 5일에는 관을 짜게 하고, 12월 8일 아침 매화 화분에 물을 주라고 하고는

그날 저녁 앉아서 운명했습니다.


퇴계의 문제의식을 알지 못하면 그의 글을 읽어도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퇴계전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군자의 학문은 자아 완성을 위할 따름이다.

'자아 완성'이란 장경부가 말한 '인위적인 노력 없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마치 깊은 산 무성한 숲 속에 한 떨기 난초가 꽃을 피워 종일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지만, 난초 스스로는 향기를 내고 있는 줄 모르는 것과 같다.

이것이 바로 군자가 자아 완성을 위해 공부하는 뜻과 꼭 들어맞는다.


'인문학 명강' 중 이광호의 '향기로운 삶, 의미 있는 삶, <성학십도>' 에서 가져 온 글

 


퇴계종택에서 조금만 가면 도산서원이 나옵니다.

 고산정, 퇴계종택, 도산서원....

청량산자락과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퇴계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오솔길을

'학문의 길' 또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한다합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 아름다운 그 길을 다음 걸음에는 자박자박 걸어 보아야겠습니다.^^


청량산을 끼고 흘러 내린 시원한 물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