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마산 산호공원의 꽃무릇

#경린 2018. 9. 22. 23:10



마산 산호공원에세 9월 중순이면 꽃무릇축제를 한다고 오래 전 들었습니다.

꽃무릇을 보겠다고 멀리 갈 것도 없이 산호공원이 그 즈음이면

붉은 빛으로 물들어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추천들을 하였습니다.

오래 전 깜상인 제가 뛰어 놀던 곳 바로 그곳

그곳이 붉은빛 꽃무릇 동산이 되었다니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만 내내하고 있다가 이번에 다녀왔습니다.



마산에서 40년 가까이 살아 이곳저곳 마산의 지리는 잘 아는 편입니다.

산호공원은 용마공원이라고도 하는데 제가 어렸을 적에는 그냥 용마산이라고 불렀습니다.

학교다닐 때 용마산은 집에서 좀 떨어져 있는 거리에 있는 산이었지만

자주 놀러 다녔던 곳입니다. 봄이면 쑥을 캐러 가기도 하였지만

별 놀이가 없었어도 산으로 들로 놀러 다녔던 것이 그때의 놀이였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렇게 산으로 들로 쏘다니는 것이 반공일이었던 토요일과

일요일의 일상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용마산은 작은 산이라 계곡은 없습니다.

그저 다람쥐, 토끼되어 이리넘고 저리넘기에 좋은 산등성이입니다.



산호공원은 산호동 쪽, 오동동 쪽, 용마고등학교 쪽(용마고등학교는 예전의 상고), 마산도서관 등

산은 작지만 오르는 길이 여러 곳으로 나 있습니다.

공원의 입구는 마산도서관 쪽으로 나 있는데

제가 어렸을 적에는 산호동 쪽과 오동동 쪽 샛길을 주로 이용하였습니다.

꽃무릇은 산호동 쪽의 언덕에 펼쳐져 발갛게 피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무리지어 핀 꽃무릇을 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붉은 융단을 깐 듯 꽤나 넓게 펼쳐지는 꽃무릇 동산

정말 멀리 갈 것도 없었습니다.

둘레길도 잘 조성이 되어 있고 산책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누구나 들리기에

그야말로 공원의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2008년부터 조성이 되었다고 하니 벌써 10년

제대로 자리를 잘 잡아 꽃빛이 아름다웠습니다.

사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꽃무릇이라곤 1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잘 상상이 안 되었었는데 와 보니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충혼탑 쪽으로 오르는 길에는 전나무숲이 이어지고

그곳에도 꽃무릇이 듬성듬성 피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전나무 아래의 꽃무릇도 군락을 이루어 붉은 물결이 어어질 듯합니다.

그런데 전나무들은 어찌 다 누울려고 하는 것인지....

북쪽이라 그런가...??


2000그루의 편백나무숲도 조성되어 있어 편백향 가득한 숲에서

산책하며 산림욕을 즐길수도 있습니다.




평생을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 꽃무릇을 보니

한 몸이면서 평생을 못 만나는 그리움이  절절함이라

생각나는 시 하나 있어 올려봅니다.


소경되어지이다 / 이은상


뵈오려 안 뵈는 님 눈 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 되어지이다.


산호공원에는 '시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고 길 따라 걸으며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비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 중에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도 있습니다.

가고파의 고향이 마산이라는 거 아시지요?

바로 마산 앞바다가 '가포'라는 곳으로 가고파의 그 '내고향 남쪽바다'입니다.^^'



충혼탑으로 와 보니 학교 다닐 때 미술대회 참가했던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사생대회를 종종 용마산공원에서 하였더랬고

충혼탑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그림을 그리고 간식을 나눠 먹고.........



충혼탑에서 내려와 반대편의 용마산 정상으로 갑니다.

길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길은 확 변했지만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정말 까마중처럼 새가맣게 타 뺀질뺀질한 피부에 눈만 빼꼼했던...ㅎㅎ

그렇게 뛰어 다녔던 곳

예전에는 놀이터도 없었고 산과 들이 놀이동산이었지요.

참 건강하였던 것 같습니다.



정상의 전망대에서 빙 둘러보면 마산시내가 거의 다 보입니다.

오동동 쪽과 마산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쪽에서 한참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저 아래에서 신혼시절 몇 년을 살기도 하였더랬거든요.

첫아이를 낳았고.......

달랑달랑 걸었던 출근 길, 종종종 퇴근 길

제가 건너 다녔던  하천의 다리도 내려다 보이고......

그때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많이 변했지만 기억 속의 추억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변했지만 변하지 않고 그대로 그자리에 있어주는 것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용마산도 그렇습니다.^^


이곳이 이렇게 아늑하니 아름다이 잘 꾸며지고 관리가 되어 있어서 무엇보다 감사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