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정갈하면서도 편안한 절집 내소사

#경린 2018. 10. 21. 16:05








여행하기 좋은 계절의 아침햇살은 반짝반짝 빛나면서도 참으로 상큼한 빛입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님께서 국내 5대 명찰 중 한 곳으로 전북 부안 내소사를 손꼽았기에

내소사를 찾아가는 걸음이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었습니다.


사진들을 보며 유홍준 교수님의 책 속 구절들(분홍 글)을 따라 가 보는 재미도 더해보고자 했습니다.




제법 이른 시간에 내소사에 도착을 하였는데

상가의 문들은 벌써 활짝 열려 있었으며 정리정돈이 다 되어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나있었습니다.

절집 앞 번화한 상가들의 이른 준비만큼이나 사람들의 발걸음도 빠르게 이어지는 절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유명하다는 것일겁니다.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짠하고 펼쳐지는 내소사 전나무 숲길

나무들을 감탄스럽도록 잘 가꾼 명품길이구나하는 생각은

 아침햇살에 반짝이며 늠름하게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을 보는 찰라에 바로 입력이 되었습니다.

밤사이 깊게 배인 전나무향을 심호흠하며 걷는 600m의 길은 편안함 그 자체로 다가왔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전나무 숲길이 반듯하게 뻗어 멀리 앞서가는 사람이 꼬마의 키가 된다.

늘씬하게 뻗어 오를 전나무 옆으로는 산죽과 잡목들이 뒤엉키어 숲길은 더욱 호젓하고

한걸음 내딛고는 심호흡 한번, 한번 고개들어 하늘을 올려 복 또 한걸음 내딛고....'


전나무 숲길은 그 옛날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조성된 지가 불과 5~60년 밖에 안 되었다합니다.

절집과 이렇듯 조화롭게 조성하여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탄생 시킨 그 안목이 탁월함입니다.



전나무와 릴레이하며 바톤터치로 이어지는 단풍길

가을단풍이 그렇게 이뿌기로 이름난 절집이라고 하더니만 과연 단풍나무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절집으로 건너가는 듯한 다리를 지나면서는 벚나무가 다시 바톤을 이어 받습니다.

화사한 봄꽃으로 계절의 알림을 시작한 벚나무가 제일 먼저 단풍의 알림 스타트를 끊는 듯

단풍나무는 아직 초록초록인데 벚나무는 제법 가을색을 띄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평지에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는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이 숲길 만으로도 명찰의 느낌이 물씬한데

과연 이 길의 끝에 두둥하고 나타날 절집은 어떠할 지 처음 걸음이 설레임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능가산의 바위들이 빼꼼 얼굴을 내밀즈음에는 그 설레임을 더했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장소이기도 한 내소사 연못

내소사의 뒷배경 능가산 암벽이 드디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니 절집이 가까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천왕문이 살짝 보일 즈음에는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사이좋게 줄지으며 마지막 안내를 맡고 있었습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약10여분 이어지는 가로수길의 끝남이 아쉬움으로

벚꽃 피는 봄, 신록 반짝이는 여름, 빨간 단풍 물든 가을, 하얀 눈 내린 겨울 그 어느 계절에 와도

좋을 아름다운 길이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명칭에 엄지 척..^^







천왕문 내의 사천왕상은 보수공사 중인 듯 그림들이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사천왕문의 사각 프레임으로 제일 먼저 들어오는 1000년 느티나무의 자태부터가 범상치 않음을 예고합니다.



양팔 가득 벌리며 한아름으로 품어 보고픔으로 한 프레임에 가득 다 들어오는 가람의 감탄스러움

와.......과연.......

단정한 반듯함으로 귀품이 느껴지면서도 정겨움을 보내주는 풍경


'일주문에서 대웅보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숲과 나무와 건물과 돌계단을 거닐면서

어느새 세속의 잡사를 홀연히 떨쳐버리게 되어 이 공간배치의 오묘함과 슬기로움에서

잊혀져 가는 공간적 사고를 다시금 새겨보게 된다. 자연을 이용하고 자연을 경영하는 그 깊고 높은 안목을....'





천왕문을 들어서 그 정겨움을 만지듯 앞마당을 서성이게 됩니다.

능가산에서 내려 와 거북이 입으로 나오는 약수물도 받아 마시며 콩닥이는 맘에 진정제를 한방 놓아줍니다.


설선당

돌을 쌓아 마당보다 높이를 올리고 부분적으로 2층 다락방을 올린 것이 특이하였습니다.


'내소사는 근래에 들어와 손을 많이 본 절집이지만 손을 대면서도 여느 절집처럼 화려함이나

요사스러움을 드러내지 않고 내소사의 원형을 다치지 않게끔 단정한 가운데

소탈한 분위기를 살려내고 있다. 그것 또한 끝끝내 지켜오는 소중한 아름다움의 실천일 것이다.'



대웅보전 앞의 봉재루는 1414년실상사지(實相寺址)에서 이건하였으며

현재는 차 마시는 곳이기도 하고 대웅보전으로 가는 문이기도 합니다.

누각 아래 기둥과 주춧돌을 자세히 보면 자연석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고

그렇다보니 기둥의 길이도 제각각 다름을 볼 수 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작업이었을 것인데 작은 것 하나에도 자연과의 조화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봉재루 누각 아래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허리를 90도로 굽힌 소나무가 아주 반갑게 맞아줍니다.

소나무와 아침햇살이 만들어낸 그림자와 단청 없이 소탈한 대웅보전 그리고 능가산 바위 병풍

참으로 멋진 그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소사 대웅보전은 조선 중기(1623년)의 목조건물로 그다지 큰 편은 아니지만 중후하고 단정한 느낌이었습니다.

대들보는 자연 그대로의 굽은 재목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건물은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깎아

서로 교합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혜구두타 스님이 창건했다.

내소사가 가장 번성했을 때는 큰 절은 대소래사, 작은 절은 소소래사가 있었다.

그 후로 대소래사는 불타 없어지고 현재 내소사는 소소래사가 전해져 온 것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모든 전각이 불타 없어졌다가 인조 11년에 청민선사가 중건했다.


다음백과에서 가져 온 글


이름이 소래사에서 내소사(來蘇寺)로 언제 바뀌었는지 그 정확한 유래는 모른다합니다.




대웅전 내 사진 : 다음 이미지에서 담아 옴


대웅보전 내부 천정도 화려하고 무엇보다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의 형상을 조각 해 둔 것이 특이하여

부처님게 삼배하고 난 뒤 호기심에 어려 천정을 한참 올려다보고 있자니 대웅전에서 시주를 받고 계시던

보살님께서 우리들을 살며시 손짓하며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법당 내부 뒤 벽면, 그러니까 부처님 뒷편의 벽면에 있는 관세음보살상에 대해 가르쳐주셨습니다.

관세음보살상의 눈을 바라보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가면 그 눈이 계속 따라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나리자의 그림처럼 고운사에서 본 벽화의 호랑이처럼.....

보살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해 보니 과연....신기....^^


전설에 의하면 이 건물은 호랑이가 화현한 대호선사가 지었다하고,

 벽화는 관세음보살의 화현인 황금빛 날개를 가진 새가 그렸다고 하는데...


다음백과에서 가져 온 글


대웅보전 겹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처마를 자세히 살펴보니 예전에는 단청이 되었던 색들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그 옛날의 천연색감을 재현 해 내지 못함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대웅보전 문짝은 초화무늬[草花紋]가 정교하게 투각된 꽃살문이었습니다.


'나의 내소사 답사는 항시 멀찍이서 대웅보전의 시원스런 자태를 엿보다가

돌계단에 올라 아름다운 꽃창살의 묘미를 읽는 것으로 끝난다.

꽃창살 사방연속 무늬는 우리나라 장식문양 중에서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그 모든 것이 오색단청이 아니라 나무빛깔과 나무결을 그대로 드러내는 소지素地단청인지라 살아난 것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글에서 은애하는 이를 멀리서 보러 왔다가 먼걸음으로 한참을 정감어린 눈으로 보다

가까이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하고 가는 연인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지런하고 반듯하게 담을 쌓고 계단을 놓은 길을 올라 산신각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놓아 둔 곳 없이 정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법고, 동종, 목어, 운판이 함께 있는 범종루


고려동종은 1222년(고종 9)변산 청림사(靑林寺)에서 만든 종인데,

청림사가 폐사되고 1850년 땅속에서 발굴된 뒤 이 절로 옮겨졌다합니다.



요사채와 템플스테이 하는 건물 역시 단정하였습니다.





돌아나옴이 아쉬워 봉재루에 앉아 단정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대웅보전과

멋스런 소나무를 바라보며 백련차를 마셨습니다.

따뜻한 온기와 그윽한 향이 좋았습니다.^^


유홍준 교수님의 우리나라 5대 명찰


충남 서산 개심사

전남 강진 무위사

전북 부안 내소사

경북 청도 운문사

경북 영주 부석사


우리나라 5대명찰이라 해서 선듯 뇌리에 스치는 제법 크고 유명한 절집 몇몇을 대었는데

그중 일치하는 절집은 영주 부석사 뿐이었습니다.

유홍준 교수님께서는 어떠한 이유로 위의 절집들을 5대 명찰로 꼽았을까....?

강진의 무위사를 빼고는 다 다녀 본 경험으로 보자면 절집으로의 진입로가

힐링으로 도란도란 걷기에 좋은 길이고, 절집의 가람이 주변 자연경관과의

조화로운 공간배치로 자연과의 어우러짐이 좋은 절집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또 대웅전이 크고 웅장하기 보다는 아담하면서도 포근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강진 무위사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리탑 주위에는 배롱나무들이 멋스러웠습니다.

한여름 배롱꽃 피었을 때는 참으로 아름다웠을 듯....



내려오다 '지장암' 이정표를 보고 올려다보니 건물이 보여 올라 가 보았습니다.





올라보니 지장암은 아니고 수양도량인 듯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이곳도 깔끔 단정....^^

지장암은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하는 듯하여 포기하고  되돌아 내려왔습니다.



모퉁이 사람들의 눈길이 잘 머무르지 않을 듯한 곳의 대나무 숲 하나까지도

단정하게 잘 관리가 되고 있어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절집 '내소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