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공주 봄마곡사의 아침 풍경

#경린 2019. 5. 3. 16:21



'마곡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명찰이기도 하지만

 ‘춘마곡 추갑사’ 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 봄이 되면 꼭 마곡사의 아름다움에 빠져 보리라 다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딱 마침 기회가 왔습니다.

천안쪽으로 볼 일이 생긴 것입니다. 볼 일보고 내려오면서 들리면 딱 되겠다는...ㅎㅎ

그런데 '춘마곡'이라고 했을 때는 매화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가 아닐까 하나

볼 일을 볼 즈음은 벚꽃이 지고 난 뒤일 듯해서 살짝 아쉬움이 있기도 했지만

일단은 마곡사를 가 볼 수 있다는 설레임이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절집으로 이어지는 산길 한 쪽으로 태화산자락에서

흘러내려온 계곡물이 반가이 맞아주며 절집까지 동행 해 줌이 다정하였습니다.

스타트부터 감히 이 절집은 봄뿐 아니라 사계절 어느 때 발걸음해도 좋은 사찰임을 바로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곡사는 공주시 태화산자락에 자리 잡았고

그 자리 잡음의 물과 산세는 태극형이라고 하여 택리지와 정감록 등에는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十勝之地)중 한 곳으로 꼽았다합니다.





해탈교를 건너며 내려다 보는 태화천 맑은 물빛은 봄을 더 봄답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나무가지마다에 연등을 달아놓아 흐드러진 봄꽃 풍경을 놓친 길손의 맘에 핑크빛 미소를 얹어 주었습니다.

연등은 사시사철 사찰을 찾는 손님을 위한 것으로 겨울 가지에 하얀 눈이 내렸을 때는 더 감탄스러운 풍경을 연출 해 주기도 한다했습니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선생님(金九, 1876~1949)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김구선생께서는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 스치다 조스케를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 나루에서 죽인 뒤 붙잡혀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하여 마곡사로 피신하여 한동안 계셨다합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사슬에서 벗어난 후 김구선생님께서 마곡사에  들러 심은 향나무가 마당에 있었습니다.


백범선생의 발걸음을 따라 걸어보는 명상길이 있었습니다.

템플스테이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길을 자박자박 걸어보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명상길 1코스는 1.5km로 마곡사 – 삭발바위 – 영은교앞 – 군왕대 – 마곡사로 돌아오는데 한 시간

명상길 2코스는 마곡사 – 은적암 – 백련암 – 생골 – 마곡사로 역시 1.5km로 한 시간

시간과 거리가 적당한 듯합니다. 


마곡사 고방 (창고로 사용했던 건물)

고방 이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마곡사는 백제 의자왕 3년 자장율사가 창건하였습니다.

절의 이름은 신라보철화상이 법문을 열때 모인 대중이 삼밭의

삼대같이 많다하여 마곡사라 이름 지은 것이라 합니다.


마곡사의 특이한 점은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아래 위로 나란히 한가람 안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본전이 두개인 샘입니다.

아래쪽이 대광보전인데 임진왜란으로 불 타 없어진 것을 순조13년에 다시 지은 것이라합니다.


대광보전 위쪽 2층으로 보이는 것이 대웅보전입니다.

외관상으로는 2층 건물 형태인데 들어가보니 내부는 하나의 공간으로 높이가 상당히 높은 건물이었습니다.

이 건물 역시 임진왜란 때 소실 되었다가 조선 효종2년에 다시 지어진 것이라합니다.

내부 중심에 석가모니불, 좌우에 아미타불과 약사불이 있었습니다.


음......

대웅보전 내부에는 네 개의 싸리나무 기둥이 있는데

이 기둥을 감싸안고 한바퀴 돌면 6년을 더 산다는 속설이 있다는 기둥입니다.

아니 6년이 더 젊어진다나..뭐라나? 그말이 그말인가...?? ^^

한바퀴 돌아보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반질반질한 기둥을 눈으로만 시~익 한바퀴 돌고 나왔습니다.^^





봄기운이 물씬한 마곡사 주위를 살랑살랑 돌아보니 왜 춘마곡이라고 하는 지 알 듯하였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실록과 봄을 쉼없이 실어 나르며 빛나게 흐르는 계곡 때문인 듯하였습니다.

겨우내 삭막했을 골짜기를 연두로 물들이며 만들어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신록의 빛이 조금 더 짙어 질 즈음인 4월말을 기해 마곡사 신록축제를 하는 듯합니다.





마곡사 근처에서 1박을 하였습니다.

마곡사 신록축제를 준비함인지 근처 공원에는 불빛이 휘황찬란하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밤을 밝히는 불빛은 사람들의 기분을 업시키기에 좋은 장치인 듯합니다.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하여 산사를 오름은 언제나 상당히 좋은 기운을 줍니다.

계곡을 따라 쉬엄쉬엄 걷기에 좋은 솔바람길

상쾌한 아침공기 마시며 함께 거닐어 보시지요.^^

오후와는 확실히 다른 공기와 느낌을 안겨줍니다.













전날 늦은 오후에 방문 하였을 때는 대광보전 내가 너무 번잡하여 삼배만 드리고 나왔드랬는데

가만보니 불단 뒤로도 공간이 있어 뭔가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돌아가보니 역시 뒤쪽에 후불벽화로 그려진 '백의수월관음도' 불화가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관음상의 눈을 바라보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으니 역시 눈동자가 함께 따라왔습니다. ^^


대광보전은 불단을 서쪽에 설치하고 그 위에 비로자나불상을 동쪽을 향해 앉힌 배치 방법으로

부석사 무량수전과 유사하고, 비로자나불 뒤로 후불벽화를 배치 한 것은 내소사 대웅보전과 유사함이었습니다.


대광보전 뒤 위로 올라 대웅보전도 역시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었습니다.

두 아름이나 되는 싸리나무 기둥을 안고 한바퀴 돌았습니다. 6년 젊어질라나 몰라...ㅎ

저승을 가면 염라대왕이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번이나 돌았느냐?"하고 물어 본다지요.

안 돌고 오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합니다.ㅋㅋ

믿거나 말거나 나무기둥은 윤기가 좔좔좔~~~ㅎㅎ







물소리마저 봄같이 싱그러운 소리를 내는 봄마곡사

그것도 이른아침의 풍경은 고즈넉에 평온 그 자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