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7년 만에 꽃을 피운 금전수

#경린 2018. 11. 25. 19:58


아파트 실내의 꽃들은 물을 그렇게 많이 먹지 않는다.

남향인 집은 여름엔 해가 들어오지 않고 겨울에는 해가 거실 안까지 들어 와 여름과 겨울을 별 타지 않는다.

달력에 표시를 해 가며 보름에 한 번, 화분 하나에 1.2리터 정도의 물을 준다.

그러면 화분 바닥에 조금 베어 나올 정도인데 지난번 물 줄때 저 금전수는

물을 아래로 많이 쏟아 내었다.

어? 얘가 왜 이러지? 물을 거부하다니?

요래조래 살펴 봐도 별 이상 증세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번에는 물을 주면 안 되겠다 싶어 달력에 적어 두었더랬다.

'다음번에는 금전수에 물 주지 말 것'


그러고 한 20일 지났나....금전수 화분에 못 보던게 보였다.

가까이 가 보니 오마나...꽃이 피었네?

하이고 신기...울집에 금전수 꽃이 피기는 처음이다.



금전수가 10cm 모종으로 우리집에 온 것이 벌써 6~7년 된 듯하다.

그 동안 한 번도 꽃을 피운 적이 없었다.

처음 꽃이라 그런지 키가 작고 꽃도 작았다.


보름에 한 번 주는 물도 먹지 않고 토해 내며 안 하던 짓을 한 것이 아마도 저 꽃을 품고 있어 그랬던 것 같다.

사람도 그렇지만 초록이들도 꽃을 피울 때 엄청 난 에너지를 꽃에게 보내기 때문에 많이 지친다.

꽃이 지고 나면 아주 폭삭 늙어 피폐 해진 모습이 금방 죽어 버릴 것 같이 안스럽기도 하다.

지난 번 관음죽이 그러해서 얼마나 맘을 졸였는지 모른다.

금전수도 그럴까봐 차라리 저 꽃을 잘라 내어 버릴까 싶었다.

그래도...덩치에 비해 첫 꽃이라 작으니 괜찮겠지?

첫 꽃을 저도 기다렸을 것인데.....그냥 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영양제를 잘 주어야 겠다.


초록이 자체를 헤칠까봐 차라리 꽃을 따 버리고 싶은 것이 부모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순간했다.

울아부지는 울 애들에게 늘 엄마 맘 상하게 하면 할아버지한테 혼난다 하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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