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야생앵초 잘 키울 수 있을까나?

#경린 2019. 5. 1. 12:19


10년 넘게 키운 천리향이 언제부턴가 비실비실 하였습니다.

그대로 두면 이러다 죽이겠다 싶어 햇살 좋은 학원건물의 입구 계단에다 가져다 두었습니다.

때마다 물도 주고 영양제에 비료도 뿌려 주었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얼어 죽을까봐 꽁꽁 싸 매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올해 봄이 되기 전에는 깜짝 놀랄만치 멋진 향을 품어내는 꽃을 피웠더랬습니다.

오는사람 가는사람들이 모르긴 해도 그 향기에 끌려 와서 그 꽃빛에 탄성을 아니 지를 수 없을 자태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오마나...우째 이런 일이.....

하룻밤 사이에 천리향이 뿌리째 뽑혀 사라져 버렸습니다.

비가 내린 다음날 누군가 천리향을 뽑아 갔지 뭡니까 ㅠ.ㅠ

인제 겨우 제 페이스를 찾고 꽃을 피워내고 있는 중이었는데 세상에 우찌...흑흑

하필 꽃 피우는 시기에 나무만 뽑아 갔단 말인지요.

꽃 피울때 얼마나 힘드는데 그냥 화분째 들고 가지....잉잉

 대형분이라 무거우니까 뽑아가려고 비 오기를 기다린 이웃인 듯했습니다.

너무 이뿌니 이런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제발 잘 키워주길...ㅠ.ㅠ



천리향과 같이 나란히 두었던 수선화는 천리향이 하룻밤 사이 사라지고 난 뒤

저 혼자 꽃을 피웠습니다.

작년에 거제 공곶이 가서 5000원어치 사온 뿌리에서 이리 고운 꽃이 피어난 것입니다.

근데 이녀석도 너무 이뿌지 뭡니까...ㅠ.ㅠ

밤사이 또 누가 들고 갈까봐 학원 안으로 들였더니 햇볕이 적어 며칠 만에 폭 꼬꾸라졌습니다.

내 욕심 때문에 이 이뿐이를 죽일지도 몰라 싶어

학원 뒤로 나가는 비상구 계단 문을 열고 햇살 아래 가져다 놓았습니다.

 아무도 발길하지 않는 곳이지만 다시 방글방글 해졌습니다.

꽃들은 햇살 아래에서는 무한정 행복인 듯합니다.

수선화가 혼자 심심하고 무서울까봐 햇살 좋아하는 몇몇 화분들을 친구하라고 가져다 놓고

요즘은 학원 뒷문쪽 비상구 계단에 매일 한번 씩은 꼭 가 봅니다.

지금은 수선화 꽃이 다 지고 없습니다.



한참 꽃을 피워 향기를 뿜어 대던 천리향을 잃고 기운 빠져 할 즈음

치자꽃이 나폴나폴 날아왔습니다.

하이고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 치자향에 반해 버렸습니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저희집에 이만한 치자꽃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 치자꽃과는 어찌 이별하였는지 기억에도 없고

새로 온 치자꽃에 폭 정신이 팔려 버렸습니다.

치자꽃도 향기가 정말 진합니다.





이웃집 블에 꽃구경 갔다가 앵초를 보게 되었습니다.

앵초, 앵초 귀여운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키워 본 적은 없는 꽃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종류가 엄청시리 많았습니다.

꽃색깔도 빨주노초파남보로 완전 다양하였습니다.

혹여 꽃집에 있으려나 학원 근처 재래시장에 내려 가 봤습니다.

크림색 발레리나 앵초가 때마침 있었습니다.

"발레리나 앵초"

춤추는 발레리나의 치맛속 같은 꽃을 보노라니

이름도 참 잘 지었다 싶었습니다.


한송이 두송이 크림색 발레리나 앵초의 꽃이 치맛자락을 펼칠 때마다

매력적인 향기까지 뿜어 내었습니다. 향기 품기는 치맛자락에 홀랑 넘어가

다른색깔 앵초들도 곁에 두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근처 꽃집에는 어느 곳에도 앵초를 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어디 하나에 꽂히면 헤어나오지를 못하는 성격을 좀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애지중지 10년 이상 키운 천리향을 도둑 맞은 허전함 때문인지 자꾸 꽃 욕심이 더 났습니다.

새로운 빛깔 앵초를 찾아  화원투어를 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앵초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였고 겨우 한 군데에서 분홍빛 장미앵초를 만나 데불고 오게 되었습니다.

 이 아가씨의 낯빛은 또 어찌나 고운지...."아이고 이삐라" 소리 절로 나오는 앙징스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록 이파리를 받침 삼아 옹기종기 피어 있는 모양새가 하마 신부의 부케 같기도 합니다.

 


먼저 피어난 꽃이 시들면서 새꽃이 쉼 없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처음 올라올 때는 흰색이었다가 점점 핑크로 물들어 감이 신기한 꽃입니다.

앵초는 환경만 잘 맞으면 오랫동안 꽃을 보여주고 베란다에서 겨울나기가 가능한 다년초라 했습니다.

잘 키워보리라 매일매일 들여다보고 인사함이 즐겁습니다.

이만한 친구가 없습니다.^^

그런데 베란다 햇살이 부족한지 꽃빛이 처음에 보았던 그 선명한 핑크빛까지 도달을 못하는 듯합니다.ㅠ.ㅠ

 

 

야생앵초가 청초하니 고아서리 강원도 어느 농원에 한묶음(60촉) 주문을 하였습니다.

배송이 누락되어 일주일을 넘게 기다려 받았습니다.

천안으로 여행 가기 전날 퇴근 해 오니 작은 택배가 집앞에 와 있었습니다.

여행 간 다음에 꽃이 도착하면 어쩌나 노심초사였던 중이었습니다.

딸냄이는 초록이에 잼뱅이기 때문에 저 대신 앵초를 화분에 심어주기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야생앵초라 포트에 심겨져 오지 않고 비닐팩에 소담하니 담겨왔습니다.

먼길 오느라 고생하였는지 잎도, 몇 송이 핀 꽃도 힘든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준비 해 두었던 화분에 심어 주었습니다.

저녁에 심고 축 쳐진 잎에 묻은 흙을 씻어 줄 정도로 물을 뿌려 주고

아침에 보니 어찌나 싱싱하니 생기발랄한지 울집 온 기념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야생앵초 너 어디서 왔니? 어쩜 이렇게 이뿌니?"^^

여행가는 발걸음에 앵초의 발랄함이 전이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욕심이 앞 서 야생앵초를 들이기는 하였는데

야산에서 자라던 것이 아파트 베란다에 잘 적응을 할 수 있을란지.....걱정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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