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햇살 좋은 날

#경린 2018. 12. 23. 12:56



주말을 이용하여 동생이랑 친정집에 갔다가 마산어시장엘 들렀다.

친정집 바로 앞이 어시장이다.

재래시장 중에서도 마산에서는 그 규모가 가장 큰 곳일게다.

도란도란 이얘기 저얘기 나누며 금방 튀겨 낸 수제어묵을 입에 물고

과일전, 야채전, 수산물전, 식육코너 등을 두루 한바퀴하였다.

싱싱함과 풍성함에 활기가 넘치는 재래시장 구경은 언제가도 그 생동감을

덤으로 얻어 올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친정엄마에게 바다가 내다보이는 베란다와 어시장의 활기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친구가 아닐까 싶었다.

아버지는 엄마를 위해 이곳 아파트를 장만하셨고

엄마는 그 아파트를 그 아파트에서 누릴 수 있는 풍경을 환경을 좋아하신다.

엄마 다니시는 길을 따라 걸어보니 울옴마가 이 길에서 느끼는 생동감을 아니좋아할 수가 없겠다 싶었다.



어시장에서 장 봐 온 걸 다음 날 요리를 하였다.

푸른 것도 바다의 것도 어찌나 싱싱한지 특별한 요리랄 것도 없었다.

 자연산 물미역은 한 단 인데도 적은 식구가 먹기에는 양이 많아

반은 볶아 나물을 만들고 반은 생으로 먹을려고 손질을 하였다.

양식 미역과는 모양새도 달랐지만 확연히 그 향도 맛도 식감도 달랐다.

흠...입안 가득 퍼지는 자연산 미역의 풍미는 역시라 생미역 그 자체만으로 훌륭했다.

통영 자연산 굴은 크기가 잘기는 하였지만 두 말이 필요없는 탱글한 싱싱함이라

1/3은 딸냄이 좋아하는 생굴로 2/3는 쪽파 듬성듬성 쓴 것에 멸치액젓과 소금, 땡초, 마늘, 고추가루 넣고

어디에도 없는 레시피로 맘가는대로 손가는대로 뚝딱뚝딱 버무렸다.

재료가 좋으니 요럴 때는 손 맛은 호출을 할 필요가 없다.ㅎㅎ

시금치도 어찌나 싱싱한 지 진 잎을 따 내거나 가릴 것이 하나도 없어

뿌리부분만 삭둑 잘라 내고 살짝 데쳐 무쳤는데 차암 달았다.

명란젓 알은 잘게 썰어 참기름, 땡초, 쪽파 송송, 참깨 넣고 버무렸다.

자연산 돌김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두 장씩 앞뒤로 살짝살짝 구워 내었다.

밥상을 차리니 통영 바다가 춤을 추는 듯하였다.

입은 자동으로 벙글 열리더니 어찌나 바쁜 지....연신 "아웅 넘 맛있다"~~^^

살짝 구운 돌김에 명란젓 양념 한 것을 싸서 먹으면 다른 반찬 필요도 없을 정도고

싱싱한 자연산 물미역에 빨간 초장 살짝 찍은 생굴을 싸 먹으면....그냥 죽음이다.ㅋㅋ

나는 생굴보다는 양념으로 버무린 굴이 더 기호에 맞기는 하였지만 어쨌거나 넘 맛있었다.

겨울 되니 정말 이 해산물 먹는 즐거움이 기막힘이다.^^



 

 세상 행복한 점심을 배불리 먹고 쇼파에 나른히 퍼져 버린 육신

오후로 넘어 가면서 거실 가득 스며 들어오는 겨울 햇살의 반짝이는 눈부심에

나른한 눈이 게슴츠레 해지자 "아, 좋다"하고 뇌가 바로 반응을 했다.

이 순간이 이대로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

꽉 채워진 이 충만감이 바람처럼 지나가버리고 뒤 따라올 공허를 알기에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휴일의 오후는 이런 아쉬움을 아니 맞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늘상 누릴 수 없는 시간이기에 그만큼 소중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밖은 찬바람이 생생이겠지만 실내는 따뜻한 햇살이 기지개 키듯 쭈욱 뻗어 들어와 나의 초록이 들도

모처럼 따땃한 햇살에 등을 맡기고 나른한 오후를 넘어가고 있는 듯 행복 해 보였다.

요며칠 날이 흐리기도 하고 간간히 비도 내려 간만에 찾아 온 쨍한 햇살이 얼마나 좋을까

햇살의 간지러운 장난질에 자지르진 웃음을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모처럼 찾아 온 햇살의 간지럼에 반짝이는 초록이들을 핸폰으로 찍어 주었다.


"아 이삐네..곱다..요렇게 서 봐, 아냐 이게 났겠다. 저족으로 시선을 줘봐"

"신선한 공기가 그립다구? 직사광선은 언제 쬐어 보냐구? 그러면 문을 열어 줄게"


햇살 고우니 혼자서도 이리 잘 논다.

아니 혼자가 아니네 햇살이랑 초록이랑 같이 놀았넹..^^


 

음식도 초록이들도 좋아하는 존재들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나보다.

그런 것들은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용하거나 시시하고 별 관심도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순간순간 길어지는 나만의 흥밋거리에 브레이크를 걸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