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주저림

시는 참으로 아름다웠건만........

#경린 2019. 1. 27. 09:38



시집을 읽다가


사소한 것들에 말을 걸며 가지는 관심에 대한 공감대였을까?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그윽한 애정 때문이었을까?

시골 오솔길을 걷듯 어깨 나란히 따라 걸어감이었을까?

눈물겹도록 배어 나오는 삶에 대한 애정이 고마워서일까?


시집을 읽는 동안 여러번 뭉클하였고,

여러번 멍 때렸다.




물고기와 만나다


아침 물가에 은빛 물고기들 파닥파닥 뛰어올라

왜 은빛 몸뚱아리 하늘 속살에다

패대기를 쳐 대는지 알지 못했는데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부터 아, 저것들도

살아 있음이 좋아서 다만 좋아서 저러는 거구나

알게 되었지


저녁에도 그러하네

날 어두어져 하루의 밝음, 커튼이 닫히듯 사라져 가는데

왜 물고기 새끼들만 잠방잠방 소리하며 놀고 있는 건지

그것이 하루의 목숨 잘 살고 잠을 자러 가면서

안녕, 안녕, 물고기들의 저녁 인사란 것을

한 사람을 마음 깊이 잊지 못하면서 짐작하게 되었지


물고기들도 나처럼 누군가를 많이많이 좋아하고

사무치게 사랑해서 다만 그것이 기쁘고 좋아서 또 고마워서

그렇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지.




다만 그뿐이야

 

믿어봐 믿어 줘봐 네 자신 안에 있는 너를 네가 먼저 믿어 줘봐

모든 일이 잘 될 거야 좋아질 거야

웃어봐 웃어 줘봐 너 자신 안에 있는 너에게 네가 먼저 웃어 줘봐

모든 일이 잘 될 거야 좋아질 거야

다른 사람들 뭐라든 무슨 상관이야 뭘 어쩌겠다는 거야 도움이 안 돼

너는 너이고 그들은 그들일 뿐이야 상관없어

사랑해봐 사랑해 줘봐 네 자신 안에 있는 너를 네가 먼저 사랑해 줘봐

모든 일이 잘 될 거야 좋아질 거야

그게 답이야 그것이 옳은 거야 그뿐이야

오늘은 날이 맑고 바람이 불어 멀리 떠나고 싶은 날

멀리 사는 얼굴 모르는 사람조차 보고 싶은 날

다만 그뿐이야.



길 잃고


풀잎을 만나면

발길 돌리지 못해

서성이는 바람


꽃을 만나면

눈을 떼지 못해

눈물 글썽이는 햇빛


강물을 만나면

강물 속에 들어가

나오려 하지 않는 나무


나 또한 그대 만나

오래고 오랜 날들

가던 길 잃고 맴돌며 산다.



노벨문학상까지 거론 되었던 한 시인이 요즘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온 문학계에 파장을 일으켰었지요. 학교 수업시간에도 그것으로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한쪽으로 의견이 쏠림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예술이라는 이름하에 권력을 남용한 것에 대한 지탄을 면키 어려웠지만

어떤 이는 자신도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있다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 말을 하신 분도 역시 예술을 한다고 제법 자신의 색을 뚜렷이 뿜뿜 뿜어내시는 분이었고

자신의 색이 너무 강하여 다른 색이 얹히거나 섞이기는 너무 어려운 스타일이라

그말에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술과 도덕은 염연히 분리되어 있고

예술은 누구나 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도덕은 누구나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선에 대한 사회 관계의 축이 되는 것이라고 저는 말하였더랬습니다.

그것이 흔들리면 사회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각각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니

생각하기 나름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나태주 시인님에 대한 어느 블러그의 글을 읽었습니다.

문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일련의 그 사건과 같은 선상에 있을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름다운 시들이 안타까웁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블로그 Blue & Blue에

나태주 시인님을 블로그 검색창에서 검색하면 자세한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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