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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1 / 이국종

#경린 2019. 1. 13. 15:35


연말연시를 이용하여 아이들과 대만여행을 다녀왔다.

서로 날짜 맞추기가 쉽지않아 어렵게 그리고 급하게 가게 된 여행이었다.

여행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여행하는 내내 날씨가 좋지못했다.

특히 첫날은 푹우 수준의 비가 하루종일 내려 곤혹스러울 지경이었다.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바로 출근을 해야해서 일상으로 복귀하여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는데

입맛이 쓰고 속이 거북스러우면서 구역질이 나올 듯하였고 설사를 몇번 하였다.

콧물도 없었고 기침도 없었으며 다른 특별한 증상은 없었으나 입맛이 없었다.

그러다 토요일 저녁 시간으로 넘어 갈 즈음 갑자기 열이나고 몸살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책 읽음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이상하다 싶었는데 정말 찰라처럼 열과 몸쑤심은

훅하고 치고 들어와 내 온몸을 순식간에 점령 해 버렸다.

여행 후유증으로 인한 몸살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몸살이라고 하기에는 진통과 열이 너무너무너무 심했고 이명은 미친듯 윙윙윙 두뇌골을 깨부술듯 울렸다.

온몸은 쑤시고 머리는 깨질 듯 한 것이 세상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그런 통증이었다.

먹을 수도 걸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그저 신음하며 끙끙 앓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토욜 저녁이라 병원을 갈 수도 없어 집에 있던 해열진통소염제로 이틀을 버텼다.

그나마 진통제를 먹는 몇 시간동안은 오한이 있기는 하였지만

거실을 나오거나 잠깐씩 토끼잠을 자기도 하였다.

간간히 걸려오는 부모님과 형제들의 전화에는 전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내가 아픈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알린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맘 아픔과 걱정뿐 일 것이므로...



작년 연말 즈음 수학쌤께서 골든아워2를 주문해야하는데

실수로 골든아워1을 또 주문하였다며 반품해야한다기에 내가 대신 구입을 하였다.

그랬더니 쌤이 골든아워2를 재주문할 때 두 권을 구매하여 나에게 선물이라며 한 권을 주었다.

고맙게도 책 두권을 받아 놓고는 여행과 아픔으로 손도 못 대고 있다가 몸이 한결 수월해지면서 읽기시작하였다.

4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을 읽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국종교수님은 자신이 평생을 몸담은 중증외상외과의 현실을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리얼하게 써 내려갔다.

담담하지만 처절한 현장 에세이는 먹먹해지면서 목이 메이고 어느새 눈가가 촉촉 해는가하면

눈물이 똑 떨어지며 코가 맹맹 해 지기도 하였다.

심장의 쫄깃쫄깃한 긴장감은 덤으로 순간순간 찾아왔다.


골든아워1~2권은 이국종 교수님이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

현장에서 겪은 체험 및 각종 진료 . 수술기록 등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이다.

원칙대로라면 중증외상 환자는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골든아워 60분 안에 도착해야 한다.

마취과, 혈액, 의료진, 의료기구, 의약, 중환자실 등이 신속하게 투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원칙과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열악한 환경과 시스템이 가능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꺼져가는 춧불에

다시 불씨를 붙여 온기를 불어 넣으려 최선을 다하며 대한민국에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하는 외상외과 의사가 겪는 치열한 사고 현장,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의사,

절벽같은 냉혹한 현실과 절박하지만 척박하기만 한 외상외과 의료 현실, 고뇌와 사색, 생명애, 인간애, 사명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회귀(1권 P36~P43)


함은 바다 위의 '집'이자 '무기'이고 '방공호'여서, 함의 목숨과 함 내의 목숨들은 같은 자리에 놓였다.

우리는 늙은 고래들을 세심하게 살펴야만 했다. 장교와 수병이 너나없이

고치고 닦고 조이고 기름 쳐가며 함의 유지를 위해 갖은 애를 썼다.

"해군은 제한된 상황에서도 낡은 장비와 부족한 보급을 탓하지 않는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함을 띄워야 한다."

그것이"이순신 제독 때부터 내려오는 해군의 전통"이라고 했다.

물러설 자리가 없는 곳에서는 모든 것이 명료해진다.

검푸른 바다 위는 사지이자 전장이고 생존의 터였다.

그 위에서 해군들은 미루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속을 헤아릴 수 없는 물길 위에 선 사람들에게 섣부른 잔꾀는 없었다.

단순하고도 순결한 세상, 나는 그것이 좋았다.


최일선에서 겪은 것을 토대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고자 육상기지로 전출된 한 상사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다시 함정으로 돌아가며  해 준 말을 그는 삶의 중심축으로 삶고 있었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옳은 것을 주장하며 굽히지 않는다.

안 될 경우를 걱정할 거 없다. 정 안 되면 다시 배를 타러 나가면 그뿐이다.

나쁜 보직을 감수할 자세만 되어 있으면 굳이 타협할 필요가 없다.

원칙에서 벗어나게 될 상황에 밀려 해임되면 그만하는 것이 낫다.>

그것은 단순한 논리였다. 바다 위에서 만난 병사들이 그와 같았고 대개의 뱃사람들이 그러했다.

그의 말들이 짙은 쪽빛으로 머릿속을 깊이 물들였다.

바다 위에서 배운 단순한 논리가 인생의 방향타가 됐다.


이국종교수님이 해군출신이기도 하고 아주대학병원 중증외상센터에서 해군과 중증환자 이송 및 처치 등을

협업하다보니 골든아워1권에는 해병에 대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해군출신인 아들이 들려 주었던 얘기들이 새록새록 다시 피어나기도 하였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련의 사건들에 깜짝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는 아들에게 너무 많이 미안했고 눈물나도록 고마웠다.

누구나 다 다녀오는 군대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우리아들은 그렇게 잘 다녀왔다고 생각했었다.

전방의 해군기지나 함정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고 하던 아들의 말은 그대로 살아서 골든아워1권에 실려 있었다.

그 위험했던 시기에 아들은 해군 최전방인 2함대에 소속되어 을지문덕함을 타고 있었던 것이다.


삶의 태도 (1권 P72~P77)


그는 예비역 해병이자 취업 준비생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오토바이 배달을 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한쪽 다리를 잃었고 인공항문까지 달았다. 20대 청년이 받아들이기에는 지독한 현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래 괴로워하지 않았다. 좌절하는 대신 살아있음으로 가질 수 있는 나머지 가능성에 집중햇다.

그 긍정이 놀라웠다. 그런 삶의 태도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를 보며 나는 부끄러웠다.

2년 후 그 환자는 인공항문복원수술을 받았다. 환자 몸에서 대변 주머니가 사라졌다.

환자는 더 쾌활해졌고 보조기를 착용하고 잘 움직였다.

얼마 뒤 그 환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현실에 타협하고 상황에 물러서기보다는 순간순간의 현장에서 내려야하는

판단에 교과서적인 원칙과 정석을 중요히 여기는 그가 부끄러웠다고 한다.

아름다운 청년에게 새 삶을 선물하는데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않으셨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이다. 그의 삶의 자세를 본받아야한다고 생각햇다.

이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세상이다.

삶이 힘들고 지치고 주저앉아 버리고 싶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고열을 동반하며 뼈속을 파고드는 통증과 머리를 깨는 듯한 두통, 그리고 끝없이 메아리 쳤던

오른쪽 귀의 이명은 이틀동안 사그라들지 않고 더 심해졌다.

내가 자주 가는 내과는 차로 10분정도 거리에 있다.

어떻게 운전을 해 갔나....해열 진통제를 먹었지만 덜덜덜 사지는 발발 떨렸고

걷기도 힘들 지경이 되었다.

나는 정말이지 이토록 아파보기는 처음이었다.

"으으으~~엉엉~~너무 아파요~~ㅠ.ㅠ" 

운전 해 가는 내내 눈도 입도 같이 울었다.


해열제를 먹었음에도 병원 도착하여 잰 열은 39도였다.

"언제부터 이랬어요?"

"지난 토욜부터요. 설사도 하는 것이 장염같기도 하고...입맛도 없고..."

"설사는 몇 번했어요?"

"일욜에 서너번 정도..."

"오늘은요?"

"한번.....입안이 써 먹은 게 없는 걸요"

"설사는 심하지 않네요? 장염으로 이 정도의 열은 나지 않거든요. 기침이나 콧물은 어때요?"

"기침이나 콧물은 없어요"

"기침이나 콧물이 없으니 독감은 아닌 듯하고...

독감이라해도 이렇게까지 열은 나지 않습니다."

"그럼 왜 그럴까요?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염증으로 인한 고열 같은데.....열이 나니까 몸이 쑤시고 아픈거고....."라며

의사쌤이 내 왼쪽 옆구리뒤쪽을 주먹으로 툭쳤다.

"아프세요?"

"조금요"

다시 오른쪽 옆구리뒤를 툭 쳤다.

"악~ 마이 아파요"

"신우염인 듯합니다. 일단 링거를 하나 맞고 약을 이틀분 처방 해 줄테니 드셔보시고

열이 내리지 않으면 이것저것 검사를 해 보는 걸로 하지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링거를 맞고 죽을 사서 조금 먹은 뒤 약 한 봉지를 먹었을 뿐인데

와우~~~unbelievable

세상에나 열도 내리고 쑥쑥 아팠던 통증도 가셨다.

절망의 구렁텅이였던 시간들이 깊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오 듯 맑갛게 되는 기분

정말 의사선생님 최고~~따봉!!

나는 이 의사선생님께 몇번 고마운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은 정말 신기하고 놀라우리 만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담에 갈 때는 음료수라도 들고 가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