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부산 다대포 해변공원, 몰운대

#경린 2019. 1. 26. 21:16



휴일날 맛난 거 묵고 산책을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나섰습니다.

제주갈치조림이 먹고 싶어 검색을 하여 찾아 갔더니만

다른 업종으로 변경예정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문이 꽁꽁 닫혀 있었습니다.

다른 곳들도 그렇겠지만 창원은 요즘 경기가 극심하게 나빠져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가게들이 생기기도 많이 생기고 문을 많이 닫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들 어찌 살아야하나 막막하다고 하시는 분들을 쉬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학원들도 예외가 아니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문을 닫고를 거듭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다시 제주갈치조림집을 검색하여 찾아가기도 귀찮아  문 닫은 집 근처의 찜집으로 가서

대구볼찜을 시켜 먹었습니다. 아마도 이 날은 매콤한 것이 먹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제주갈치조림 대타였던 대구볼찜이 다행히 입맛에 맞아 입주위가 벌겋게 될 정도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맛난 조림이나 찜이 있으면 밑반찬은 별 없어도 그 자체가 밥도둑입니다.


밥을 먹고 1시간 거리에 있는 다대포로 갔습니다.

매운 것도 먹고 싶었는데 바다도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냥 맘이 시키는 대로 해 보기로 한 날의 맘 따라 가는 길이었습니다.



다대포는 몇 년전 영남지역 학원직영관의 관리자회의 때문에 간간히 걸음하였던 곳입니다.

올 때마다 차 타고 지나가며 바라보기만 하였던 바다였습니다.

산책 시설도 잘 되어 있고 바라 보이는 풍광도 아름다운 곳이라 언제 시간을 내어 꼭 와 보리라 하였는데

그것이 벌써 7~8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부산은 일주일에 한 번, 그 외 울산, 서울 등 회의에 교육에 연수에 세미나에......

생각 해 보면 그때는 정말 어쩜 그렇게도 바빴었는지...그 일들을 어떻게 다 해 내었는지

꿈만 같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하면 못 할 것같습니다.



요즘은 그때에 비하면 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더 없고 더 바쁘고 무슨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수업 해봐야 꼴랑 3시간 정도인데 매일 허덕대는 꼴을 하고 하루를 보내고 맙니다.

어떤 날은 책을 한 줄도 못 읽을 때도 더러 있어 내가 지금 상태가 왜 이렇지? 싶기도 합니다.

피곤하기는 또 왜 이렇게 피곤 한 것인지.......

허덕대는 꼴이 하도 기가 차서 가만히 그리고 깊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암만해도 일하는 능력, 즉 일 처리 능력이 떨어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생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지만 몸은 그때만큼은 못 따라 주는 고개를 넘어 가고 있음인데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청년이 절대 아니라는....장년......흠.....

그런데 육체를 청년처럼 사용할려고하니 육신이 반항을 하는 듯하기도 하고요.



울친정아부지께서 종종하시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니도 옛날 같으모 벌써 할매 소리 들을 나이다.

요새는 잘 가꾸어서 겉모습은 아직 새색시 같아도 나이는 못 속이는 기라.

그러니까 지 몸 지가 알아서 챙기야지. 언제까지나 청춘인 줄 아는가부지"


언제까지나 청춘은 아니지만 이리 쉬이 육신의 힘이 넘어갈 줄은 몰랐습니다.

몇년 전부터 갱년기로 이상증세에 시달리면서 인제 서서히 육신의 능력이 떨어지겠구나 생각은 하였습니다.

피부도 칙칙 해지고, 여기저기 주름도 거미줄처럼 번성 해지고 눈에 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관절이며 소화기 능력, 혈액순환, 수면장애 등등.....


저 보다 훨씬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하십니다.

저 역시 저보다 나이가 아래인 사람들에게 그 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순간...물론 순간은 아니겠지만 '훅'하고 치고 들어오는 듯한

지금의 세월이 참으로 낯섭니다. 두렵기도 합니다.



다대포 해변 공원은 갯벌의 생태공원이면서 다대포 해수욕장과 함께 조성되어 있어

 바닷물과 하천이 이어져 바닷물이 공원 수로를 따라 깊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절기가 빠름이라 그런지 살짝 흐린 겨울속이었는데도 그렇게 추운 줄 몰랐고

바람은 그 겨울의 그 바람이 아님이라 온몸으로 가득 받아들여도 시원하였습니다.



해변바위를 부딪히는 파도와 그 파도에 자잘하게 수다스러운 자갈돌의 노래를 들으며 놀다가 몰운대로 가 보았습니다.

몰운대는 그 옛날에 섬이었는데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모래가 퇴적되면서 다대포와 연결이 되었다합니다.

예전에는 군사통제구역이라 출입이 금지 되었던 곳이라 하였습니다.

지금은 초소들의 흔적만 간간히 남아 있고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해안 경비 초소들은 앉아서 쉬거나 싸 온 도시락과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큰 경사도 없고 초록이들도 무성한 길이라 자박자박 이야기 나누며 걷기에 좋았습니다.

그렇게 도란도란 걸을 수 있는 울창한 숲길 산책로도 좋지만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 몰운대의 매력이었습니다.

바닷가 갯바위에서는 낚시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섬처럼 몰운대도 한 때는 섬으로서 오고가는 뱃사람들의 이정표였을겁니다.

토사가 강물을 따라 밀려와 하루하루 쌓여감을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받아 육지가 되었습니다.

외롭기만 했던 섬이었다가 사람들의 발길이 오고가며 정겹기도 하였을 겁니다. 

 일반인은 발도 들여 놓지 못하였던 군사통제구역으로 군화의 둔탁한 발길만 오갈 때도

그러려니 묵묵히 다 받아 내며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았을 듯합니다.

군화의 둔탁함도 차가운 총기도 사라지고 이제는 지역의 특색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더 아름다이 가꾸어 많은 사람들이 다시 오고가는 사랑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세월의 시절 인연에 따라 이렇게 환경도 달라지고 변하는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니 사람인 들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지요.

세월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남은 인생에 건강히 같이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상책!

준비라고하니 거창하고 그저 현재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사실 전부입니다.

발 딛고 선 곳이 어떤 곳인지는 저 하기 나름인 것이라 여기기도 하구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남 탓하기 보다는 나를 돌아보는 맘으로 내맘 가는대로...

남따라 가는 길이 아닌 내맘 따라 가는 길 위에 서 있기를...

그러다보면 또 길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길이 어떤 길일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