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단아한 천년고찰 강진 무위사

#경린 2021. 3. 8. 21:51

해남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천년고찰

그리고 볼거리 먹을거리가 있는 남도답사 일번지로 알려져 있다.

해남을 갈 것이라 맘먹는 순간부터 설레임이었다.

이번 여행길 역시 긴 시간을 낼 수 없는 걸음이었다.

해남 땅끝 마을을 제대로 둘러볼 만한 시간은 못 되고

여태 다녀보지 못했던 해남과 강진을 다녀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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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2시간 정도를 달려 강진 무위사 톨케이트를 통과했다.

무위사로 가는 길에 들어서자 눈앞에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다.

흐림의 날씨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월출산의 자태는 역시 남도 스러움이었고 

그 아우라는 감탄 그 자체였다.

 

무위사 일주문 바로 앞까지 차가 들어간다.

일주문 앞에 서면 월출산에 포근히 감싸인 절집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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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봄빛을 경험하지 않은 이는 색에 대해 말하지 말라하더만

봄의 문턱 무위사 매화와 홍매, 붉은 동백이 길손을 반기며

방글방글 남도의 봄빛을 한껏 머금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봄빛에 흐린 날이었는데도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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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보제루 아래 계단을 오르면

극락보전이 두둥 하고 떠오르듯 나타난다.

 

무위사 극락보전

 

1430년에 세종 12년 지어진 무위사 극락보전은

할아버지 태조와 아버지 태종에게 처참히 죽임 당한 이들의

극락왕생을 부처님께 발원하기 위해 지어졌다.

이후 세종대왕은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며 매년 수륙대재를 봉행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중단되었다가 세종대왕의 애국애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수륙대재를 다시 복원하고 매년 봉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재난으로 힘든 시기,

부처님의 은덕을 빌어 재난을 극복하고 나라의 안위를 위해

지난해도 수륙대재를 지내지 않았을까 싶다.

억울한 영혼들의 극락왕생과 재난 극복을 기원하는 절집,

세파에 찌든 영혼들도 쉬어 가기 좋은 절집일 듯하였으며

어떤 느낌을 보여줄 지 궁금하였다.

하여 남도여행 첫 번째 방문지로 정했다.

 

극락보전 앞 배례석

극락보전 앞의 마당에 네모난 돌이 있는 것이 특이하여

자세히 보니 연꽃문양이 새겨져 있다.

배례석(절을 찾은 불자들이 부처님께 합장하고

예를 갖추는 장소로 사용되는 석물)이라고 한다.

 

극락보전 문살

소담하고 아늑하면서도 소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단아한 절집 무위사의 느낌은 극락보전이 다 담고 있다.

꾸미지 않은 단순함이 더 아름답다 말하는 듯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자태는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사뭇 닮았다.

단청은 빛이 바랬지만 그것이 더 멋스러움을 자아내고

치장이 드러나지 않은 문살은 단정하다.

 

극락보전 측면

 

기둥과 들보를 노출시키면서도 조화로운 분할로

단정한 멋을 은근히 풍기는 측면은 참으로 단아함이라 매력적이다.

 

무위사 극락보전 내에는 아미타 삼존벽화와 수월관음도가 있다.

두루마리 탱화가 아니라 토벽의 붙박이 벽화로 그려진 가장 오래된 후불벽화이다.

화려하면서도 섬세하다.

부처님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협시보살과 그 위로 6인의 나한상이 구름에 싸여

행복하면서도 조화로움을 이루고 있다.

합장하고 삼배하는 중생의 맘까지도 너그럽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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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각대사탑비는 무위사에 머무르면서 사찰을 중건한

선각대사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이다.

덩치는 산만하고 우락부락하면서도 완전 웃상 거북이가 비를 받치고 있다.

표정이 보는 이에게 미소를 선사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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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각대사탑비 뒤쪽 산신각 옆에 위치한 미륵전에는

퉁퉁 부은 듯한 눈두덩이에 도톰한 입술을 한 미륵불있다.

친근한 동네 아줌마 같은 느낌이 무위사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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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보전에서 바라다 본 풍경도

한 쪽으로 저만치 물러나 바라다 본 풍경도

참으로 평온 그 자체인 절집 무위사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는 무위(無爲).

구름도 하는 일 없이 잠시 쉬어 간다는 무위사

힘들고 어려울 때 무거운 마음 한자락 내려놓기 딱 좋은 절집인 듯하다.

흐트러진 평정심을 다 잡으며 되돌아 나오는 일주문에 서서 합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