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이야기

율마키우기

#경린 2021. 2. 14. 15:40

 

 

 

작년 어버이날 작은애 남자 친구가 율마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제가 언젠가 외목대로 핫도그 같이 생긴 율마를 보고 "저걸 키워 보고 싶은데 너무 비싸 선 듯 사 오기가 그렇네" 했던 말을 딸아이가 기억을 하고는 어버이날 선물을 고를 때 추천을 했던 것 같았습니다.

지나가며 한 말을 기억한 것이 기특하고 함께 해 준 맘이 예뻤습니다. 거실이 더 환해 지는 듯했습니다.

볼수록 이쁜 율마! 애지중지 키웠더랬습니다.

 

 

새잎도 나오고 잘 자라는 듯했습니다.

근데 어느 날 보니 잎에 기운이 없고 색도 살짝 바랜  듯한 것이 심상찮았습니다.

왜 이러지? 어디가 잘못된 걸일까? 어떡해? 큰일이네

생긴 자체가 빛나는 초록이라 그런지 아픈 내색을 제가 너무 늦게 알아차려버렸습니다.

상태가 이상하다 싶었을 때는 이미 늦어 버렸고 순식간에 저 이쁜 율마를 잃고 말았습니다.

의미가 담긴 아이라 그런지 몇 날 며칠 맘에 강물이 흘렀습니다.

그 모습이 짠했는지 지기가 화원에 들른 김에 율마 하나 사가겠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지난번 율마는 엄청 줬을 것 같은데 그런 거 말고 저렴한 거 있음 하나 사 와요" 

 

 

비가 뽀실 뽀실 오는 여름

지기가 율마랑 빈 화분 하나를 같이 가져다줬습니다.

한번 실패하였으니 잘 키워보리라 다짐하고 분갈이하여 키웠습니다.

율마는 물을 좋아하고 통풍이 중요하다 하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율마를 잃게 된 건 다른 관엽수처럼 키워서 그런 듯했습니다.

물 주기를 제대로 못한 듯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거실에서 키우는 다른 관엽수들과 같은 주기로 물을 주어 물이 많이 부족하였던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토분이었으니 물의 증발도 심하였을 것이고 멋있는 자태를 위해 무성한 잎과 나무의 사이즈에 비해 화분의 크기가 작았는데 그것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 큰 실수였습니다. 

다행히 잘 자라주었습니다.

 

 

한 날은 가만 보니 흙에 가까이 있는 잎은 짓무르는 듯하고 집 없는 달팽이가 집 삼아 살고 있었습니다.

바람길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싶어 뿌리 쪽의 아랫부분의 잔가지들을 쳐 주었습니다.

외목대로 키우고 싶었으나 주가지가 4개라 무리가 있겠다 싶어 그냥 3가지로 키우기로 하고

툭 불거진 한 가지만 따로 떼어 내어 뿌리내리기를 하여 작은 화분에 심어주었습니다.

 

겨울에는 춥지 않을까 싶어 집으로 데려와 베란다에 두었는데 겨울을 베란다에서 잘 나는 듯 합니다.

뿌리 내려 심은 작은 화분은 학원 베란다 비닐하우스 안에 두었는데 그것도 며칠 전 보니 살아있었습니다.

율마가 추위에는 강한 듯했습니다. 그러나 노지월동은 안되는 듯합니다.

 

물도 좋아하고 뿌리도 깊이 내리는 듯하여 깊이가 깊은 화분에 얼마전에 분갈이를 해 주었더니 인물이 더 이뻐졌습니다.^^

 

초록이를 키우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죽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선물로 사 준 율마를 잃은 것은 선물 해 준 이에게 미안하기도 하여 맘이 늘 짠했습니다.

그나마 화분이라도 남아 있어 그 화분에 작년 제 생일 때 딸애가 선물 해 준 보석금전수가 집 좁다고 아우성이라 분갈이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고나니 맘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박대사탕 모양의 외목대는 아니지만 지기가 사 준 율마를 잘 키워서 핫도그 모양이 되면 제 실수로 잃은 율마에게 조금은 면이 서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