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울진 여행1 - 솜털 구름과 함께

#경린 2020. 8. 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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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장사상류작전 전승기념관

바다를 끼고도는 울진 여행은 계획하면서부터 설렘이었습니다.

모처럼의 여행이기도 하였지만 탁 트인 동해바다를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맘 가득 파도가 치는 듯했습니다.

7번 국도를 따라 동해를 여행한 적은 있었으나

구불구불 동해바다를 끼고도는 좁은 2차선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듯 달려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7번 국도는 직선으로 뻗어 있어 바다를 간간히 볼 수는 있으나 바다를 끼고 달리지는 못합니다.

이번 여행은 울진으로 올라가는 내내 바다를 끼고돌며

바다와 어촌 풍경을 함께 할 수 있는 길이어서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갔던 날은 코발트빛 바다를 더 빛나게 하는 쪽빛 하늘에 하얀 구름이 환상적인 군무를 펼쳐주어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에 발걸음도 신이 났습니다. 

 

울진을 향해 올라가던 중 영덕 장사 해수욕장 해변에 큰 배와 기념탑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계획에 없었던 곳이었지만 범상치 않음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모래사장이 펼쳐진 장사 해수욕장 해변가에는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과

장사상륙작전 시 사용되었던 LST 문산호 모형을 이용한 문산호 기념관이 있습니다.

지난번 동해 여행 때는 보지 못했던 곳이다 싶었는데 올해 6월에 개관을 하였다 합니다.

 

장사상륙작전을 아시나요?


장사상륙작전은 인천 상륙작전이 있기 하루 전 극비리에 이루어진 작전으로,

인천 상륙작전에 앞서 서해안 인천의 반대편인 동해안 장사에서

북한군의 이목을 동해안 영덕 지구로 유도하여

상륙지역 판단에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양동작전이었다.

작전부대의 주력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16~19세의 학도병들이었다.

작전이 수행되던 날 태풍 케지아로 인해 배가 좌초되었고,

쏟아지는 북한군의 총격을 피해 학도병들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학도병들은 장사리에 성공적으로 상륙하여

북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적의 후방을 교란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많은 전사자와 부상병이 나오기도 하였지만 양동작전이 성공함으로써

북한군 정예 사단은 동해안으로 집중 배치하게 하였고,

국군은 낙동강 전선을 돌파하고 인천 상륙작전과 함께 총반격 작전이 성공하게 된다.

장사상륙작전이 있었기에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학업 대신 조국 수호에 앞장섰던 앳된 학도병들이 북한의 정예 사단과 싸워 이루어낸 큰 성과였다.

 

장사상륙작전 안내문에서 가져와 재구성

 

기념관 내에는 전쟁 현장의 실감 나는 영상과 음향, 샌드아트, 그날의 발자취와 기록들,

문산호 평명도, 치열했던 상황의 모형, 유격대 체험장, 기념촬영장 등 잊힐 뻔했던

장사상륙작전에 대한 다양한 공간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배가 좌초되고 북한군의 총격에 바다로 뛰어드는 학도병들의 모형을 보는데 가슴이 먹먹하였습니다.

전투 경험이 거의 없었던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지키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학도병이 된 소년들의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친구를 바다에 두고 와야만 했던 학도병들은 평생 트라우마로 가슴을 치며 살았다지요.

 

문산호 기념관을 돌아 올라가면 갑판 전망대가 나옵니다.

갑판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장사상륙작전이 펼쳐졌던 전적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평화로운 해수욕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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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죽도산 전망대

 

전망대가 다 그렇듯 죽도산 전망대는 동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죽도산 높은 곳에 위치 해 있습니다.

평일이라 한산하여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갔기에 망정이지

날이 너무 더워 주차장에 주차하고 올라 갔더라면 끝까지 못 올라갔을 듯합니다.

도착해서 전망대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통유리로 되어 있는 전망대 내부는

그야말로 온실 효과로 찜통이라 땀이 줄줄 흘러 내리고 머리꼭지는 뜨끈하니 김이 모락모락 ~~

바람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높은 곳이라 불가능한 듯 360도 돌아가며 유리창이었고

에어컨은 아마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주말에만 가동이 되는 듯했습니다.

아니면 코로나 19로 인해 찾는 이가 없으니 아예 가동을 안 하고 방치 해 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더워서 한 바퀴 돌아 바로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통유리를 통해 내려다 보이는 쪽빛 동해 바다와 죽도항의 풍경은 그림 같았습니다.

 

영덕 죽도항을 뒤로하고 울진을 항해 다시 동해 바다를 끼고

꼬불꼬불 2차선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더위에 차 창문을 꼭꼭 닫고 달려도 출렁이는 파도의 몸놀림에 해풍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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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

 

영덕 대진해수욕장, 고래불해수욕장을 지나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후포해수욕장장과 후포항이 나오면 바로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보입니다.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울진의 대표적인 공원 중 하나인 후포등기산공원에 있습니다.

후포등기산공원에는 출렁다리도 있고 신석기 유적관도 있다고 하는데

날이 더워서 울진으로 올라가는 바닷가에 위치한 등기산 스카이워크만 거닐어 보았습니다.

 

요즘 바닷가를 낀 관광지에는 이런 스카이워크 설치가 많이 되어 있어 신비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다른 스카이워크와는 달리

완전 통유리로 되어 있어 스릴감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다녀 본 스카이워크는 대부분 가운데만 유리이고

가장자리 부분은 데크나 철구조로 되어 있어

가장자리로 피해 걸으면 되었는데 여긴 완전 통유리라 도저히 아래를 보고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심장이 쫄깃쫄깃하고 다리가 후덜후덜 했습니다.^^

동해 바다를 발아래 두고 수평선을 향해 걷는 기분이 묘한 스릴과 함께 하는 것이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걷는 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끝까지 걸어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후포 갓바위'도 보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용이 되었던 아름다운 선묘의 모습을

용과 인간, 반인 반수의 모습으로 투영시킨 '선묘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선묘상과 찰칵 기념촬영을 하고 후덜대는 스카이워크를 걸어나와 다시 북쪽으로 북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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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월송정

 

다시 바닷가를 끼고 구산해수욕장 즈음 가면 솔향기 그윽한 정자가 나옵니다.

관동팔경에서 익히 들어 본 월송정입니다.

달빛과 어울리는 솔숲은 한여름의 뙤악볕을 다 가려 주기에 충분하였고

월송정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풍경도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한여름의 기온이 너무 높아 해풍도 후덥지근이라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습니다.

한여름이라도 오후 즈음에 가면 시원한 해풍이 불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평일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동해를 끼고 올라가는 내내

만나게 되는 해수욕장에는 예년에 비해 한산하였습니다.

코로나19가 다시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였으니 지금은 제가 발걸음 하였을 때 보다

더 한가로운 어촌 풍경만이 쓸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제가 가는 재래시장의 밥집들 문에는 '점포세'가 붙었고

밥 먹을 곳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집은 줄을 서서 밥을 먹었던 곳입니다.

점심시간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그 옆집은 자동 폐업이고요.

또 한 집은 2월에 오픈을 한 찜 전문 식당입니다.

부부가 꿈을 가지고 1억을 들여 새단장을 하고 가게를 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손님 발길이 끊기자 아저씨가 먼저 몸져 누었더랬습니다.

아주머니 혼자서 어찌어찌 꾸려 나가시더니 얼마 전부터는 아예 문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배달과 포장이 가능한 몇몇 밥집들과

술을 함께 판매하는 곳들만 현상유지를 한다고 합니다.

IMF에도 살아 남았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날 선 경제위기 그것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이었습니다.

이 어둠의 터널 속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그나마 1학기에는 10번 학교 가고 방학을 하였는데

2학기에는 학교 1번 가고 중간고사 시험을 보게 생겼다고 탄식을 합니다.

 

하늘도 파랗고 구름도 좋은 여름날

인적이 끊어진 해수욕장 백사장

일광욕에 지친 하얀 모래가 쓸쓸히 바닷물에 멱을 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