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내려 놓으면 생각도 바뀐다.

#경린 2021. 1. 31. 19:35

블로그 친구분들도 함께 공부했던 학우들도, 친구들도 형제들도 코로나 시대에 다들 어찌 지내시나 서로 궁금해합니다.

학우들 친구들 형제들은 전화 통화라도 하는데 블로그 이웃님들과는 블로그가 소통의 창인데 내 집 문은 닫아 놓고 나들이한다는 것이 송구스럽기도 하였습니다.

 

석박사 4년 반 동안 일과 공부를 같이 해 내느라 나름 눈 코 뜰 새가 없었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기간 내에 끝내고도 싶었습니다.

그 만한 사회적 위치에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또 먹고 살 만한데 그 나이에 굳이 공부를 왜 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학위를 끝내고 나니 대학에서 강의를 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박사 졸업하기 전 2020년 하반기에 강사채용 공고에 지원했다가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1차 서류심사 통과하고 2차 면접도 봤지요. 그런데 대학에서 강의 해 본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큰 지적이었는데 제가 대처를 잘 못했는지 시원하게 미역국을 마셨습니다.^^

 

대학 강의를 하려면 스스로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냥 하려하면 힘들 것 같아 굳이 또 소논문 작업을 하여 하나는 학술지에 게재되었고, 하나는 심사 중입니다.

지도 교수님께서 저처럼 열심히 하는 친구는 참으로 오래간만이라고 하셨습니다. 다음 학기 지원할 때는 꼭 말하라고도 하셨습니다.

 

2021년 1학기 강사 채용 공고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지요.

법적으로 강사 채용을 공고하라하여 공고하기는 하나 이미 대부분 강사들은 지정되어 있고, 지원서 내어봐야 어쩌면 들러리일 경우가 많다 하셨습니다. 실제 여러 해의 강의계획서를 검색 해 보았을 때 제가 지원하고자 하는 과목의 강사가 몇 해 동안 바뀐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께서 강의 하시던 과목이 새롭게 강사채용 공고로 올라 와 있어 사실은 기대를 좀 했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요즘 학원 사정은 어떠한 지 물으시고는 "자네는 분양받은 아파트도 대박을 쳤고 살 만하지 않은가? 이번에는 양보를 하게"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어려운 선배님이 계신 듯하였습니다. 정이 많으시고 짠한 맘이 크신 분이시라 제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챙기심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교수님 수업하시던 과목 중 한 과목을 강사 채용 공고로 올리신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시면서 본 대학 말고 융합 교육원의 강사 채용에 지원서를 내어 보라 하셨습니다. 그쪽은 지도교수가 따로 있는 곳이 아니니 가능성이 있다고요. 강의계획서와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정말 열심히 작성하여 지원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1차 서류심사에서부터 미역국을 마셔 버렸습니다. 문자로 통보를 받고 하루는 참으로 상심이 컸었습니다.

 

생각을 해 보니 제가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분양받은 아파트는 대박을 쳤고, 몇 년째 내려앉기만 하던 살고 있는 아파트도 분양가 회복하고 올랐으니 살만 한 것으로 보면 넘칩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학원도 그만그만 유지를 해 나가고 있고, 가족들도 나름 자기 자리에서 열심인지라 남 부러울 것이 없는 참으로 복 받은 삶이라 제 스스로 제 머리를 쓰다듬기도 합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니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싶어 아쉬웠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저를 뽑지 않은 심사에 인재를 놓쳤다며 "흥 칫 뽕" 했을 겁니다. ^^ 하지만 어쩌면 제 욕심이 젊고 능력 있으면서 의욕 찬 젊은 인재의 걸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님 말씀으로 보자면 치열한 삶의 현장을 살아 내어야 하는 동년배에게 복에 겨운 투정인 것이기도 했습니다.

 

버킷리스트에서 '대학에서의 강의'를 꺼내 내려놓았습니다. 공부한다고 좀은 소홀했던 학원 업무에 더 매진하고 요즘은 수업도 하루 3시간 정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수업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주름 자글자글한 할머니뻘 선생님의 강의보다는 생기 발랄한 선생님의 강의가 더 즐거울 수도 있기 때문에 저는 소통하는 선생님의 강점을 살려 수업 분위기를 통통 이끌어 가려하는 편입니다.^^ 고등부 진로 컨설팅을 위해 제 스스로 더 공부를 하고 자료를 찾고 하나라도 더 전달해 주려고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제가 이끌어 주어야 할 친구들이 학원에도 이리 많이 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대학 강의를 하게 되었다면 계속 남한테 맡기거나 저는 엄두를 못 내 등한시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생각하니 제 삶의 터전을 놔두고 남의 텃밭을 기웃거린 꼴이었습니다. 이즈음에서는 지도교수님도 심사위원님들도 현명하신 선택을 하셨다 싶기도 합니다.^^ 

 

박사 졸업하고 다시 시작한 공모전 그림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평균 10시간 이상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진도가 생각만큼 쑥쑥 나가지는 않습니다. 창작은 역시 힘듭니다. 그래도 올 5월에 있는 공모전에 출품은 가능할 듯합니다.

 

박사과정에서 전공한 교육철학 덕분에 예전에는 어렵고 지루하다고 읽지 않았던 철학 서적을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철학적인 생각을 나름대로는 펼쳐 보기도 합니다. 대학에서의 강의는 내려놓았지만 이것만 해도 내 인생에 얼마나 큰 터닝 포인트이며 행운인가 생각합니다. 사실 내려놓고 나니 맘적으로 더 편하기도 합니다. 조급함이 있었습니다.^^

 

  

1년 동안 여인초가 이만큼이나 자랐습니다. 제일 위 사진을 찍었을 때가 작년 봄이었으니 채 1년이 안 된 기간인데 아래 사진만큼 자랐습니다. 두배 이상 키가 자랐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여인초는 잘 자랍니다. 화분이 작아 한 번 분갈이를 해 주었고 물만 주었는데 어찌나 쑥쑥 잘 자라는지 분갈이를 또 해주어야 할 판이고 좀 있으면 키가 천정에 닿을 듯하기도 합니다. 그때는 어찌하나? 또 뭔 방법이 생기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