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시드니 여행

#경린 2020. 12. 2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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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블루마운틴 세자매봉

 

작년 이맘때, 딸과 함께 했던 호주여행이 꿈만 같은 아! 옛날이여가 되어버렸습니다. 호주 여행 예약을 해 두고도 산불이 심해 갈 수 있으려나 했었는데 다행히 산불이 잠들어 주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갔을 즈음은 불이 난 지 한달이 지났다고 하였는데도 불내음과 연기가 블루마운틴 산자락을 떠나지 않고 있어 산불의 규모가 어마어마 하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호주 산불은 지구온난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하니 안타까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연보호와 청정한 환경에 정성을 기울이는 호주도 비켜 갈 수 없음인 인간에 의한 자연재해이니까요. 호주를 다녀오며 느낀 것은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그들의 정성이 그저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다는 것이었고, 호주산 소고기나 양모, 꿀 등 호주에서 나는 것에는 확 믿음이 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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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본다이비치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본다이비치는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해변으로 규모만큼 사람들도 엄청 많았습니다. 본다이는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라는 의미로 이름처럼 파도가 거세고 높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쉬이 볼 수 있었습니다. 서핑대회와 페스티발도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데 바다, 파도, 모래사장, 여름의 햇살을 즐기는 사람과 비둘기들이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지만 해변이 넓어 맨발을 하고 뱅글뱅글 돌며 뛰어다녀도 좋을 그런 곳이었습니다. 물론 환호를 지르는 것은 선택에 덤이었습니다. 당연히 나 잡아봐라 하며 신나게 뛰어다녔던 기억이 미소짓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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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로얄보타닉가든

호주를 대표하는 아이콘답게 오페라하우스에는 낮밤 상관없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현대적인 감각에 젊음이 넘치는 분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려했던 의도에 맞아 떨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독특한 지붕의 모양은 설계자(요른우츤)가 오렌지 껍질을 벗기다가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타일과 프리캐스트콘크리트로 만들어 무겁고 기울어진 지붕을 고정시키기 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지요. 고민이 깊었던 만큼 혁신적인 기술이 사용되었고, 시드니의 황폐한 식민지 도시의 이미지를 날려버리고 문화의 중심지라는 이미지로 급변신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비슷한 크기의 건축물들에 비해 엄청난 비용과 기간(14년)이 걸렸지만 호주를 대표하는 명소로 세계지도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길이 빛날 건축물임에 틀림없는 듯합니다.

 

오페라하우스를 나와 해변을 따라 걸어가면 엄청나게 큰 규모의 로얄보타닉가든이 나옵니다. 바다를 끼고 있어 산책하기도 조깅하기도 소풍을 즐기기도 좋은 곳이었습니다. 공원의 규모만큼이나 큰 사이즈의 나무들도 많았고 색색가지 꽃들도 아름다웠습니다. 더운 날씨였지만 공원을 거니는 동안 해풍이 기분좋게 불어 주어 더운줄 모르고 산보하듯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얼굴도 꽃처럼 다들 웃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에 공원을 땀 하나 흘리지 않고 산책하듯 거닐 수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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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야경

해 질녘이 되자 오페라하우스 근처에는 사람들이 더 넘쳐 났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의 8할은 젊은이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젊은 분위기에 축제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앉아 맥주도 마시고 담소도 나누고 그냥 그 분위기가 좋아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격양되는 듯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울적할 때 북적이는 재래시장에 가곤 하는데 시드니에서는 오페라하우스를 찾으면 될 듯했습니다.^^

시간에 맞추어 푹죽이 터지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까만 밤을 수놓는 폭죽은 또다른 여행의 재미를 얹어주기도 했습니다. 오페라하우스와 공원 그 주위를 거닐며 멀리서 보기만 했던 하버브릿지 다리를 끝에서 끝까지 걸어도 보았습니다. 우리를 태우고 갔던 버스는 우리가 다리를 건너오면 다시 태워가기 위해 반대편에서 기다려주었구요.

패키지 여행을 하면 대부분 야경은 옵션으로 선택 사항으로 빠져있습니다. 피곤하다거나 또 다른 이유로 야경을 포기하는 경우들을 종종 보는데 가능하면 야경이 주는 묘한 매력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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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디너크루즈

 

크루즈를 타고 해지는 바다 풍경을 보는 경험은 여행의 멋진 추억이 되었습니다. 크루즈를 타고 오페라하우스 주위를 도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와인을 마시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바다 바람을 쐬며 해지는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경험이 더해졌던 순간이 지금도 반짝이며 뇌리를 스칩니다.

코로나로 올 한해를 힘겹게 버텨오다보니 그 평범했던 일상이 이제는 너무나도 그리움입니다. 특별한 경험을 얹을 수 있었던 그 평범함이 언제 찾아올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