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해남 한정식

#경린 2021. 3. 22. 21:52

오래간만에 1박을 하게 되는 여행을 계획하며 어디를 갈까 짐짓 고민이 되었다.

코로나 시기이기도 하지만 서로 일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어렵게 얻은 1박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남도 쪽으로 몇 번 다녀왔지만 아직 가 보지 않은 곳도 가 보고 싶은 곳도 많았다.

해남으로 정하고 여행코스, 잠자리, 먹거리 등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았다.

예전에는 코스만 결정하고 잠자리는 여행지의 사정에 따랐고

식사도 그곳에 가서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가 먹는 편이었다.

최근 4~5년 동안 공부한다고 여행에 대한 일정을 짤 여유가 없기도 하였거니와

괜히 검색하고 맛집이라고 소문 난 집 갔다가 실망하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무턱대고 들어간 집들은 관광지의 그렇고 그런 음식점들로

더 낭패스러운 경우들이 많아 이번에는 코스도 숙소도 식당도 검색하여 정했다.

 

해남까지는 창원에서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다.

아침 일찍 출발할 때는 휴게소에 잠깐 들러 우동으로 해결할 때가 많은데

시간이 아까워 냉장고 속 재료들을 이용 해 김밥을 샀다.

잡채김밥, 보리새우부추전김밥, 참치김밥, 명란 김밥 이렇게 4종류와 과일 약간

여행 가며 김밥을 이렇게 직접 준비한 것도 참으로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청국장 정식

김밥을 먹어서인지 배고픈 줄 몰랐고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이 늦어졌다.

두륜산 케이블카 아래에서 청국장 정식을 먹었다.

지기도 나도 청국장을 좋아한다.

남도의 가정식 정식이라고 하는데 우리 입에는 반찬의 간이 짠 편이었다.

시장하여 먹기는 잘 먹었지만 반찬을 좀 남겼다.

나는 밥은 남기더라도 반찬은 다 먹는 편인데 찬이 짜서인지 돌솥 누룽지까지 다 먹었다.

짠 음식을 먹어 계속 물을 찾게 되었다.

 

유홍준 교수님께서 우리나라 3대 한정식 집으로 꼽은 집 중 두 집이 해남에 있었다.

한 곳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집이고 한 곳은 대통령 방문 시 접대를 했다는 해태식당이었다.

그동안 남도 쪽 여행을 하면서 몇 번 스치기만 한 곳이었다.

그래서 이번 해남 여행에는 그 두 집을 모두 찜하고 가 보기로 했다.

유홍준 교수님의 책에서도 인터넷 검색에서도 두 식당 중 해태 식당의 후기가 더 좋았다.

그래서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식당을 먼저 갔다.

 

메뉴는 떡갈비 정식과 불고기 정식 두 가지이다.

떡갈비 정식은 1인 3만원, 불고기 정식은 125,000,

우리는 떡갈비 정식을 시켰다.

떡갈비는 창원이나 언양에서 먹었던 것과 같은 모양이고 맛도 그랬다.

100년 전통이라고 하니 이곳이 원조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보리굴비와 고등어구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해서 보리굴비를 선택했는데

보리굴비에서 지독하게 썩은 내음이 진동을 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왕이면 보리굴비가 아니라 그냥 고등어구이를 선택할 걸 그랬다 싶었다.

보리굴비 냄새 잡는 방법도 많더만 어찌 상 받는 사람의 입장이 코를 막고 난처 할 정도인지 원....

그나마 냄새에 비하면 맛은 괜찮았다. 냄새를 잡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듯하다.

젓갈 맛도 김치도 깔끔하지 못했다.

왜 우리나라 3대 한정식집이라고 했을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인데 나는 그날 찾지 못했다.

갈비도 불고기도 한우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그 모든 것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00년 전통의 한정식집이라고 입구에 쓰여있었는데

상차림도 맛도 정성도 전통이 무색하였다.

 

내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을 사 본 것은 1995년도였으니

그동안 그 책과 선대의 덕을 톡톡히 보았을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 그 전통을 제대로 이어가려면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첫날 일정을 좀 힘들게 잡아 돌고 둘째 날은 여유를 부렸다.

마지막 일정이 영랑 생가 돌아본 뒤 해태 식당이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후기가 있어 그렇게 잡았다.

우리는 아무리 맛집이라 해도 긴 줄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줄이 길 경우에는 바로 앞집, 옆집, 뒷집 등 비스무리한 집에 가서 먹는다.

그러나 해태 식당은 대통령을 접대하는 해남 대표 한정식집이라 하지 않는 가

줄을 서서라도 먹어야겠다 싶었다.

100년 전통의 식당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해태 식당도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다소 늦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한 팀도 없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밥을 먹었다.

 

012

식당의 구조는 한 팀이 한방에서 식사를 하게끔 칸막이 방으로 되어 있다.

2인상부터 시작하여 상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2인상-6만원, 4인상-12만원, 6인상-18만원 이렇게 가격표에 적혀 있어

그냥 1인 3만 원이라고 하지 왜 저렇게 하였는지 뭐가 다른 것인지 주인에게 물었다.

반찬 가지 수도 내용도 똑같다 하였다.

해태 식당 부근에도 한정식 집이 많았는데 가격은 비슷한 듯하다.

 

한 상이 들어오고 식사를 하고 있으면 계속 해서 음식이 들어온다.

홍어삼합, 산낙지, 전복회, 활어회, 토하젓, 돔배젓, 게장 등은 과히 해남 한정식 다움이었다.

특히 전어 내장으로 만든 돔배젓의 맛은 엄지 척으로 감칠맛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홍어삼합은 먹을 줄 모르는 나의 입맛에 맞을 정도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잘 삭힌 홍어삼합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약한 맛일 듯하다.

산낙지, 활어회, 전복회, 육회, 양념게장 등도 싱싱하였다.

상차림이 정갈하고 음식 맛도 좋아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에 좋은 식당으로 다음 걸음 하게 되면 다시 들러야지 하며

나오는 걸음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였다.

역시 남도한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