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해남 땅끝 천년고찰 미황사

#경린 2021. 3. 15. 22:03

소백산맥의 등줄기가 두륜산을 지나 국토의 땅 끝에 이른 곳에 달마산이 있다.

달마대사가 중국에 선을 전하고 해동의 달마산에 늘 머물러 있다고 하여

달마산이라 이름 지어졌다 한다.

 

달마산은 남해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산이다.

공룡의 등뼈처럼 이어지는 기암괴석의 신비로운 행렬은 미황사에 다다랐음 알려준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주차장에 도착하면

길게 담장과 어깨동무 한 일주문이 바로 보인다.

주차장에서 일주문 -> 천왕문 -> 자하루 -> 대웅전까지 쭈욱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암산이 많은 달마산 자락에 세워진 절집답게

가파른 경사지에 돌계단과 여러 단의 축대를 조성하여 건물을 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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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 중앙에 윤장대가 있는 특이한 구조였다.

윤장대는 경전을 넣은 책장으로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다.

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다.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다니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달마산을 빙 둘러가며 달마고도라는 둘레길(17.74km)이 있었다.

달마고도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으로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이란다.

미황사에서 시작하여 미황사에서 끝나도록 구성된 길로 구간에 따라 4~7시간이 걸린단다.

이번 걸음은 일정상 일단 패스하였다.

 

자하루 계단을 올라서면 대웅전이 보인다.

대웅전 앞마당은 넓고 시원하여 대웅전 뒤 병풍처럼 줄 선 달마산의 기암괴석이

흡사 호위무사 같은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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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는 주춧돌 하나도 예사롭지가 않다.

대웅전 주춧돌에는 연꽃무늬, 거북이, 게 등이 조각되어 있다.

이는 인도에서 경전과 부처님상을 실은 배가 땅끝 사자포구에 닿은 뒤

검은 소가 그것을 싣고 가다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 곳에

미황사를 세웠다는 창건설화가 배경이 된 것이라 한다.

 

 

미황사 대웅전만의 특징은 퇴색된 단청이 보여주는 우아하고 단아한 고찰의 멋스러움이다.

빛바램이 대웅전 지붕을 받치고 있는 처마의 아름다움,

공포의 조각수법과 절묘한 짜맞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듯 했다.

대웅전 천장에는 일천불의 출연을 염원하는 천불이 그려져 있어

대웅전에서 세 번 절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단다.

언제나 그렇지만 더욱 정성을 다해 삼배하였다.

 

대웅전 뒷쪽의 응진당 건물을 보면 정성을 많이 담은 절집임을 알 수 있다.

대웅전은 처마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부재를 짜 맞추는 공포 형식을 많이 취하는데

미황사에서는 대웅전뿐만 아니라 응진당도 그러한 공포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대웅전에서도 바다(어란포)가 보이지만 대웅전 뒤

응진당으로 올라가 뜰에 서면 바다가 더 넓게 펼쳐져 보인다.

 

대웅전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부도밭이 나온다.

부도밭 가는 길은 호젓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달마산 기암괴석이 흡사 불상처럼 줄지어 서 있는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미황사의 자리 앉음에 찬사를 아니 보낼 수 없다.

 

우리나라 천년고찰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들이 다 명당이라 할 수 있지만

미황사 역시 둘째가라하면 서운할 명당이 아닌가 싶다.

달마산이라는 천연 병풍을 두르고 강진만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조망권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암산의 돌들을 이용하여 가지런히 쌓은 축대와 돌계단,

수수하고 소박하면서도 잘 정돈된 경내 분위기는

그 어떤 곳보다 단정한 이미지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오래된 고택이든 새로 갓 지은 주택이든 주인장의 애정 어린 손길은

눈 닿는 곳 마다 윤이 반질반질 흐르도록 하는데 미황사가 그런 절집이었다.

 

미황사 대웅전 높은 축대 한쪽에 걸터앉아

불러오는 서풍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낙조가 남도 제일경이라 하는데

우리는 낙조를 다음 일정지인 도솔암에서 보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