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풍경소리

강진 백련사와 다산초당

#경린 2021. 3. 24. 00:08

동백꽃 필 때면 백련사에 가 볼 일이다.

백련사를 갔다면 다산초당도 가 봐야 한다.

둘은 한 세트이기 때문이다.

 

 

 

영남지방에 사는 사람은 동백꽃 하면 부산 동백섬을 떠 올린다.

하지만 백련사의 장대한 동백나무숲을 만나고 오면

나무 위에서 점점이 붉게 빛나던 모습, 땅 위로 떨어져 흐드러졌던 그 모습이

뇌리에 그대로 새겨져 동백꽃 하면 백련사 동백숲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피어날 수밖에 없다.

 

차로 백련사 주차장까지 가는 도로 양옆으로도 동백이 가로수로 심겨 있어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길인가? 그런가? 하는 사이

만덕산의 품속에 백련사가 포근히 안겨 있음을 알려주는 일주문이 나타난다.

뒤로는 만덕산이 앞으로는 구강포 바다와 아랫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 앉음새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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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을 지나면 해탈문 그리고 2층 누각인 만경루까지

3,000평 규모의 울창한 동백숲이 이어지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숲은 깊은 연륜을 뿜어내며

상상 그 이상의 매력과 그윽한 운치로 나그네를 사로잡는다.

 

동백꽃을 구경할 목적만으로도 백련사를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

동백꽃은 어찌하여 세 번 피어나는지 알 수 있으며

그중 세 번째는 영원히 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남게 된다.

꽃 피는 시기를 맞춘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나

대략 35~ 15일 사이가 좋을 듯하다.

 

백련사를 중창하면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절 앞에 토성을 쌓았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산불로부터 절집을 보호하기 위해 심은

동백나무가 해를 묵히며 장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은 사철나무로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불이 났을 때

빠르게 번지는 것을 막아 줄 듯 하니 기막힌 아이디어였는데

지금은 이리 아름다운 천연 숲이 되어 일석이조 이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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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는 천왕문이 없고 숲을 나오면 2층 누각인 만경루가 먼저 보인다.

만경루 아래는 찻집과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만경루 중앙 아래 돌계단을 오르면 돌로 쌓은 축대 위의 대웅보전이 나온다.

대웅보전 양 옆으로 대웅보전 보다 키가 낮은 건물을 배치하고

그 뒤 위로 천불전을 두어 경사진 지형을 최대한 이용하였다.

지형을 그대로 이용하다보니 대웅보전 앞마당은 그리 넓지 않고

전형적인 산지 중정형보다는 옆으로 길쭉한 마당을 가진 가람배치이지만

아늑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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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산의 봄은 남도의 원색으로 백련사에서 그 향연을 볼 수 있다.

건강하고 붉은 황토, 구강포 푸른 바다, 보리밭의 빛나는 초록 일렁임,

진초록 잎 사이사이 붉은 동백, 절집 돌축대를 끼고 피어난 색색가지 매화,

차밭의 연둣빛 새순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노란 유채꽃과 소나무 아래 수줍은 분홍 진달래,

온 산을 하얀 파스텔 톤으로 덮을 산벚꽃이 피어 날 것이다.

남도의 봄빛을 보지 않은 이 색에 대해 말하지 말라 한 그 말이 백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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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만경루는 문을 활짝 열어 개방 해 두었으니

백련사에 가면 이 만경루 누마루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아야 한다.

절집 전면을 막고 답답하게 보였던 만경루였지만

천왕문은 두지 않고 만경루를 배치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여름이면 붉게 피어날 백일홍이 액자형 그림을 보여 주는가 하면

저 멀리 구강포의 풍광을 시원스럽게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보전 뒤 천불전에 올라 바라보는 강진만은 시원하였고

봄빛이 하도 따뜻하여 스르르 눈이 감겼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오솔길

백련사에서 강진만을 바라보며 오솔길을 따라 다산초당에 이르는 길은

30분 정도면 다다를 수 있는 산책길이다.

이 길은 다산 정약용이 18년의 강진 유배 기간 중 10년을 다산초당에 머물며

백련사 혜장(1772~1811) 스님을 만나러 다니던 길이다.

 

백련사에서 나와 조금만 오르면 차밭이 나오는데

구강포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백련사의 기와와 단청이 보이는 즈음으로 푸른 바다와의 조우가 반가웠을 것이고

돌아가는 길에는 다음을 기약하며 풍경에 기대어 잠시 쉬어 가기에 좋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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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밭을 지나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작은 정자 천일각이 보이면 다산초당에 다 왔다.

정약용 유배 시에는 천일각 건물이 없었으나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겼을 법 한 자리에 정자를 세웠고

우리는 거기에 앉아 다산이 바라보았던 그 풍경을 담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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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목민심서가 집필된 곳 다산초당

주변에 나무숲이 울창하게 둘러싸고 앞은 가파른 벼랑이다.

유배객이 살기에 너무 번듯한 기와집이 아닌가 의아해 할 수 있으나

원래는 오막살이 초가였던 것이 허물어져 다산유적보존회에서 다시 지은 것이란다.

경사가 가파른 비탈을 최대한 사용한 건물이 크고 번듯하지만

남향집임에도 동백나무와 나무숲이 우거져 어둡다.

 

축대를 쌓고 꽃을 심고, 연못을 파고 물을 끌어다 폭포를 만들었다는

다산의 글 그대로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격이 다정다감하였지 싶다.

 

동암 서암 사이에 연못이 있고 초당 오른쪽 비탈 위 정석이라고 새긴 바위가 있다.

다산이 손수 쓰고 새긴 것이라 한다.

초당 옆에는 식수로 사용했던 작은 샘이 있고,

마당에는 큰 넓적 바위가 있는데 차를 달였던 곳이라 한다.

‘정석’ 바위, 넓적바위, 작은 샘은 유배시절의 진짜 유적인 것이다.

 

다산이 주로 머무르면 집필을 하였던 동암에는 ‘다산동암’과

‘보정산방’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다산동암은 다산 정약용의 글씨를 집자하여 만든 현판인데

글씨를 집자하여 만들어 글씨의 크기와 획의 흐름이 어수선하지만

힘이 있고 획이 정확하다.

보정산방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멋스러우면서도 질서가 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이어주는 오솔길

혜장 스님에게는 다산의 해박한 지식을 만나러 가는 설렘의 길이었고

다산에게는 차와 담소를 나누며 위안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을 듯하다.

 

다산초당에서 다산의 발걸음을 따라 백련사로

백련사에서 혜장의 발걸음을 따라 다산초당으로

어느 방향에서 가든 좋은 길이나 동백꽃 필 무렵에 그곳에 간다면

꼭 놓치지 말고 백련사 동백숲을 거닐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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