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言으로 오는 봄 - 박재삼 / 천리향의 봄노래 無言으로 오는 봄 / 박재삼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天地神明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혀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말이 가장 많을 듯한 그것을 그냥 .. 맘가는 시 2014.02.22
이해인 / 봄인사 . 봄 일기 노루귀 봄인사 / 이해인 새소리 들으며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인사 드립니다 계절의 겨울 마음의 겨울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 짓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 높이 올라가자 절망으로 내려가고 싶을 때 우울하게 가라 앉고 싶을 때 .. 맘가는 시 2014.02.16
2월의 시 / 함영숙 2월의 시 / 함영숙 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떨며 사르륵 사르륵 허물 벗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낮밤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 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 맘가는 시 2014.02.08
있으라 하신 자리에 / 허형만 있으라 하신 자리에 / 허형만 있으라 하신 자리에 있사옵니다. 떠나시면서 하신 말씀 잠시라고 하시면서 있으라시기에 다시 만나올 그 머언 시간을 위해 흔들리는 바람결 속에서도 있사옵니다. 있으라 하신 자리에 있사옵니다. 띠끌보다 연약한 삶 하나 떠나시온 그 순간부터 이어진 끈.. 맘가는 시 2014.01.27
나무-도종환 / 밀양강변 솔숲 나무 / 도종환 퍼붓는 빗발을 끝까지 다 맞고 난 나무들은 아름답다 밤새 제 눈물로 제 몸을 씻고 해 뜨는 쪽으로 조용히 고개를 드는 사람처럼 슬픔 속에 고요하다 바람과 눈보라를 안고 서 있는 나무들은 아름답다 고통으로 제 살에 다가오는 것들을 아름답게 바꿀 줄 아는 지혜를 지녔.. 맘가는 시 2014.01.25
사모곡 / 홍정순 사모곡 / 홍정순 호미 찾는 손님 오면 친정 엄마 생각난다 소백산자락 새밭 친정은 나를 버린 곳 아니, 나를 버리고 온 곳 엄마가 살고 오빠네가 살지만 언제나 내 방은 없었다 열 남매를 키운 호미 닳고 닳은 호미가 집 뒷벽 응달 아래서 손잡이 하나로 슬픈 내력을 버틴다 호미 판 날 오.. 맘가는 시 2014.01.11
밥 / 천양희 밥 /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한 해를 겸허하게 바라보며 어제가 될 오늘이 또 하나 낮은 곳으로 내려앉으려고 하는.. 맘가는 시 2013.12.28
사십 - 윤동재 / 여자나이 사십이면 장승도 안돌아 본다. 사십 / 윤동재 야간 대학 국문과 1학년 고전 문학의 이해 시간 국문과 신입생 가운데 올해 나이 딱 사십인 중학교 3학년 딸까지 둔 주부 학생 이숙자 씨가 떡 버티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시간 강사만 십 년째라는 박 아무개 시간 강사가 여자 나이 사십이면 장승도 돌아보지 않는다고 하는 .. 맘가는 시 2013.10.26
그대가 있어 행복한 날 / 용혜원 그대가 있어 행복한 날 / 용혜원 푸른 하늘만 바라보아도 행복한 날이 있습니다 그 하늘 아래서 그대와 함께 있으면 마냥 기뻐서 그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대가 나에게 와주지 않았다면 내 마음은 아직도 빈 들판을 떠돌고 있을 것입니다 늘 나를 챙겨주고 늘 나를 걱정.. 맘가는 시 2013.10.25
조용한 일 / 김사인 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언제나 항상 내곁을 지켜주는 사람.. 맘가는 시 2013.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