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박수근그림 '아기업은 소녀' 업어준다는 것 / 박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 맘가는 시 2015.04.29
우리도 꽃처럼 / 오광수 우리도 꽃처럼 / 오광수 우리도 꽃처럼 피고 질 수 있을까 길고 긴 인생 길, 피고지며 살 수는 없나 한번은 라일락이었다가, 이름없는 풀꽃이었다가 가끔은 달맞이 꽃이면 어떨까 한겨울에도 눈꽃으로 피어 동짓날 밤, 시린 달빛과 어우러져 밤새 뒹굴면 안될까. 맹렬하게 불타오를 땐 아.. 맘가는 시 2015.04.20
대화 - 신달자 / 진해 여좌천의 야경 대화 / 신달자 저건 무슨 대화인가 현관에 신발 두 개가 거꾸로 누운 채 겹쳐 있다 딸 신발이 눕고 그 위로 비스듬히 엄마 신발이 엎드려 있다 숲 속 햇살 아래인 줄 알고 있는가 오솔길 달빛 속인 줄 알고 있는가 오늘의 포옹은 신발이다 창 너머 흐르느 햇살과 중얼중얼 커피를 내리며 중.. 맘가는 시 2015.04.08
연분홍빛 풍경 / 신달자 연분홍빛 풍경 / 신달자 첫딸이 연애를 시작할 때 나까지 세수를 깨끗이 하고 한자리에 가만있지 못하고 참 이상했어 젊은 남자를 보면 저 남자? 이 남자? 상상이라는 참 예쁜 새를 날리며 손이라도 은근히 잡나 내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데 사람들은 내 볼이 연분홍빛이라고 무슨 일이 있.. 맘가는 시 2015.04.07
동백꽃과 함께 /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 이해인 동백꽃과 함께 / 이해인 동백꽃이 많이 피는 남쪽에 살다 보니 동백꽃이 좋아졌다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꽃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동백꽃을 바라보며 나도 이젠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행복하다 1976년에 펴낸 나.. 맘가는 시 2015.04.02
나비에게 / 이해인 나비에게 / 이해인 너는 항상 멀리 날아야 되니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할 적이 많지? 사랑의 먼 길을 떠나는 나도 그렇단다 백일홍 꽃밭에 잠시 쉬러 온 네게 나는 처음부터 사랑을 고백한다 샛노란 옷을 입고 내 앞에서 춤추는 너를 보는데 가슴이 뛰었단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너는 이.. 맘가는 시 2015.03.14
그리움 - 김용택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그리움 / 김용택 해질녘에 당신이 그립습니다 잠자리 들 때 당신이 또 그립습니다. 해마다 3월11일은 바람이 몹시도 많이 붑니다. 당신을 처음 만난 날도 그랬듯..... 운명이라고들 하지요. 그래서 그 어떤 날 보다도 소중하게 생각되고 기억 되며 해마다 되새김질 하듯 아련하게 피어오르.. 맘가는 시 2015.03.14
어제 밤 꿈에 - 변형규 / 하늘이 아름다웠던 날 어제 밤 꿈에 / 변형규 매화꽃이 뿌려진 시골 길을 그대와 나란히 걸었다. 하늘은 눈썹 아래 내려앉아 황토 길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갈대 잎 간질이는 바람소리 남은 햇살과 함께 능선을 넘고 작은 오솔길 둘만의 그림자 가고 있었다. 작은 손, 손안에 넣고서 가볍게 숨 차는 고갯길 넘.. 맘가는 시 2015.01.18
너무 많은 행복 / 이생진 너무 많은 행복 / 이생진 행복이 너무 많아서 겁이 난다 사랑하는 동안 행복이 폭설처럼 쏟아져서 겁이 난다 강둑이 무너지고 물길이 하늘 끝닿은 홍수 속에서도 우리만 햇빛을 얻어 겁이 난다 겉으로 보아서는 아무 것도 없는 너와 난데 사랑하는 동안에는 행복이 너무 많아 겁이 난다 .. 맘가는 시 2014.10.19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 남지 낙동강변 가을풍경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해인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익어서 떨어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맘가는 시 2014.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