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 시 - 메롱메롱 / 달걀 메롱메롱 / 오탁번 팟종에서 파씨가 까맣게 떨어지자 깨알 쏟아지는 줄 알고 종종종 달려가는 노랑 병아리가 참말 우습지? 쇠파리 쫓는 어미소 꼬리에 놀라 냅다 뛰는 젖 뗄 때 된 송아지처럼 내 유년의 꿈이 내달리던 들녘은 옥수수수염처럼 볼을 간질이며 메롱메롱 자꾸만 속삭인다 장.. 맘가는 시 2015.08.07
비의 냄새 끝에는 / 이재무 비의 냄새 끝에는 / 이재무 여름비에는 냄새가 난다 들쩍지근한 참외 냄새 몰고 오는 비 멸치와 감자 우려낸 국물의 수제비 냄새 몰고 오는 비 옥수수기름 반지르르한 빈대떡 냄새 몰고 오는 비 김 펄펄 나는 순댓국밥 내음 몰고 오는 비 아카시아 밤꽃 내 흩뿌리는 비 청국장 냄새가 골목.. 맘가는 시 2015.07.07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 밀양 연꽃 단지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 맘가는 시 2015.07.05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 맘가는 시 2015.07.01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 압해도68 / 노향림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 압해도68 / 노향림 바닷바람 속에는 치아가 누렇게 삭은 꽃이 웃지 않는다 얼굴 가린 채 흔들린다 당산나무에는 무감각과 짚꾸러미 지폐 몇 닢이 옛날 옛적처럼 묶였다 목욕재계하고 술잔 올리듯 몇 구의 죽음이 엎드려 있다 후투티가 오지 않는 압해도였다 꽃도 .. 맘가는 시 2015.06.30
능소화 시모음2 능소화 /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 맘가는 시 2015.06.29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 김소연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 김소연 - 선운사에 상사화를 보러 갔다 꽃이 지고 잎이 난다 꽃이 져서 잎이 난다 꽃이 져야 잎이 난다 할망구처럼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본다 목덜미에 감기는 바람을 따라온 게 무언지는 알아도 모른다고 적는다 바다 위로 내리는 함박눈처럼 .. 맘가는 시 2015.06.16
비가 오신다 / 이대흠 비가 오신다 / 이대흠 서울이나 광주에서는 비가 온다는 말의 뜻을 알 수가 없다 비가 온다는 말은 장흥이나 강진 그도 아니면 구강포쯤 가야 이해가 된다 내리는 비야 내리는 비이지만 비가 걸어서 오거나 달려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어떨 때 비는 싸우러 오는 병사처럼 씩씩거리며 다.. 맘가는 시 2015.06.15
여우 사이 / 류시화 "여우야 니 꼬리 찍어왔다" 야생화 화원 지나다 여우꼬리 보곤 사진으로 찍어 오더니 "당신꼬리 사 왔어" 기어이 야생화 화원을 일부러 들러 요 여우꼬리풀을 사왔더랬다. 그렇게 작년 울 집에 올 때만 해도 주먹만한 작은 키에 꼬리도 서너개 정도의 앙징 맞은 귀요미였는데 어느새 자라 .. 맘가는 시 2015.05.23
초록, 그 절묘한 색깔 / 오정방 초록, 그 절묘한 색깔 / 오정방 이 들판과 저 산, 온갖 초목의 색깔을 초록으로 지으신 창조주께 감사한다 붉은색이 아니고 검은색이 아니고 노란색이 아니고 초록색으로 지으신 것을 감사한다 붉은색이었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더 혈기를 부렸을까 검은색이었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더 생.. 맘가는 시 201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