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통을 뒤지다가 / 박상순 공구통을 뒤지다가 / 박상순 아홉 살의 나는 철길에서 돌아와 공구통을 뒤집니다. 나사못, 대못, 구부러진 녹슨 못, 아주 튼튼한 놈들만 긁어모았습니다. 당신께 보냅니다. 내년엔 나도 열한 살이 됩니다. 열 살 때의 일들은 그냥 없던 걸로 합시다. 당신께 보냅니다. 즐거운 편지처럼 내년.. 맘가는 시 2018.11.19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 그걸 하늘로 알고 /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 쇠항아리 / 그걸 하늘로 알고 /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 네 마음속 구름.. 맘가는 시 2018.09.16
봄빛-천상병 / 꽃빛-천상병 봄빛 / 천상병 오늘은 91년 4월14일이니 봄빛이 한창이다. 뜰의 나무들도 초록색으로 물들었으니 눈에 참 좋다. 어떻게 봄이 오는가? 그건 하느님의 섭리이다. 인생을 즐겁게 할려고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거다. 2018년 4월 14일에도 어김없이 봄빛은 한창이었다. 보름 상관에 한 낮의 햇살은 .. 맘가는 시 2018.04.28
들판은 시집이다 - 이기철 들판은 시집이다 - 이기철 천천히 걷는 들길은 읽을 것이 많이 남은 시집이다 발에 밟히는 풀과 꽃들은 모두 시어다 오전의 햇살에 일찍 데워진 돌들 미리 따뜻해진 구름은 잊혀지지 않는 시행이다 잎을 흔드는 버드나무는 읽을수록 새로워지는 구절 뻐꾸기 울음은 무심코 떠오르는 명구.. 맘가는 시 2018.03.29
그리운 나무-정희성 / 홍매화-도종환 / 그리움-김용택 / 매화 앞에서-이해인 그리운 나무 - 정희성 사람은 지가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그 사람 가까이 가서 서성대기도 하지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을 가지로 뻗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 맘가는 시 2018.02.14
산등성이-고영민 산등성이 - 고영민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한다. 발단이 어찌됐든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대소사가 있을 때 차려입던 양복을 꺼내입는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랑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죄 없는 방문만 걷어차고 나간다. 나는 아버지께 매달려 나가시더라도 날이밝은 내.. 맘가는 시 2018.02.10
땅 - 안도현 / 나팔꽃 나팔꽃은 타고 오를 그 무언가가 없으면 바닥에 엎드려 살아야 한다. 비가 오면 온몸에 흙탕을 뒤집어 쓰면서도 어쩔수 없다. 맨날 보는 것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 뿐일수도 있다. 꼬불꼬불 온 힘을 다해 넝쿨을 뻗어도 오를 곳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언제나 바닥인 인생.. 다행이.. 맘가는 시 2017.10.30
가을 / 김용택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 맘가는 시 2017.10.28
중독 아침 학교친구들 단체 카톡에 올라와 있던 시 아침부터 뭔 일인고? 사진이 시 인줄도 모르고 시는 안 보고 친구들 댓글만 읽다가 궁금해져 거미처럼 친구들 댓글 타고 올라가 본 시 중독 ㅎㅎㅎ 그 놈 시 참 잘 썼네 맘가는 시 2017.06.16
봄꽃 / 윤보영 가는 시간의 아까움이 이 봄철에는 더 한 듯합니다. 눈부신 햇살 아래 반짝이는 봄빛...봄향기.... 추운겨울을 이겨내고 짧게, 화사하게, 눈부시게 왔다가 홀연히 가버리는 봄꽃의 아름다움 이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보내버린다는 것은 너무나도...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봄꽃 /.. 맘가는 시 2017.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