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오시던 날 - 노천명 / 통도사 이른 매화 임 오시던 날 - 노천명 임이 오시던 날버선발로 달려가 맞았으련만굳이 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쳤음이오리까늦으셨다 노여움이오리까그도저도 아니오이다거저 자꾸만 눈물이 나문 닫고 죽죽 울었습니다 통닭 한마리 시켜 놓고도 띵똥! 통닭 온 소리가 나면 맨발로 뛰어나.. 맘가는 시 2017.01.13
토닥토닥 - 김재진 토닥토닥 -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김재진 시집 <.. 맘가는 시 2016.11.06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 도지민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 도지민 아무런 기별도 없이 이렇게 지루하게 비 내리는 날이면 문득 반가운 당신이 오셨으면 좋겠다, 비는 추적 추적 내리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데로 오다보니 바로 여기 였노라고 하시며 그런 당신이 비옷을 접고 젖은 옷을 말리는 동안 .. 맘가는 시 2016.10.30
소낙비 - 이원수 소낙비 - 이원수 비 온다 소낙비 좍좍 온다 아무 데나 두들기며 막 쏟아진다 추녀 밑에 들어서서 보고 있으면 꽃나무들 제자리서 비를 맞네 장독도 제자리서 비를 맞네 빗속에 또 비 온다 좔좔 온다 산도 들도 빗속에 매 맞고 있네 추녀 밑에 들어서서 보고 있으면 아버지가 논귀에서 비를.. 맘가는 시 2016.08.01
가벼히 - 서정주 가벼히 - 서정주 애인이여 너를 만날 약속을 인젠 그만 어기고 도중에서 한눈이나 좀 팔고 놀다 가기로 한다. 너 대신 무슨 풀잎사귀나 하나 가벼히 생각하면서 너와 나 사이 절깐을 짓더라도 가벼히 한눈파는 풀잎사귀 절이나 하나 지어 놓고 가려한다. 인제 시들해졌다는 말씀인가? 그.. 맘가는 시 2016.07.18
하상욱의 시를 보며 < 야식집 > 연락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해도 < 덜 익은 삼겹살 > 내면을 바라봐 겉모습에 속지마 < 맛집> 내가 다른 걸까 내가 속은 걸까 < 빈 속에 커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 리모콘 > 또 어딜 간 거니 < 적립포인트 > 이거 받자고 내가 그동안 < 알람> .. 맘가는 시 2016.06.15
때가 오면 - 임보 때가 오면 - 임보 춥고도 긴 겨울이 끝나던 어느 아침 양지밭에서 조을고 있는 멧새의 등을 다독이며 눈을 뜨라고 따스한 햇살이 소곤거렸다 퍼뜩 눈을 뜬 멧새가 개나리에게 달려가 가지 끝의 여린 순들을 흔들며 어서 일어나라고 봄이 왔다고 종알거렸다 그러자 개나리 가지들은 소매 .. 맘가는 시 2016.03.16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 신석정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 신석정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뱀이 부시시 눈을 떠보았다. ― 그러나 아직 겨울이었다. 하도 땅속이 훈훈해서 개구리도 뒷발을 쭈욱 펴보았다. ― 그러나 봄은 아니었다. 어디서 살얼음 풀린 물소리가 나서 나무움들도 살포시 밖을 내다보았다. ― 그러나 머언 산.. 맘가는 시 2016.03.01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 이정하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 이정하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 맘가는 시 2016.02.10
풍경 - 도종환 / 딸아이 졸업식을 다녀와서 풍경 - 도종환 이름없는 언덕에 기대어 한 세월 살았네 한 해에 절반쯤은 황량한 풍경과 살았네 꽃은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고 특별할 게 없는 날이 오래 곁에 있었네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풍경을 견딜 수 있었을까 특별하지 않은 세월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 맘가는 시 2016.02.09